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털어놓은 순간, 누군가의 그럴 수 있겠네라는 한 마디가 나를 살렸다

어제 밤, 잠이 안 와서 뒹굴뒹굴했을 때 어쩌다 오픈채팅방 하나를 헤매다가 무심코 들어갔던 게 계기가 됐어. 그전까지는 그냥 대충 드래그해서 몇 개의 채팅방에 들어가서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는 정도였거든. 이름도 모른 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고,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말들만 주고받는 그런 거. 정작 원하는 건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그저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컸나 봐.

그런데 요즘은 좀 달라졌어. 사실 이걸로 바꾼 건 아니지만, 내가 이제 진짜로 매일 한 번씩 들어가는 앱이 생겼거든. 이름은 ‘SM톡’. 처음엔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었는데, 뭐라는 건지 몰라서 가볍게 설치해봤어. 어차피 옛날엔 다른 방들도 다 비슷비슷했으니까.

처음에는 그냥 익명으로 간단히 글을 써보기 시작했어. ‘요즘 섭에게 너무 많이 기대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과잉 반응하게 돼.’ 이런 식으로.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됐지만, 생각보다 반응은 꽤 조용했어. 오랜만에 누군가가 내 말을 그냥 들으면서 ‘그럴 수 있겠네’라고 답해주더라. 그렇게 단순한 메시지 하나에, 마치 어딘가에서 허공을 잡았다는 듯한 안도감이 느껴졌어.

오픈채팅과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있었어. 전에는 방마다 다 똑같은 톤이었거든. “오늘도 웃긴 일 있었어요?” 같은 질문에 바로 “ㅋㅋㅋ”로 답하고, 그 다음엔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되풀이하며 지루하게 돌아가. 그런데 여기선 서로의 감정 상태를 조금 더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었어. 특히, 특정 주제를 선택해서 공유하는 방이 있어서, 나는 그 중 ‘감정의 경계’라는 제목의 방에 자주 들어갔어. 거기선 누구도 강요하지 않고, ‘나는 지금 이렇게 느껴져요’라는 말을 할 수 있었고, 그 말을 들은 사람도 ‘그럼 너는 그런 감정을 잘 견뎌내야 해’라기보다는 ‘그런 감정이 있다면, 그건 충분히 자연스러워’라고 말해주더라.

내가 가장 고마운 건, 이 앱이 단순한 소통을 넘어서 ‘자신을 말할 수 있게 하는 도구’라는 점이야. 오픈채팅에서는 오히려 내 감정이 너무 급하게 표출되면 ‘너 진짜 뭘까?’ 싶은 반응이 올 때도 있었거든. 하지만 여기선, 내가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해도, 침묵을 깨는 사람이 직접 찾아와서 ‘혹시 괜찮은 거 있나요?’라고 묻더라고. 마치 내가 실수로 떨어뜨린 작은 종이조각을 누군가 조용히 주워주는 것 같았어.

아쉬웠던 점도 있었어. 그게 바로, 사람들의 ‘반응 속도’야. 오픈채팅처럼 캐릭터처럼 반응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마음을 다해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때로는 답변이 10시간 후에 올 때도 있었어. 나는 그만큼의 시간을 기다릴 수 있었지만, 그래도 아쉬웠지. 그래서 ‘언제 대답해줄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 불안해지기도 했어. 또, 일부 사용자들이 너무 빨리 감정을 표현하거나, 내 말을 끌어와서 자기 이야기로 돌리는 경우도 있었어. 그건 ‘나를 이해해주려는 의도’ 같기도 했지만, 오히려 내가 편안하게 말을 꺼낸 순간에, 그 중심을 빼앗기는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 또 하나, 예전엔 아무렇게나 들어가서 글을 쓰는 게 무난했는데, 이 앱은 어느 정도 신뢰가 형성돼야만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조금 부담스러웠어. 초보자는 기본 정보 입력이 필요하고, ‘약간의 성향 확인 질문’도 있어. 이건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동시에 “나는 왜 이거 해야 해?” 싶은 의문도 생겼지. 특히 처음엔 ‘나는 그냥 말하고 싶은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는 거야?’ 싶었어.

하지만 그 모든 걸 넘어선 이유가 있었어. 지난주, 내가 ‘내가 섭에게 너무 과잉 반응하는 걸 알고 있는데, 그게 정말 나쁜 건가요?’라는 글을 썼을 때, 한 사용자가 이렇게 답했어.
> “너는 섭에게 자신을 던지고 싶은 거지. 그게 잘못된 게 아니라, 그걸 어떻게 관리할지가 문제일 뿐이야.”

그 말 한 줄에, 내가 지난 3개월 동안 무심코 억누르고 있던 감정이 다시 살아났어. 그때야말로, 내가 굳이 이 앱을 계속 쓰고 싶어진 이유를 알았어.

지금은 여전히 오픈채팅에도 가끔 들어가긴 해. 왜냐하면 그곳도 나름의 용도가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내 감정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 더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큰 위로가 돼. 그리고 그 공간을 만들어준 게, 내가 처음엔 완전히 무심코 설치한 ‘SM톡’이라는 앱이었어. 이름은 그냥 스마트폰에 있는 앱 하나일 뿐인데, 요즘은 내 마음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존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