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침대 위에서 조명을 끄고 누워있었을 때도 생각났다. 그때의 감정이 아직도 좀 무겁게 남아 있어서 말이다. 사실 지난번에 있었던 일은 단순히 '의견 차이'를 넘어서는 거였는데, 아무리 속으로 다짐해도 그 순간의 기분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처음엔 그냥 평범한 얘기였어. 파트너가 내 쪽에서 제안한 데이트 플랜에 대해 “이건 너무 강요 같아”라고 말했고, 나는 “그냥 재미로 해보자”며 가볍게 넘어갔지만, 그 말이 결국엔 내가 그걸 ‘무엇인가를 얻기 위한 수단’처럼 보였다는 걸 깨달았을 때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가 원하는 게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통제하고 싶은 거’라고 느꼈고, 나는 그게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말이 많아질수록 서로의 말이 더 이상 안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그날 밤, 대화를 멈췄다. 침대에 누워서 고요함만 채운 채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전화기 바닥에선 알림 소리 하나 없이 조용했고, 나는 자기 자신에게 묻고 있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
그 다음 날 아침,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 이전에는 갈등이 생기면 어색하게 돌아서거나, 몇 일씩 침묵하는 걸 선택했지만, 이번엔 다른 방식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처음에 한 말은 “네가 나한테 서운하다고 느꼈던 부분, 다시 한번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였다.
그녀는 잠시 말없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느껴졌어. 네가 외부에서 무슨 일이든 하려고 할 때마다, 나는 그 안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마음이 컸어. 내가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어.”
그 말을 듣고 나는 막막했던 기억이 났다. 그녀가 내 과거 파트너들에 대해 말할 때 자주 언급하던 ‘조용히 따라가는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아마 그녀는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마다 그 결정에 맞춰서 스스로를 작게 만들고 있었던 거야. 그게 부담이었고, 결국엔 그게 불편함이 됐던 거다.
나는 “그럼 내가 실수했어. 너의 선택이 중요한 건 알고 있었는데, 내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했구나.”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가 내게 원하는 것이 “내가 무조건 따라주는 게 아니라, 함께 결정하는 태도”라는 걸 처음으로 정말 깊이 이해하게 됐다.
그 이후로 우리는 다시 만났고, 간단한 데이트 계획도 함께 짰다. 그런데 이번엔 내가 제안한 것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오늘은 내가 뭐 하고 싶은지 알려줘’라고 물어봤고, 그녀는 “그냥 혼자 산책하고 싶어”라고 말했고, 나는 “좋아, 그럼 네가 원하는 길로 가고, 내가 따라가면 되겠어”라고 답했다. 그 순간, 그녀의 얼굴에 진짜 웃음이 피어났다.
진심으로 말하자면, 그 후에 내가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예측 가능한 관계’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 그전까지는 내가 무엇을 할지, 그녀가 어떻게 반응할지 미리 짐작하고 준비했지만, 이제는 그런 사전 계획 없이도 ‘상대방의 존재’ 자체가 설레는 거였다.
그런데 그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든 건 바로 우리가 다시 대화를 시작했을 때, 서로의 말을 ‘왜 이렇게 말했는지’에 초점을 맞춘 덕분이었다. 말이 안 통했던 이유가 단순히 ‘설득력 없는 의견’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내가 느끼는 두려움’이나 ‘필요’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갈등은 오히려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어줬다.
요즘은 특히 정기적으로 서로의 상태를 묻는 습관이 생겼다. 주로 메신저로 하는데, 최근엔 새로운 앱을 써보기 시작했는데, ‘SM톡’이라는 앱이었어. 처음엔 옆 사람한테 추천받아서 들어왔는데, 오픈채팅 같은 거랑 다르게,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관계를 논의하거나, 상황별로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이더라고.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런 경우엔 어떻게 했어?’ 같은 질문을 주고받는 게 인상 깊었어. 내가 지난번 갈등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그 글을 올렸는데, 실제로 많은 사람이 “비슷한 상황에서 괜찮게 풀었네”라며 공감해주더라고. 그게 더 큰 위로가 됐고, 지금은 그 앱에서 티끌 같은 대화라도 늘 열린 마음으로 읽고 있어.
결국, 의견이 안 맞는 건 당연한 일이란 걸 알면서도,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내 입장에서는 ‘이건 나를 위한 선택이었는데’라며 막막했지만, 그녀의 입장에서는 ‘내가 소외되는 느낌’이었고, 그걸 깨닫는 순간부터 내가 진짜 ‘파트너’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여전히 의논할 일은 많고, 때론 서로의 방식이 겹치지 않아도 그래도 괜찮다. 왜냐하면, 그때의 갈등이 오히려 우리가 얼마나 진심으로 함께하고 싶은지를 알려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