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걸 말하기 시작한 순간, 모든 게 달라졌다

처음엔 니고가 뭔지 몰라서 그냥 ‘좋아요’라고 대답만 했어.

파트너랑 처음 만났을 때는 그저 감정이 격해져서, “뭐든 해도 돼” 같은 말을 했던 거지. 근데 그게 다였거든. 진짜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걸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고, 오히려 그 막막함이 더 무서웠어. 내 마음속에 있는 어떤 것들, 예를 들어 고민이나 불안, 혹은 갑자기 떠오르는 욕망 같은 게 너무나 복잡해서, 그냥 빨리 몸으로 표현하고 싶었단 생각뿐이었어.

그러다가 한 번의 실패 경험 후에야 비로소 니고의 중요성을 느꼈다.

그때는 오랜만에 만난 파트너였는데, 어색함을 떨쳐내려는 듯이 빨리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었어. 나는 그저 상대의 기분을 맞추고 싶었고, 동시에 나도 원하는 걸 느끼고 싶었지만, 정작 중요한 건 ‘무엇을 원하는지’를 말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였어.

결국 그날 플레이 중간쯤, 갑자기 몸이 굳었어.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안도감도 없고, 반대로 무언가 잘못된 느낌이 밀려왔어. 그래서 멈췄고, 조용히 말했어. “잠깐… 이거, 내가 원한 건 아니야.”

그 순간, 상대는 당황한 눈치였고, 나는 더 이상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죄책감이 밀려왔다. 아까까지는 ‘이렇게 하면 좋아할 거야’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내가 무례한 사람처럼 느껴졌어.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꼭 니고를 한다고 약속했어.

처음엔 정말 어색했어. ‘뭘 말해야 하지?’라는 생각만 들었고, 아무리 준비해도 말이 잘 안 나오더라고. 그래서 처음엔 단순히 질문지를 써서 서로 주고받았어. 예를 들어 “이건 싫어요?” “이건 어때요?” 이런 식으로. 그런데 그게 의외로 도움이 되었어.

예를 들어, 나는 처음엔 ‘피부 자극’ 자체는 좋아했는데, 마찰이 강하거나 벗겨지는 느낌은 별로라는 걸 알았고, 그걸 말해주니 상대도 자연스럽게 조절했어. 또 ‘목 위쪽으로는 절대 안 된다’는 것도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말 못 했는데, 글로 써보니 손끝이 떨릴 정도로 어색했지만, 결국 말하게 됐고, 그 이후로 그 부분은 전혀 안 건드리게 됐어.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이제는 ‘내가 싫은 거’를 말할 때 두려움이 줄어든 거야.
아무리 감정이 격해져도, “이건 안 돼”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거.

처음엔 그렇게 하면 관계가 깨질 거 같았는데, 오히려 반대로 훨씬 더 신뢰가 생겼어. 상대도 내가 얼마나 진심으로 ‘나’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됐고, 그래서 더 집중해서 나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어.

그리고 요즘은 정말 익숙해졌어. 스마트폰 하나로 미리 메시지 주고받고, 플레이 전에 일정 시간 전에 ‘니고 체크’를 해줘.

비슷한 취향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방법도 여러 가지 있는데, 최근엔 오픈채팅보다는 좀 더 신뢰감 있는 플레이어들이 모인 그룹에서 만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니고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어. 사실 이전엔 그냥 텍스트로만 소통하긴 했지만, 최근에 ‘SM톡’이라는 앱을 통해 연락을 시작한 적이 있었어.

그 앱은 그냥 공개적인 채팅방보다는 개인적이고, 정보 교환도 좀 더 정제돼 있어서 좋았어. 특히 프로필에 ‘니고 문화 존중’, ‘사전 협의 필수’ 같은 문구를 넣는 게 가능해서, 그런 사람들과만 연결되도록 설정할 수 있더라고. 그리고 실제 만남 전에도 꼭 사전 대화를 나누고, 플레이 내용을 확실히 정하는 게 가능해서, 앞서 말했던 그런 막막함은 거의 없어졌어.

아직도 매번 다 완벽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게 문제는 아니야. 중요한 건, 내가 ‘말하고 싶은 걸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거야.

처음엔 그게 너무 어렵고, 오히려 ‘정말 난 이런 걸 해도 되는 거야?’ 싶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과정이 내게 필요한 ‘프리퀀시’처럼 느껴져.

니고는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내 마음을 허락하는 방식이야. 내가 스스로를 지키는 법이자, 다른 사람에게도 나를 보여줄 수 있는 힘.

그리고 이제는 나도 누군가에게 “내가 원하는 건 이거야, 이건 안 돼”라고 말할 수 있어.

그게 참 큰 일이란 걸, 지금 와서야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