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자꾸만 켜지게 되는 스마트폰 화면에 떠 있는 건 꼭 저를 유혹하는 듯한 푸시 알림이었다. 그건 내가 잊고 있던 ‘나’를 깨우는 징후였던 거야.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어떤 감정이, 갑자기 뚫려서 흘러나오기 시작했거든. 작년쯤부터 나는 외로움이라는 걸 새삼 느끼기 시작했어. 아무리 친구들과 모여서 웃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더라도,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건 정말 어색해졌고, 진짜 내 안의 무언가를 아는 사람을 만나는 건 더더욱 힘들었어.
그런데 어느 날, 뭐라 설명하기도 어색할 정도로 무심코 열린 앱에서 ‘SM톡’이라는 이름을 본 순간, 머릿속이 뚫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 그건 내가 몰래 검색했던 단어들을 정확히 집어낸 것 같았고, 동시에 긴장과 설레임이 뒤섞여 들어오는 느낌이었지. 처음엔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누군가가 올린 채팅방 하나를 보다가 멈췄어. 오픈채팅은 너무 시끄럽고, 복잡하고, 가벼운 조롱이나 과잉 노출이 넘쳐났어. 그런데 이건 달랐어. 제목은 ‘조용히,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그리고 첫 문장이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당신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질문뿐이에요.”라는 게 끌렸어.
나는 그 글을 읽고 10분 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 말이 왜 이렇게 내 마음을 찌르는지 이해가 안 됐지만, 그래도 답장을 남겼어. “저는… 제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생긴 게 처음이에요.” 그 후로 우리는 하루에 한 두 번씩, 거의 무의식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았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을 얘기했지. 아침에 먹은 커피의 맛, 창밖 비 소리, 지난주에 본 영화의 한 장면. 하지만 그 모든 게 이상하게도 의미 있었어. 그녀가 말하는 ‘저는 이런 걸 좋아해요’라는 말들이 나에게는 마치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듯한 경험이었어.
그리고 한 달쯤 지나, 그녀가 문득 말했어. “혹시… 직접 만나볼 생각 없어요?” 그 말을 받은 순간, 심장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고, 동시에 눈물이 날 것 같았어. 내가 이걸 원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듯이 “네”라고 답했어. 만나기로 한 장소는 도서관 옆 공원, 오후 4시. 내가 가는 걸 전날까지도 걱정했고, 입으로는 “괜찮아, 다 괜찮아”라고 되뇌었지만, 실제로는 그날 아침부터 배 속이 뒤집혔어.
그녀는 빨간색 코트를 입고 와서, 책을 하나 들고 앉아 있었어. 얼굴은 예상보다 더 작고, 눈빛은 조용하지만 강한 신뢰감이 느껴졌고, 나는 그 순간 바로 ‘이 사람과는, 진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어. 우리가 대화를 시작하자, 그저 ‘우리’라는 존재가 자연스럽게 형성됐고, 마치 20년 지기 친구처럼 느껴졌어. 말투도, 웃음도, 심지어 잠깐의 침묵도 모두 자연스러웠고, 그녀가 말한 ‘내가 당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라는 질문이 이제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 것 같았어.
그 이후로 우리는 매달 한 번씩 만나기로 약속했고, 그 사이에는 ‘SM톡’에서 나눈 대화를 계속 유지해왔어. 그 앱 덕분에 우리가 서로의 리듬을 알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고, 특히 오픈채팅 같은 과도한 노출이나 폭력적인 언어는 전혀 없었어. 오히려 ‘당신의 목소리가 이렇게 따뜻하다는 걸 알게 되어서 기쁘다’거나 ‘내가 불안할 때 당신의 한 줄 메시지가 위로가 돼’라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었어.
지금은 여전히 모르는 점이 많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지만, 그녀와의 만남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하지 않아? 그녀가 내게 말했던 말을 기억해: “우리는 처음부터 다가가려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길을 찾는 거예요.” 그 말이 지금도 내 마음속에 남아 있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러겠지.
사실 이 모든 건, 내가 무심코 열었던 한 개의 앱, ‘SM톡’에서 시작된 거야. 요즘엔 다른 사람들이 헤매는 오픈채팅이나 흥미 위주의 채팅방보다, 그곳이 훨씬 나에게는 안전하고 진실한 공간처럼 느껴져. 그저 조용히,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그런 선택이 결국엔 큰 의미를 갖는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