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평소처럼 침대에 누워서 뭔가를 찾는다고 해야 할까, 그냥 허공을 쳐다보며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몸이 차갑게 느껴졌던 거야. 어쩌다 보니 그날 아침에 있었던 일들이 떠올라. 내가 지나간 적 없는 길 같은 기분이었고, 그걸 무시할 수 없었어. 그래서 밤새 내 마음속으로 반복된 건, ‘아, 혹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몰라서 그런 걸까’라는 질문뿐이었지.
그런데 그때쯤, SM톡에서 한 메시지가 왔어. “오늘 오후 3시, 조용한 공간에서 플레이하고 싶은데, 네가 괜찮을 것 같아.” 이렇게 시작되는 메시지였고, 나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상대방 이름은 알지만, 사실 거의 본 적 없었고, 대화도 오래 안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투는 익숙했고, 이 메시지를 받자마자 나는 ‘이 사람, 제대로 알고 있네’라는 느낌이 들어. 그래서 별말 없이 ‘좋아요’라고 답했어. 전에는 그냥 예약만 하면 끝났던 게 아니라, 이제는 ‘니고’라는 과정이 붙었거든.
그리고 그건 정말 중요한 순간이었어. 이전엔 그냥 ‘너랑 하고 싶다’는 말로 출발했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어. 처음엔 스케줄 조율부터 시작됐고,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피하고 싶은지’, ‘안전단어는 뭐로 할지’까지 물어봤어. 내가 말하는 동안 상대방은 단순히 듣는 게 아니라, 자주 정리해줘서, 내가 뭘 말하려는지 스스로도 깨달을 수 있었지. 예를 들어 내가 ‘내가 너무 약해지는 느낌이 싫어’라고 말했을 때, 그는 “그러면 당신이 감각적으로는 소외되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주체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어때?”라고 묻더라고. 그 말을 듣자마자, 내 마음 속에서 어떤 덩어리가 풀리는 기분이었어.
그리고 중요한 건, 그 모든 이야기가 ‘의미 있는 선택’이라는 느낌이었다는 거야. 앞서 말한 ‘약해지는 느낌’도, 그저 감정이 아니라,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떤 경험을 통해 그 감정을 형성했는지, 다들 알아줬다는 점이 컸어. 상대방이 말하기를, “너희가 서로에게 어떤 역할을 맡고 싶은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내적 욕구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다는 게, 정말 위로가 되었어.
플레이 전에 했던 녹음도 기억나. 우리가 합의한 내용을 다시 요약해서, 각자의 입장에서 짚어봤지. 내가 불편할 만한 구간이 있을 때, ‘우리가 그렇게 만들고 싶은 이유’를 같이 생각했고, 그게 오히려 더 강하게 다가왔어. 예를 들어, 특정 장비 사용 시 어떤 신체적 반응이 올 수 있다는 걸 미리 얘기했고, 그걸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논의했어. 상대방이 ‘혹시 지금 이거 괜찮을까?’라는 말을 할 때마다, 나는 ‘괜찮아’라고 말하면서도, 그 말이 얼마나 중요하게 들렸는지 몰라. 바로 그 순간, 내가 준비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
결국, 실제 플레이가 시작되긴 했지만, 그 전에 있었던 니고 과정이 얼마나 큰 영향을 줬는지, 이제야 깨달았어. 그때는 그냥 ‘시간 날 때 편하게 대화하자’는 식이었는데, 결국 그 대화가 하나의 틀이 되었고, 그 틀 안에서 나는 자유로웠고, 동시에 안전했다는 느낌이 들었지. 이건 단순히 규칙을 세운 게 아니라,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는 과정이었어.
그리고 말인데, 요즘은 진짜 이런 니고를 위한 공간이 필요했어. 오픈채팅은 많지만, 대부분이 ‘모임일정’이나 ‘이벤트 알림’ 같은 거였고, 정작 중요한 부분인 ‘심리적 교감’이나 ‘상호 이해’는 거의 없었거든. 그런데 여기선, 말투도 조용하고, 분위기도 차분했어. 특히, 플레이 전에 ‘여기서 말하는 건 모두 비밀이야’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게 아주 큰 의미를 가졌어. 왜냐하면, 나는 처음엔 ‘아, 그냥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내가 말하는 모든 것이 무시되지 않고, 그 자체로 가치 있게 받아들여졌거든.
그래서 지금은, 또 다른 사람과 만날 때도, 그냥 ‘오늘 놀자’보다는, ‘니고로 먼저 이야기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내면의 목소리가 더 선명해진 것 같아. 그리고 최근에 쓰고 있는 채팅 앱, 그러니까 'SM톡'에서 이런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누는 게 훨씬 수월해졌어. 이전엔 매번 정보를 찾아야 했는데, 여기선 니고 전용 채널이 따로 있어서, 사전 협의가 깔끔하고, 녹음도 쉽게 저장되고, 서로 확인할 수 있어. 오픈채팅보다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야. 그게 아니라면, 지금처럼 이렇게 글을 쓰지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