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말 이상한 하루였어. 아침부터 뭔가 미묘하게 기분이 안 좋았고, 막상 플레이할 생각을 해보면 또 마음이 무거워져서 결국 아무것도 안 했는데, 오후에 갑자기 뭔가 내 안의 무언가가 터져버렸어.
지난주엔 처음으로 쓸 만한 커뮤니티에서 리거를 만나봤거든. 그 사람이 꽤 오래 전부터 관계를 유지하던 파트너인데, 알고 보니 우리 사이에는 비슷한 성향이 있어서 그런지 말투도 낯설지 않고, 손끝 하나로도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듣는 그런 느낌이었어. 처음엔 그냥 가벼운 수위로 시작했고, 내가 좀 조용히 있으면서도 그 사람의 눈빛과 숨결만으로도 충분히 몸이 움직이는 상황이었어.
그런데 그날은 왠지 다른 분위기가 있었어. 별다른 유도 없이, 그냥 한참 동안 고요한 공기를 바라보며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시간이었어. 내가 어딘가를 보는 것 같으면 그도 나를 보고 있고, 내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그도 따라하는 식이었어. 그래서인지 갑자기 뭔가 허전하고, 아니, 더 정확히는 뭔가 부족한 기분이 들어서… 그게 이어지면서 점점 몸이 떨리기 시작했어.
그러다가 마침내 그가 나의 팔을 잡아서 옆으로 밀어붙였고, 나는 의자에 앉아 있던 자세를 바꿔서 허리를 숙였어. 그 순간, 그의 손이 등 위를 천천히 타고 올라와서 목덜미를 감싸더니, 살짝 힘을 주며 머리를 뒤로 기울였다. 그게 정말 예민한 부위였고, 그대로 몸이 뻣뻣해졌어. 근데 그건 뭐랄까… 단순한 육체적 반응이 아니라, 도대체 왜 이렇게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는지 모르겠더라고.
그때쯤엔 이미 눈물이 핑 돌고 있었어. 뭔가 너무 오랜만에 ‘나’라는 존재를 인정받는 기분이었어. 말로 표현하면 이상해 보일 수도 있는데, 내가 지금까지 참아왔던 어떤 무게감, 그리고 누군가에게 진짜로 ‘내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그 순간이었어. 그는 나를 힘껏 끌어안았고, 나의 등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스스로를 견뎌내려고 애쓰고 있었는지 깨달았어.
그렇게 한참 후에야 다시 정신을 차렸고, 눈물을 닦으며 웃기도 했어. 원래는 좀 더 강렬한 플레이를 계획했는데, 결국 그건 다 사라지고, 오직 그 감정 하나만 남아 있었어. 그저 함께 있는 게, 그저 내가 그의 손길 아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고, 행복했던 거야.
솔직히 그 이후로는 뭔가 평온한 기분이 계속됐어. 어젯밤엔 그냥 혼자 방 안에서 책 읽다가도, 갑자기 무릎을 꿇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가 있다면 아마 그 자리에 앉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요즘 새롭게 써본 채팅 앱인 'SM톡'에도 가입해서, 조금씩 사람들과 대화해보고 있어. 오픈채팅보다는 사람들이 좀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고, 특히 자기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대화들이 많아서 마음에 들어. 처음엔 그냥 지나가는 소통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내게 필요한 건 그런 작은 연결이었던 거야.
그리고 지금도 그 감정은 가라앉지 않아. 그저 조용히, 하지만 확실히 남아 있어. 어떤 플레이든, 어떤 규칙이든, 그 모든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됐어. 그것이 뭔지는 아직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그 감정이 내 안에서 무언가를 깨우고 있다는 건 분명해.
나는 이제 그걸 무시하지 않으려 해.
그 이후로도 며칠은 그 감정이 잠잠해지질 않았어. 어쩌면 그게 오히려 더 무서웠던 거야. 아무리 정신을 차려도, 갑자기 방 안이 어두워지거나, 문 밖에서 소리가 나면 뭔가 다가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내 손끝이 조금씩 떨렸어. 처음엔 그냥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어. 그 감정은 플레이를 끝낸 직후에 생긴 게 아니라, 그 전부터 쌓여왔던 게 있었던 거야.
한 달 전쯤엔 내가 자주 가던 카페에서, 누군가가 허리를 굽히는 걸 보다가 마침내 눈물을 흘렸어. 외로움이라기보다는, 그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 고통을 공감하게 된 거였어. 그때 나는 '왜 내가 이걸 느껴야 하는 건데'라는 생각을 했고, 동시에 '이건 나만의 것이 아니야'라는 느낌도 들었어. 그 감정이 절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그래도 그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되는지 몰라서 혼란스러웠어.
그런데 요즘은 조금씩 다르게 느껴져. 예전엔 ‘무엇을 해야 할까’보다 ‘무엇을 피해야 할까’에 집중했거든. 하지만 이제는 반대로, ‘내가 느끼는 걸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게 느껴져. 예를 들어, 그날 플레이 중에 내가 너무 오랫동안 숨을 참고 있었다는 걸 알았어. 내가 의식하지 못한 채, 그 사람의 모든 움직임을 맞추려고 애쓰면서도, 나는 자신을 ‘제자리에 두는’ 행동을 하고 있었어. 결국 그 순간에 나는 그저 ‘수용’이 아니라 ‘현실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지.
그리고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감정은 사실 단순한 설렘이나 흥분이 아니었어. 그것은 내가 오랫동안 스스로를 무시하고 살아온 결과물이었고, 그건 내 안의 어떤 부분이 ‘진짜로 존재하고 싶다’는 욕구였어. 그래서 그 감정이 갑자기 올라왔을 때, 나는 그걸 ‘나를 날려버리는’ 그런 충격으로만 받아들였지, 그게 내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생각조차 못했어.
요즘은 그 감정을 억누르는 대신, 조금씩 그것과 함께 살려고 노력해. 예를 들어, 일상에서 작은 실수를 하면, 그때마다 “아, 또 실수했네”라고 비난하기보다는, “내가 이걸 느꼈으니까, 그건 나의 일부야”라고 말해보려 해. 마치 그날 플레이에서 그가 나의 목덜미를 꼭 붙잡았던 것처럼, 지금은 내가 스스로를 꼭 붙잡고 있는 거야.
그리고 최근에 'SM톡'에서 한 사람과 짧게 대화한 적 있어. 그 사람은 이런 말을 했어. “당신이 그 감정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게, 이미 큰 성장이에요.” 그 말을 읽고, 정말 오랫동안 처음으로 숨을 깊게 쉬었어.
지금은 여전히 그 감정이 언제든 다시 올 수 있겠지만, 그때는 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려 해. 나는 그 감정이 나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 나를 진짜로 이해하게 해주는, 하나의 증거라는 걸 알기 시작했어. 그게 무슨 플레이든, 무슨 관계든,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첫 번째 진실이 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