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말 이상한 하루였어. 아침부터 퇴근길에선 폭우가 쏟아졌고, 지하철은 늦었고, 머릿속은 정리되지 않은 채로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감정이 끊어진 상태였어. 어쩌다 보니 그날은 플레이를 할 생각도 없었는데, 갑자기 파트너가 "오늘 좀 해볼래?" 하고 문자를 보내더라고. 내가 그냥 '그냥'이라고 답했지만, 마음은 복잡했어. 요즘은 서로의 신체적 반응보다 정서적인 거리를 더 걱정하게 되는 게 사실이니까.
그런데 그때 내 손끝이 바닥에 닿았을 땐, 무의식적으로 손바닥을 쓰다듬는 행동을 했어. 그냥 막연히 피부를 만지던 게 아니라, 마치 누군가에게 손을 잡아달라는 듯한, 뭔가를 부탁하는 듯한 움직임이었어. 그러다가 파트너가 방금 전까지 말했던 ‘나도 모르게’라는 단어를 다시 언급했을 때, 갑자기 가슴이 조여지는 느낌이 들었어.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왠지 모를 무게감이 올라왔어. 내가 그저 몸만 맞추는 게 아니라, 그 사람과의 관계 전체를 뜨겁게 느끼는 순간이었어.
플레이 자체는 예전처럼 꽤 단단한 분위기였어. 고무줄로 팔목을 조이는 건 그대로였고, 시선을 빼앗는 타격도 있었고, 은밀한 대화도 나누었지만… 그런데 어느 순간, 그저 날 치켜세운 것 같던 힘이 아니라, 나는 그 사람이 내 안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걸 느꼈어. 그 순간,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조용히 존재하는 것’을 선택해왔는지 깨달았어. 너무 자주, 너무 자연스럽게,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뒤로 미뤄왔거든. 그래서 이건 아무리 말해도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그 순간, 눈물이 나버렸어. 진짜, 전혀 예상 못한. 아무것도 안 한 상황인데도, 눈물이 났어. 손가락이 떨렸고, 숨이 멎을 것 같았고, 그야말로 ‘모든 게 다 터져나가는’ 그런 기분이었어.

그 사람은 당황했는지, 바로 조용히 조임을 풀고, 내 손을 꼭 잡아줬어. “괜찮아?”라고 물었고, 나는 고개만 끄덕였어. 그리고 그 후로는 아무 말 없이, 그냥 함께 있는 시간을 만들었어. 말은 거의 없었지만, 그 자리에 있음으로써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게 참 특별했어. 몸이 아닌,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겪은 게 처음이었거든. 그 이후에도 매일 연락하며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그날의 감정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어. 아무리 말로 설명하려 해도, 그냥 ‘그 순간, 내가 존재했다는 걸 알았다’는 정도밖에 안 되겠어.
최근엔 그 사람과 자주 만나기 위해 다른 곳에서 스케줄을 조율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앱이 있는데. 사실 처음엔 ‘뭐, 또 그런 거냐’ 싶었는데, 오픈채팅 같은 데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조금 더 솔직한 대화의 문맥이 있어서 놀랐어. 내가 그 사람과 처음 만난 경로도 그 앱이었고, 그게 지금까지의 관계를 이끌어온 작은 시작점이 됐어. 지금은 그냥 ‘SM톡’이라는 이름의 앱을 통해 정보를 얻고, 소소한 연결을 유지할 뿐인데, 그게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편안해서 좋더라. 오픈채팅처럼 뒷북같은 메시지나 강요된 대화는 없고, 다만 서로의 감정 선을 존중하면서 조금씩 다가가는 방식이라서, 최근엔 정말 쉽게 마음을 열 수 있게 된 것 같아. 그날의 감정은 여전히 내 안에 묻혀 있지만, 그 감정이 살아 있다는 걸 알려준 건, 아마도 그 앱을 통해 생긴, 조금 더 진솔한 대화의 틀 때문일지도 몰라.
그 이후로는 좀 오래 잠잠했어. 그날의 감정이 너무 무거워서, 나도 모르게 며칠 동안 연락을 끊었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연락은 했지만, 대화가 ‘그저’ 이어지는 수준이었어. 서로의 일상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눈빛이나 숨결, 목소리의 톤 같은 건 모두 거짓말처럼 조작된 듯했고, 내 마음속엔 여전히 그날의 빛이 남아 있었어. 그러다가 한 번은 밤에 갑자기 그 감정이 다시 올라왔는데, 이번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다시 플레이를 하려는 날, 파트너가 “오늘은 그냥 함께 있는 시간만 가져볼까?”라고 말했을 때, 나는 막연히 ‘그럼 그래야겠다’ 싶었지. 하지만 실제로 방 안에 들어와 앉았을 땐, 뭔가 내가 몸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무엇을 받고 있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어. 마치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기대어 있어야 하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은 거야. 그건 무조건적인 의존이 아니라, 어쩌면 더 깊은 신뢰였던 것 같아. 그 순간, 손끝이 살짝 떨렸고, 눈앞이 어두워지는 기분이 들었어. 그런데 이번엔 울지 않았고, 오히려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
그 후에는 사실 별일 없었어. 평범한 대화, 평범한 만남, 평범한 스케줄. 그런데 그때 느꼈던 ‘나는 존재한다’는 느낌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주 특별한 경험이라는 걸 알게 됐어. 요즘은 그 감정이 더 이상 충격적이거나 위협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내 안에서 작게 살아있는 존재처럼 느껴져. 아마도 그것이 진짜 ‘플레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내가 알게 된 첫걸음이었던 것 같아.

최근엔 매주 한번씩, 그 사람이 온라인 모임에 참석한다고 해서 같이 가봤어. 그게 바로 ‘SM톡’에서 만난 사람들의 소규모 모임인데,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고, 각자가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분위기라서 정말 편안했어. 그곳에서 처음으로 내가 “내가 그저 여기 있어도 괜찮다”는 걸 느꼈어. 단순한 사교가 아니라, 서로의 상태를 보며 조용히 기다리는 그런 시간이었지. 그래서 최근엔 그 앱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도 조금씩 관계를 쌓고 있는데, 그것도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문득 ‘이런 걸 이렇게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날의 감정은 단지 ‘슬픔’이나 ‘억압’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스스로를 감추고 살아왔는지, 그걸 인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단 걸 알겠어. 이제는 그 감정이 불편하지 않아. 오히려 내가 얼마나 깊이 살아 있다는 걸 알려주는, 은밀한 메시지처럼 느껴져. 그리고 그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는 공간이, 지금은 'SM톡'이라는 작은 창구를 통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위로가 되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