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말도 못 하던 롤플레이, 누군가의 제안으로 세상이 바뀐 순간

처음 롤플레이를 해봤을 때는 정말 허공에 떠있는 기분이었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좀 무너진 기분이랄까. 그 전까지는 단순히 명령이나 체벌 같은 것들만으로도 충분히 몰입감이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걸 좀 더 확장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집에서 혼자 연습하듯 책상 앞에 앉아서,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리오입니다. 오늘부터 당신의 수사관이 되겠습니다”라며 소리를 내보긴 했지만, 진짜 말 한마디 못 하고 웃음만 터져 나왔어. 자신감이라고는 하나도 없었고, 말투도 어색하고, 전혀 현실감이 안 났거든.

그런데 그 다음엔 내가 원했던 게 아니라, 누군가가 내게 그런 상황을 제안했어. 친한 파트너였던 사람이, 갑자기 “내가 이제 경찰인데, 네가 도망쳐서 잡혔다고 해보자”면서 말을 꺼낸 거야. 처음엔 그냥 장난처럼 들렸지만, 그 사람 눈빛이 이상하게 심각해서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 그 순간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서 뭔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어. 아니, 풀리는 게 아니라, 가둬두었던 어떤 것이 흘러나오는 느낌이었지.

현실에서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들을, 그 자리에서 다 한다는 게 오히려 자유스러웠어. 그녀가 내 손목을 졸라붙이고 “무릎 꿇어”라고 말할 때, 나는 그저 멍하니 그대로 웅크렸고, 그녀가 손전등을 들고 내 얼굴을 비추며 “당신은 범죄자가 맞습니다”라고 말할 때, 나는 숨조차 못 쉬었어.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간 기분이었고, 그것이 너무나도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졌어. 그 순간, 나는 내가 실제로 무언가를 저질렀다는 사실보다, 그 시나리오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가 더 중요하게 느껴졌어.

역할극이 시작된 지 10분쯤 지났을까, 그녀가 갑자기 나에게 손목을 묶으라고 말했어. 방금까지는 그냥 플레이의 일부였던 건데, 실제로 그녀가 실물의 밧줄을 꺼내와서 내 손목을 조심스럽게 묶는 순간, 나는 심장이 턱 막히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어. 그건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라, 내가 아예 존재를 잃는 느낌이었지. 그리고 그녀가 내 귀에 속삭이는 목소리가 아주 조용하면서도 끝없이 무겁게 울려 퍼졌어. “모든 걸 말해. 네가 어디로 도망쳤는지, 누구와 함께였는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다 말해야 해.”

그때 나는 정말로 두려웠어. 하지만 그 두려움이 오히려 즐거움으로 느껴졌어. 그녀가 빠르게 질문을 던지고, 내가 대답하지 않으면 손목을 조금씩 조이거나, 옆구리에 손을 대서 날 깨우는 방식으로 몰입을 강요했잖아. 나는 손이 떨리고, 목소리가 갈라졌지만, 그녀의 말에 맞춰 계속 대답했어. 말을 마칠 때마다 그녀가 나를 다시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고, 그 눈빛에서 내가 그저 ‘피고인’이 아니라 ‘내가 보여줘야 할 존재’라는 걸 알 수 있었어.

그렇게 40분 정도 진행된 후, 그녀가 갑자기 “괜찮아, 다 끝났어”라고 말하며 밧줄을 풀어줬어. 그 순간, 나는 몸이 무거워졌고, 거의 쓰러질 것 같았어. 공기가 다시 내 폐로 들어오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고, 손목에는 따끔한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그게 오히려 나를 연결해주는 실감이었어.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오랫동안 서로를 바라봤고, 그 후에는 별다른 말 없이 서로를 안아주었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게 바로 내가 원했던, 혹은 몰랐던 감정이었는지도 몰라.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단순한 체벌이나 명령만으로는 만족되지 않았어. 내가 어떤 ‘인물’로 존재하는지, 그 인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생각해보는 게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자리잡았고, 그 과정 자체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몰랐어. 그 경험 덕분에, 지금은 채팅에서도 좀 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게 됐고, 파트너와의 관계에도 새로운 깊이가 생겼어.

최근엔 그 경험을 계기로 좀 더 활발하게 소통하고 싶어서,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아봤는데, 요즘은 그림이나 텍스트 위주의 채팅앱도 많더라고. 그 중에서 특히 마음에 들어서 써본 게 **SM톡**이야. 오픈채팅처럼 누구나 오고 가는 게 아니라, 직접 신청해서 입장을 확인할 수 있어서 훨씬 안전하고, 플레이 설정을 세부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었어. 또 사람들이 본인의 역할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시나리오를 제시할 때도 분위기를 먼저 전달해주니까, 나도 훨씬 더 자신감 있게 참여할 수 있었지. 처음엔 막막했는데, 이 앱 덕분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데 부담이 줄어들었어. 그래도 여전히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 처음의 순간이야. 내가 스스로를 잃은 그 순간, 그 안에서 다시 발견된 그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