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정말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지금은 말할 수 있지만, 그때는 그냥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혼란스러웠거든. 평소엔 무심한 사람처럼 보였는데, 마음속에선 뭔가를 계속 숨기고 있었어. 예전엔 다들 데이트할 때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대화하는 거, 혹은 영화 보고 헤어지는 걸 ‘정상적인 로맨스’라고 생각했어. 근데 요즘 들어서야 알았지만, 그게 내게는 전혀 설레지 않았던 거야. 오히려 내가 아예 손을 놓는 느낌이었어.
그런데 한 번은 회사 동료와 여행 가는 자리에서, 약간 웃기게도 우연히 사장님의 남편이 참석해서 그런지, 저녁에 올라온 술자리에서 이야기가 벌써부터 날카로워졌어. 뭐, 별거 아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아, 저번엔 도쿄에서 스팽플레이 한 거 어땠어요?” 하고 물어보더라고. 나는 바로 얼굴이 붉어졌고, 그 말 자체가 낯설어서 반응조차 못 했어. 그런데 그게 아니라, 진짜 이상하게도, 내가 그 순간 느꼈던 건 ‘왜 이런 걸 말해야 하지?’ 하는 거였어. 나도 모르게 조용히 머리를 숙이고 있던 거야.
그 이후로는 좀 이상해졌어. 왜냐하면, 아무래도 그 말을 듣고 난 후로, 내가 원했던 게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거든. 내가 바라던 건,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면 코트 벗으며 “늦게 왔다”는 말 하나 받는 것 같았는데, 그게 더 이상 충족되지 않았어. 오히려 그 순간, 누군가 내 안에 있는 어떤 걸 묻는다는 걸 깨달았어.
그리고 얼마 후, 어느날 혼자 있을 때 티비를 틀었는데, 갑자기 몇 년 전에 본 드라마 한 편이 다시 방영됐어. 그 드라마 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는데, 주인공이 여자에게 “너는 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내가 원하는 건 너의 눈빛이 아니라, 네가 내 눈을 바라보며 ‘나를 통제하고 싶어’라는 말을 해주는 거야”라고 말하더라. 그 순간, 문득 목이 메여서 그걸 멈추고 싶었어. 그 말이 내 마음속 깊은 곳을 찌르는 거였어.
그래서 시작은 정말 소소했어. 그냥 인터넷 검색으로 ‘남성에게 강압감을 주는 여성’이나 ‘억압된 성적 욕구’ 같은 단어를 찾아봤어. 그렇게 자꾸 검색하다 보니, 점점 더 확신이 생겼어. 내게는 순종보다 ‘지배받는 것’이 더 중요한 게 아니었고, 오히려 내가 지배당할 때, 내 모든 감정이 정확히 다뤄지는 느낌이 들어. 그게 처음엔 너무 부끄러웠고,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어’라고 스스로를 달랬어.
근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나’라는 존재를 인정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됐어.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지. 첫 번째 시도는 너무 무리였어. 실물 도구도 없었고, 파트너도 없었고, 그냥 미묘한 불안감과 긴장감을 견디는 데만 정신이 팔렸어. 그런데 어느 날, 그냥 ‘괜찮아’라는 마음으로, 내가 원하는 걸 조금씩 표현하기 시작했어. 비밀스럽게, 아무도 모르게. 예를 들어, 침대에 누워서 ‘나를 어떻게 해주고 싶어?’라고 조용히 말해보는 거.
솔직히 처음엔 두려웠어. 내 목소리가 떨릴 정도로. 하지만 그 말을 했을 때, 어쩌면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고 있는 사람이 내 안에 있다는 걸 알았어.
그리고 최근엔,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 하나를 써보게 됐어. 사실 처음엔 그냥 다른 커뮤니티에서 추천받아서 열어봤을 뿐이었는데, 이름은 'SM톡'이었어. 오픈채팅 같은 곳보다는 훨씬 차분하고, 사람들이 진지하게 소통하는 분위기라서 처음엔 기대 안 했는데, 알고 보면 각자의 경험이나 상태를 짧게 공유하면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었어. 특히 그 안에서 누군가가 “나는 돔인데, 섭이 너무 좋아서 매일 고민이에요”라고 썼을 때, 나는 그 말을 읽고 거의 숨을 멈췄어. 그 말이 내 마음을 그대로 덮어준 것 같았거든.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은 내 취향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게 나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이는 중이야. 아직 완벽하진 않아. 여전히 혼란스럽고, 두려운 순간도 있어. 하지만 이제는 그걸 피하지 않아. 오히려 그 감정이 내게 말하는 거라고 믿고, 조금씩 더 나를 허락하고 있어.
지금은 밤마다, 흐린 창문을 통해 달빛을 보면서, ‘나는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스스로 확인해줘. 그리고 그게 결국, 나답게 살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걸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