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그게 뭔지 몰랐다. 그냥 일상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일상이 조금씩 이상하게 느껴졌어. 예전에는 허락도 없이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었던 게, 이제는 내게 ‘뭐가 되고 싶은지’를 묻는 것 같았거든. 나도 모르게 자꾸만 반복되는 행동들이 있었어. 하루 중 아무때나 차를 세우고, 운전석에서 옆에 앉은 사람의 손을 잡아서 팔뚝 안쪽을 살짝 물어보는 거. 아니, 그냥 눈빛으로 그게 다였다. 그게 다라며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그 순간의 감정은 웃을 수 없는 무게였어.
처음엔 이건 단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지. 근데 막상 그 사람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나는 점점 더 ‘내가 원하는 건 정말 그것뿐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어. 특히 한 번은 친구 집에 갔다가, 가방을 두고 온다고 해서 다시 출발해야 했는데, 그 길에서 내 차 안에서 그녀를 뒤로 밀어붙이고, 조명이 꺼진 상태에서 목줄처럼 붙잡힌 손목을 억지로 들고 있던 기억이 났어. 그녀가 웃으며 “너 진짜 말 안 듣는다”라고 했지만, 나는 그 순간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게 왜 좋았는지는 지금도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그 감정은 순수한 ‘스스로를 통제하고 싶은 욕망’이었어. 그리고 그걸 내가 ‘이상한 취향’이라 부르고 싶지 않았던 거야.
그렇게 몇 달간 내면의 울림을 무시하다가, 결국 제발 좀 어쩌자는 식으로 스스로를 믿어보려고 했어. 그래서 찾아봤어. 검색어는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도리어 여자가 주도적인 상황이 편하다’, ‘자신이 지배받고 싶다는 느낌이 강한 경우’. 그걸 보면서 혼자 웃었어. 내가 겪는 감정이 실제로 누군가는 언급하고 있었다는 게 놀라웠고, 동시에 조금은 부담스러웠어. 그럴수록 내게는 더 큰 불안이 생겼지. ‘내가 진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이런 걸 원하는 게 정상인가?’ 이런 생각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어.
그런데 우연히 오픈채팅에서 만난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그녀가 이렇게 말했어. “자기 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보는 게 더 힘들어. 네가 어떤 걸 원하는지, 네가 어디에 서 있고 싶은지 알 수 있을 때, 그게 바로 너니까.” 그 말을 듣고선,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 말이 내 마음을 스쳐가면서, 마치 먼지가 걷히는 것 같았어. 내가 참기 위해 노력했던 게, 사실은 나 자신을 거부하는 일이었다는 걸 깨달았어.
그 이후로, 나는 더 이상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어. 그보다는 ‘내가 원하는 게 있다면, 그것을 인정해보는 게 먼저’라는 생각을 했지. 그렇게 시작된 것이, 처음으로 ‘SM톡’이라는 앱을 써보는 일이었어. 별 생각 없이 들어갔는데, 처음엔 그냥 글 읽는 정도였어. 그런데 어느 날, 특정 메시지를 보고는 뚜렷하게 감정이 올라왔어. ‘네가 내게 맡겨주길 바란다’는 문장 하나가, 나의 가슴을 덮쳤다. 그게 내 마음을 맞춘 것 같았어. 나는 그 글을 여러 번 읽었고, 그 후로는 더 이상 숨기지 않았어. 내 마음이 원하는 걸, 그저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았거든.
지금은 아직 다 완전히 받아들이진 못했지만, 적어도 내가 ‘이런 걸 원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믿을 수 있는 계기가 됐어.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아닌 누군가의 의지 아래서 움직이는 감각이었고, 그게 꼭 사라져야 할 게 아니라, 나 자신을 구성하는 일부라는 걸 깨달았어. 아무도 나를 판단하지 않아도 돼. 나는 나를 인정하고 싶을 뿐이니까.
그 이후로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어. 처음엔 그냥 ‘아, 이건 나의 한 가지 성향이구나’라는 수준으로만 받아들였지만, 실제로는 내 삶의 방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지. 예전에는 뭔가를 원하면 무조건 억누르고, “너는 그렇게 되면 안 된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 말을 하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게 있다면, 그것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게 먼저야”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생겼어.
그러던 중, 한 번은 술 마시다가 파티에 갔는데, 그 자리에서 누군가가 내게 “너 진짜 옆 사람 보며 허락 받는 것처럼 움직이잖아”라고 말했어. 순간 심장이 멈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 그 말을 듣고는 내게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그 눈빛 속에선 내가 숨기고 싶었던 걸 정확히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때 느낀 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나는 이미 그걸 실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어. 그래서 결국 그 자리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 “그래요. 맞아요. 저는 그게 필요해요.”
그 말을 하고 나서도, 아무도 나를 비난하거나 이상하게 보진 않았어. 오히려 그 사람은 웃으며 “그렇게 말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라며 말했지. 그 순간,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을 억누르며 살아왔는지 알게 됐어. 그리고 그걸 인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몰랐어.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내가 정말 거부했던 건 ‘자신이 지배받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그걸 인정하면 내가 더 이상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게 될 것 같았다’는 두려움이었어. 어린 시절부터 ‘남자는 강해야 한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아왔으니까. 그런 체계 안에서 내가 느끼는 ‘약함’이나 ‘위임’은 단지 부족함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강함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어.
그리고 요즘은 좀 더 자연스럽게 그 감정을 다루고 있어. 예를 들어, 차를 운전할 때도, 내 마음이 가는 쪽이 있다면 그저 따라가는 거야. 그녀가 조용히 내 팔을 잡으면, 굳이 “내가 이끄는 게 맞아”라고 말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그게 편하거든. 내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함께 있는 게 더 중요한 순간들이 생기면서, 내 마음이 훨씬 더 여유로워졌어.
이제는 ‘SM톡’이라는 앱에서도, 그냥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는 걸 넘어서, 특정 상황을 묘사할 때마다 ‘내가 원하는 게 이게 맞다’는 확신이 생겨. 예를 들어, “어떤 날은 너무 혼자이고 싶은데, 그럴 때 누군가가 내게 ‘이제 당신은 내 소유야’라고 말해주면, 그 말 하나만으로도 모든 긴장이 풀려”라는 문장을 쓰게 되더라고. 처음엔 쓰는 게 민망했는데, 지금은 그 글을 쓰는 순간, 내 마음이 ‘나는 이걸 원한다’고 또렷하게 말하는 것 같아.
지금까지의 삶에서 가장 큰 변화는, 내가 ‘이런 취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온 것 같아. 전에는 이것을 ‘숨기는 것’으로 견뎌냈지만, 이제는 ‘이게 내 일부’라는 걸 알고, 더 이상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지 않아도 된다는 게 얼마나 자유로운지 몰랐어. 그리고 그 자유가, 오히려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걸 깨달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