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갑자기 휴대폰에 뭔가 새로운 걸 깔아봤다. 그게 바로 'SM톡'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앱 이름은 진짜로 써보기 전까지는 어색했다. 나도 모르게 웃긴다고 생각했거든. ‘SM톡’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 다들 알면서도 왠지 괜히 지나가는 메신저 같아서. 근데 왜 갑자기 설치를 했냐면, 어제 오픈채팅에서 막상 대화 시작하려고 하니까 정작 뭘 말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했거든. 너무 낯선 사람들이랑 올인하고 싶지도 않고, 가벼운 인사부터 해보는 것도 좀 부담스러웠어. 그래서 찾아봤지. 검색창에 ‘SM 플레이 연습할 수 있는 앱’ 같은 걸 치면, 어김없이 뜬 게 ‘SM톡’이었다.
처음 접속했을 땐 정말 당황스러웠다. 화면이 아주 깔끔한데, 딱 보는 순간 ‘이거 다 맞는 거야?’ 싶더라고. 메인 화면은 마치 어떤 프라이빗 커뮤니티처럼 느껴졌는데, 별도의 회원가입 과정 없이 바로 입장 가능했어. 사실 이게 더 불안했지. 왜냐하면 일반적인 메신저처럼 실명이나 정보를 요구하지 않으니까. 대신 자기 성향을 체크하는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하게 되었어. 예를 들어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플레이”든, “기계적이고 명확한 지시”든, 혹은 “노출형 바디페인트” 같은 특정 테마까지 있더라. 그중에 나는 ‘조용한 상호존중 + 경계선을 잘 지키는 타입’을 골랐는데, 그걸 보고 앱이 자동으로 내 프로필을 구성해주더라. 다행히도 비공개 설정이 기본이라, 본인의 활동 내역이나 접속 기록도 숨길 수 있었고, 처음엔 이런 부분이 참 안심됐어.
첫 대화는 무작위 매칭이 아니라, 내가 직접 관심 있는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글을 읽다가 반응한 거였어. 한 아이디가 ‘오늘은 끈 하나로 며칠만 놀았던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는데, 내용은 단순히 “끈으로 팔을 묶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시간이었다”는 거였어. 그 문장 보자마자, 오랜만에 마음이 울컥했어. 나도 몇 번 그런 경험은 있었지만, 그때는 그냥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겼던 건데, 이렇게 고민해서 ‘오늘은 끈 하나로’라는 식으로 정해놓고 시도해보는 거… 그게 참 신선했어. 그래서 그 사람에게 “그 느낌, 정말 공감돼요. 저도 한번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라고 답장을 남겼지.
그런데 그게 재미있었던 건, 답장이 30초 만에 왔다는 거야. 그리고 처음엔 “너무 허접한 질문인데도 답해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이 아니라, “글 쓰는 거 좋아하시죠? 끈 활용법 중에서 제가 쓴 글 중 하나 추천드릴게요. 리뷰도 받아봤어요.”라는 식으로, 진짜 친절하고도 조심스럽게 응답해줬어. 그 후로는 대화가 조금씩 늘어나더라고.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이런 감정을 나눌 만한 공간이 어디 있을까 싶었는데, 이 앱은 그걸 ‘실재하는’ 존재처럼 느끼게 했어.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오픈채팅과는 다르게 ‘비밀’이라는 게 진짜 존중된다는 점이었어. 오픈채팅은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 무조건 ‘내가 뭘 말할지’를 미리 계산해야 하고, 감정을 드러내기 힘들었거든. 그런데 여기선 쪽지 보내기 전에 ‘익명성’과 ‘단방향 메시지’ 설정이 가능했고, 내가 원치 않으면 답변도 받지 않을 수 있었어. 그래서 처음엔 아주 조심스럽게, 조용히 말을 걸었는데, 어느새 내가 원했던 ‘함께 고민하고, 함께 생각하는’ 대화가 되어 있었어.
