감정이 빠르게 격해지는 나를 위한, 플레이 전의 숨 막히는 10분

어제는 좀 특별한 날이었어. 오랜만에 다 같이 모여서 플레이를 했는데, 그 전부터 마음이 좀 무거웠던 거야. 복잡한 감정이 쌓여 있어서, 집에서 준비할 때도 손이 떨렸고, 옷 입는 것조차 진지하게 생각해야 했어. 뭔가 대단한 일을 하기 전처럼 긴장되기도 하고, 동시에 왠지 모를 기대감도 있었지. 그래서 이번엔 내가 늘 써오던 루틴을 좀 더 정리해서 해봤어. 사실 이건 나만의 비밀 같은 거라 다른 사람들한테 말 안 했는데, 오늘은 그걸 조금씩 꺼내볼까 싶어서.

플레이 전에는 거의 일관된 습관이 있어. 우선, 공간을 청소하는 거야. 방 전체를 한 번 청소하고, 침대 시트도 바꾸고, 불빛도 어두운 빛으로 조절해. 이건 단순히 위생 때문만이 아니라, 내 마음이 정리되는 순간이거든. 예전엔 그냥 막 들어와서 바로 시작했었는데, 그때마다 감정이 너무 빠르게 끓어올라서 오히려 과잉 반응을 하곤 했어. 지금은 이게 전부 ‘시작의 장면’이 되는 거지. 마치 공연 전 무대를 정리하듯이. 창문은 닫고, 소음은 차단하는 게 기본. 외부 세계가 조금이라도 들려오면 몰입이 깨져.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 요즘은 스마트폰도 ‘침묵모드’로 바꿔놓고, 알림도 다 끄는 걸로 정했다.

그 다음은 숨을 고르는 시간이야. 10분 정도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서, 호흡만 집중하는 거.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는 걸 반복. 특히 플레이 중에 감정이 너무 빠르게 격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이걸 미리 훈련해둬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 가끔은 아예 머리를 뒤로 젖히고, 벽만 바라보는 것도 해. 왜냐하면 눈을 감으면 뇌가 ‘다른 곳’을 떠올리기 쉬워서. 눈을 열고 있는 동안은 현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해져. 그리고 이때는 생각을 정리하려고 하지 않아. 그냥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 있는 거야. 뭐가 걱정스럽든, 뭐가 기대되는지, 다 놔두고.

플레이 후에는 또 다른 루틴이 있어.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느껴져. 평소엔 플레이 끝나면 갑자기 허전함이 밀려오거나, 감정이 뒤엉켜서 자책하거나, 반대로 과잉 보상욕이 생기기도 하더라. 그래서 이제는 플레이 끝나고 바로 움직이지 않아. 일단 5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자기 자신과 함께 있는 시간을 갖는 거야. 힘들었을 땐 그 자리에 누워서, “잘했어”라고 속삭이기도 하고, 너무 감정이 터졌을 땐 눈물이 나는 것도 억누르지 않아. 그건 괜찮아. 중요한 건 감정을 인정하는 거니까.

그리고 다음 단계는 목욕. 물 온도는 따뜻하게 맞춰서, 피부가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온몸을 씻는 건 그 자체로 정화의 의미를 가지는 거야. 물이 몸을 감싸는 순간, 그 안에 있던 에너지들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 후에는 잠깐 책이나 음악을 들어. 최근엔 유럽에서 나온 인디 록 음악을 자주 틀어줘. 가사가 없고, 분위기만 넘치는 노래들. 정신이 맑아지고, 몸도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어. 이런 식으로 한두 시간을 조용히 보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어.

이런 루틴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좀 이상하게 느껴졌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생각도 들었고, 주변에선 ‘너무 과장하지 않아도 되잖아’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점점 이게 내 안에서 필수적인 부분이 되더라고. 실제로 플레이 후에 정리가 안 되면 다음날 아침에 기분이 나빠지고, 관계에도 영향을 줬어. 그런데 이 루틴을 따라가면, 감정의 파도가 훨씬 더 조절되면서, 상대에게도 더 진심을 전할 수 있게 됐지.

요즘은 이런 시간들을 좀 더 의식적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해.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건, SM톡이라는 앱을 통해 여러 사람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경험을 공유하는 거야. 처음엔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이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서로의 루틴을 나누게 됐고, 그게 나에게 큰 도움이 됐어. 오픈채팅 같은 곳보다는 좀 더 신뢰감 있고, 정말로 ‘같은 경지를 겪는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았지. 그 사람들이 내 루틴을 참고해주기도 하고, 나도 그들의 경험을 들으며 새롭게 배우는 시간이 됐어.

결국, 플레이 자체보다도 그 전후의 마음 다스림이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싶어. 몸은 격렬하게 움직일 수 있지만, 마음은 조용히 회복되어야 해. 그걸 위해 내가 찾은 작은 규칙들은, 이제는 내 삶의 일부가 됐어. 플레이를 할 때는 그만큼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고, 끝난 후엔 그 감정을 지키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어. 이게 나에게는 가장 큰 성장이었던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