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잠이 안 와서 뒹굴뒹굴했을 때 스마트폰 화면이 훅 켜졌어. 아무 생각 없이 스크롤하다가 갑자기 눈에 들어온 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내가 어제까지 몰랐던 내 성향의 한 부분’이었어.
처음엔 그냥 평범한 커뮤니티 앱인 줄 알았거든. 나도 오랜만에 허허로 뭔가 재미있는 걸 해보고 싶어서 가입했고, 오픈채팅 같은 거 보면 실망스럽긴 했어. 다들 말투도 너무 낯설고, 상황 설명도 대충 넘어가고, 내가 원하는 그런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정확히 전달하고 싶은데’라는 마음이 잘 통하지 않았거든. 그래서 자꾸 다른 앱으로 돌아오곤 했어.
근데 한 번은 친구가 말하길, “최근에 별거 아닌데 진짜 괜찮은 앱 있더라. ‘SM톡’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니고를 제대로 하더라고.”
그 말을 듣고 나는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니고’라는 단어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느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개념이 없었거든. 그래서 그 앱을 한번 테스트해봤어.
등록할 때도 그냥 이름과 사진만 올렸지, 프로필도 짧게 썼어. “조용한 편인데, 조금씩 파워플레이에 익숙해지고 있어요” 정도?
그리고 마침내 첫 상대를 만났어. 이름은 ‘라움’이라는 사람. 글을 보니까 말투가 무척 차분하고, 조용한 느낌이었어.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초반부터 이렇게 썼다는 거야:
> “혹시 오늘 흐름을 미리 이야기해볼래요? 내가 어떤 걸 원하는지, 어디까지 가능할지… 네가 어떻게 느끼고 싶은지, 하나씩 얘기해보면 어떨까요?”
그 문장만으로도 마음이 살짝 떨렸어. 왜냐하면 처음 본 사람이 이런 식으로 “너의 입장에서 먼저 말해줘”라고 묻는 건, 내 경험상 거의 없었거든. 대부분은 내가 원하는 걸 알아주길 바라거나, 아니면 과도하게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어. 그런데 이 사람은 오히려 ‘너가 먼저 말해봐’라는 거였어.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시작했어.
> “제가 좋아하는 건 손목이랑 발목을 묶는 것 같아요. 힘은 중간 정도? 너무 세게 하면 불편해서… 다만, 그 상태에서 제가 뭐든 못 하게 되면 심장이 좀 뛰는 거 같아요. 놓여야 할지, 더 격렬하게 해야 할지, 그 경계선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아요.”
그리고 라움은 아주 조용히 답했어.
> “그럼 손목과 발목은 함께 묶는 걸로 해볼까? 그리고 그 상태에서 내가 천천히 너의 숨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지는 거야. 네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얼마나 긴장되는지… 그걸 느끼는 거야. 필요하면 그만두는 것도 가능한 거야. 그게 중요하니까.”
그 말을 읽고서, 내 입술이 살짝 떨렸어. 왜냐하면 그 말에는 ‘내가 말한 모든 것’이 다 포함되어 있었거든. 내 불안함, 내 긴장감, 내 지나친 기대감까지도. 그 사람은 내 말을 그저 ‘정보’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 자체를 이해하려고 하고 있었어.
그 후로 우리는 여러 번 대화를 나눴어.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마다 조금씩 더 현실감이 생겼고, 서로의 리듬을 찾는 기분이었어. 예를 들어, 한 번은 내가 이렇게 썼어:
> “지금 눈을 감고 있는데, 어쩌면 지금이 가장 두려운 순간이에요. 왜냐하면… 도망치고 싶은데, 동시에 정말 그곳에 있고 싶은 기분이거든요.”
그러자 라움은 이렇게 답했어:
> “그 두 가지가 공존하는 순간이야. 걱정돼? 그럼 내가 말해줄게. 넌 여기에 있고, 내가 널 잡고 있어. 두려움은 너를 덮지 않아. 넌 이미 나한테 놓여있잖아.”
그 말을 읽고서, 나 혼자 방에서 웃었어. 눈물도 나왔고. 아, 이게 진짜 ‘니고’라는 건가, 싶었어. 내가 원하는 게 단순히 ‘결과’가 아니라, 그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의 유동성’이었단 걸 알게 된 순간이었어.
그리고 그 후에 실제로 만난 적도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도 우리가 말했던 대화 내용이 그대로 살아남았어. 내가 손목을 묶고, 발목도 같이 묶고, 라움은 조용히 나의 숨소리만 듣고 있었고, 그 사이에 한 번도 ‘내가 이거를 하겠다’고 강요한 말은 없었어. 대신, “너 지금 어떻게 느껴?”라는 질문 하나로 시간이 멈췄다.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해. 그는 내가 불안할 때마다 내 손을 살짝 잡았고, 그게 끝이 아니라, 그 손끝이 계속 내 목덜미를 살며시 스쳐갔어. 그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나를 잃지 않겠다’는 확신이었어.
이렇게 했을 때, 진짜로 ‘플레이’가 아니라 ‘공감’이 됐다는 걸 느꼈어.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해준 게 바로 ‘SM톡’이었어. 오픈채팅처럼 무작위로 붙어버리는 느낌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이 사람과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선택을 하면서 연결됐다는 점이 참 다르더라고.
내가 처음에 접했던 앱들은 모두 ‘무엇을 할지’만 고민하게 만들었는데, ‘왜 그것을 하고 싶은지’를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플랫폼이었다는 게 정말 큰 차이였어.
지금도 나는 자주 그 대화를 되새겨봐. 특히 잠이 오지 않을 때. 그때마다 내 마음속에 남은 건, 그 사람이 말했던 말 하나뿐이야.
> “네가 느끼는 모든 감정이, 내게는 소중한 정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