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아서 모든 걸 정리해주는 순간, 나는 왜 이렇게 뿌듯한 걸까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무언가를 다루는 데 익숙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게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 다만, 어느 날 아침에 거울 앞에서 옷을 입는 순간, 내 손이 불현듯 침대 위에 놓인 담요를 조심스레 펴는 행동을 한 거야. 그건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반복하던 습관 같은 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이걸 하면 좋겠어’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온 거였어.

그 전까지는 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살았다고 생각했어. 외향적인 편은 아니고,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성격. 인간관계는 깊이 가지 않으면서도, 어쩌다 보니 누군가의 마음을 조금씩 조율하거나, 상황을 흐름대로 이끌어가는 일이 많았어. 예전에 회사 동료들과 같이 여행 갈 때도, 막상 가보면 숙소 배정이나 식사 메뉴 결정, 방향잡기 등등 다 내가 알아서 처리하게 되더라. “너 진짜 걱정 안 해도 돼”라며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도 사실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 식으로든 ‘지도’하는 역할을 맡는 걸 익히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건 그 이후였다.

그런데 그게 단순한 리더십이라면 몰라도, 내 안에선 좀 다른 감정이 있었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내가 결정하고, 그 결과가 사람들의 표정에 드러나는 걸 보면 속으로 뭔가 뿌듯함이 생겼고, 때로는 미묘한 통제감 같은 게 느껴졌어. 물론 꼭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었어. 오히려 그게 즐거웠고, 나에게 안정감을 줬거든. 그래서 한 번은 우연히 동료와 대화하다가, 그게 비슷한 경험인지 물어봤어. 그 친구는 “내가 뭐든 다 정리해주면 기분 좋은데, 너는 그런 거 안 해주려는 거 같아”라며 웃었고,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처음으로 “아, 나 혹시……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사람이었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 후로도 계속해서 내 행동들을 되짚어봤는데, 매번 그 경향이 나오더라. 친구가 스트레스 받는 걸 보면, 무의식적으로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까”라고 고민하는 게 아니라, “나라면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거야. 그리고 그 해결책을 제안할 때, 내가 직접 실행에 옮기거나,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넘기는 것보다는, “이렇게 해보면 어때?”라며 빛을 비추는 방식이었어. 그게 바로 내가 원했던 ‘내가 중심이 되는’, 혹은 ‘내가 주도권을 잡는’ 감각이었어.

그런데 그게 무조건적으로 ‘컨트롤’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누군가가 스스로를 돌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이었어. 지시하진 않았고, 명령하지도 않았지만, 결론적으로는 내가 정해진 방향을 따라가게 만드는, 그런 ‘비밀스러운 주도성’이 있었던 거야. 그래서 한 번은 긴장되는 상황에서 파트너에게 “지금 네가 선택해야 할 게 있잖아. 네가 어떻게 할지 잘 알고 있어. 내가 네가 원하는 걸 알려줄 수도 있지만, 지금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네가 먼저 정리해보는 게 더 중요해.”라고 말했어. 그 말을 듣고 나서 그 친구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스스로 판단을 내렸고, 그 선택이 정말 잘 맞았어. 그 후 그 친구가 말했어. “너는 항상 내가 결정할 수 있게 만들어줘.”

그 말을 들었을 때, 내 안에서 무언가 확실해지는 느낌이 들었어. 내가 본래 원하는 건, ‘무엇을 하는가’보다 ‘누군가가 어떻게 되는가’에 더 집중된다는 걸 깨달았어.

그리고 요즘은 그 감정을 더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 특히, 지난번에 오픈채팅에서 만나게 된 사람과 이야기하다가, 내가 실수로 써버린 ‘네가 오늘 밤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도와줄 수 있어’라는 말이 참 이상하게도 마음에 남았어. 그 말을 쓰고 나서 멍하니 3초간 서 있는데, 그 사람도 약간 당황한 듯한 반응을 보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 네가 먼저 말해봐’라고 다시 말했어. 그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 깨어났다는 느낌이 들었지.

그 후로는 그 관계를 좀 더 진지하게 만들고 싶어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에서 여러 커뮤니티를 뒤져봤는데, 그 중 하나에서 ‘SM톡’이라는 채팅 앱을 추천받았어. 오픈채팅처럼 너무 흩어져 있는 분위기보다는, 서로를 더 진지하게 바라보는 분위기가 있어서, 처음엔 조심스럽게 시작했는데, 의외로 내 성향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었어. 그 앱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됐고, 그게 내 성향을 ‘돔’이라 규정짓는 데 큰 도움이 됐어.

이젠 내가 왜 이런 방식으로 행동하는지, 그리고 왜 그것이 나에게 중요한지, 더 명확해졌어. 내가 원하는 건, 누군가의 자유를 뺏는 게 아니라, 그 자유를 더욱 살아있게 만드는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내가 이 감정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더 깊이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건, 나에게 정말 큰 성장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