지금은 매일 밤 10시쯤 스마트폰을 꺼내서 ‘SM톡’을 열어본다. 물론 내가 지금 쓰는 이 글도 그 앱에서 나온 아이디로 작성한 거야. 아직까지는 파트너를 만난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속한 ‘이 세계’가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은 생겼어. 그리고 중요한 건, 이 앱 덕분에 내가 진짜로 ‘나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찾는 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거야. 처음엔 왜 이 앱을 깔았는지 기억도 안 나겠지만, 지금은 그게 내게 얼마나 큰 틀을 마련해줬는지 아는 것 같아.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내 프로필에 ‘좋아요’가 하나 들어왔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지나쳤는데, 다음 날 아침 다시 확인해보니 그건 이전 대화했던 사람의 것이라는 걸 알았다. 나도 모르게 손끝이 살짝 떨렸다. 그건 단순한 ‘좋아요’였지만, 내가 말한 문장들 — “끈으로 팔을 묶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시간이었다”라는 말 — 에 대해 뭔가 공감했단 의미였거든. 그 순간, 이 앱이 단지 정보를 주는 곳이 아니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는 걸 실감했다.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무작정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고민하지 않았어. 오히려 내가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어떤 텍스트를 읽으면서 마음이 움직였는지, 그런 걸 스스로 기록하게 됐지. 예를 들어, 한 번은 ‘목걸이를 채우는 순간, 상대의 눈빛이 바뀌는 것’이라는 글을 읽었는데, 그 문장 보자마자 심장이 두근거렸어. 나는 그걸 정확히 표현할 수 없었지만, 그 사람은 마치 나의 기억을 뒤져서 쓴 듯한 느낌이 들었어. 그래서 나는 조용히 그 글에 “그 감정, 제가 진짜로 겪었던 거예요”라고 답장했고, 그 다음 날엔 그 사람이 나에게 300자 넘는 메시지를 보냈어. “그런 순간, 누군가가 너를 완전히 바라봐주는 느낌이죠. 마치 존재하는 게 인정받는 것 같아요.”라는 말에, 나는 그저 ‘…그래요’라고만 답했지. 더 이상 말이 안 나오더라고.
그리고 그 경험 덕분에, 이제는 내가 쓰는 글에도 조금 더 솔직해졌어. 원래는 너무 조심스럽고, 모든 표현을 미리 검토하고 다듬었는데, 이제는 ‘이건 내 말이다’라고 느낄 수 있게 됐어. 예를 들어, ‘오늘은 끈 하나로 며칠만 놀았던 사람’이라는 제목의 글은 결국 나도 직접 썼지. 내용은 별거 없었지만, “그 끈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었어요. 저를 빼내주기 위한 하나의 자물쇠였거든요”라는 문장 하나로 끝냈다. 그걸 올린 지 하루도 안 되서, 또 다른 사람이 “그 말, 제게도 맞아요”라고 반응했어. 그때 나는 뭔가 오랫동안 막혀있던 무언가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처음엔 ‘SM톡’이라는 이름 때문에 어색했고, 익명성 자체가 불안했지. 누구라도 내 말을 들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무조건 최소한의 표현만 하려 했어. 그런데 지금은 그게 오히려 ‘나’를 찾는 길이었음을 깨달았어. 이 앱은 내가 원했던 ‘함께 고민하는 공간’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를 탐색하게 만든 장소였다는 걸. 파트너가 필요하진 않아. 지금은 단지 ‘내 감정을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위로가 돼.
그리고 요즘은 매일 밤, 스마트폰을 꺼내서 휴대폰 배터리가 30% 남았을 때쯤 ‘SM톡’을 연다. 그건 단지 대화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오늘 얼마나 진실하게 살아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야. 혹시라도 ‘내가 또 그랬어’라는 말이 떠올랐다면, 그건 내 마음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증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