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말 이상한 하루였어. 아침부터 안 좋은 기운이 스며들었던 건 처음이었는데, 그게 어쩌다 보니 오후에 터졌던 거야. 회사 다녀와서 집에 와서는 그냥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해야 할 게 있었잖아. 파트너랑 미리 약속한 플레이 시간이었거든. 내가 준비한 건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게 기대가 됐던 건 사실이야. 요즘은 꼭 일정을 잡아놓지 않으면 그냥 흐지글흐지글 지나가버리는 바람에, 이렇게 한 번 정해놓고 기다리는 것도 좀 특별한 느낌이 들어.
그런데 진짜 예상 못 했어. 나는 보통 그런 걸 잘 못 해. 감정이 너무 빨리 올라오거나, 무너질 때면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돼. 그래서 평소엔 별로 감정 표현도 적고, 주로 ‘내가 제어해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어. 그런데 그날은 달랐어. 플레이를 시작하고선 딱 10분쯤 지났을까. 나는 목줄을 쓰고 있었고, 벽에 몸을 기대서 기다리고 있었어. 파트너는 밖에서 돌아오는 발걸음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그러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그가 내게 다가와서, 손끝으로 내 얼굴을 살짝 스쳤어. 그게 전부였는데.
그 순간,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 진짜 막 터져서. 이건 전혀 예측하지 못했어. 그 사람이 손끝 하나로 내 입술을 스친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가 안 가. 아무래도 그 전까지의 누적된 감정이 뭔가 트리거가 된 거 같아. 지난주에 회사에서 크게 실수해서 동료들이 다 나를 피하고, 그날 아침엔 어머니한테 전화 오기 전까지도 혼자서 불안한 상태였거든. 그 모든 걸 저녁에 다시 떠올리게 된 건 아마 그 손끝이 ‘나를 알아본다’는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몰라.
내가 울면서 “이게 뭐야…” 하고 중얼거렸을 때, 그는 멈췄어. 물론 웃긴 건, 그도 당황한 기색이었지. 그는 내 팔을 잡고 “괜찮아, 난 너를 보고 있어”라고 말했고, 그 말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그게 말로는 다 설명 안 되는 느낌이었어. 우리는 그대로 5분 정도 그렇게 있었어. 내가 울고, 그는 조용히 내 곁에 서 있었다. 그 후엔 다시 플레이를 시작했지만,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 더 이상 ‘역할’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들이 있었거든. 그게 더 강렬했어.
그렇게 끝난 뒤, 나는 침대 위에 누워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손목이 조금 아팠고, 목줄 자국도 남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건 마음이 가벼워진 거야. 그 감정이 오래가진 않았지만, 그 순간의 진실감은 아직도 남아 있어. 이건 단순한 감정의 급박함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거였던 것 같아. 내가 힘들 때, 무너졌을 때도, 여전히 누군가는 나를 보고 있다는 걸 느꼈으니까.
요즘은 이런 경험을 좀 더 자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단순한 역할이나 규칙이 아닌, 그 사이에 있는 ‘나’를 발견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 그래서 최근에 파트너와 연락하려고 했을 때, 좀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처음으로 **SM톡**이라는 앱을 사용해봤어. 오픈채팅 같은 거는 너무 넓고 어색한 느낌이 들어서, 내가 원하는 건 좀 더 은밀하고 진지한 대화였거든. 그 앱은 사람들이 상대방의 성향이나 취향에 맞춰서 채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처음엔 걱정했는데, 실제로 써보니까 의외로 매끄럽더라. 파트너도 나랑 비슷한 스타일이었다는 게 알려지자마자, 자연스럽게 대화가 풀렸고, 결국 그날처럼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
결국 그날의 울음은 나에게 많은 걸 가르쳐줬어. 감정이 갑자기 올라온다고 해서 무너지는 게 아니라, 그게 오는 이유를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순간 자체가 플레이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거든. 그건 내가 누구인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기도 하고. 지금은 그 감정이 또 올라올지 몰라. 하지만 이제는 두려움이 아니라, 그 순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껴.
그 후엔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울었다는 사실 자체가 어색했고, 그걸 다 보고 있는 상대가 오히려 더 조용하고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는 걸 보면, 내가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의 끝이 아니라 시작처럼 느껴졌거든. 그날 밤은 플레이 이후에도 긴장감이 풀리지 않았어. 집안에 조명을 꺼두고 침대 위에서 혼자 누워 있었는데, 그때 생각났던 게 바로 ‘내가 정말 이 사람과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라는 질문이야.
아무래도 나는 오랫동안 ‘내가 제어해야 한다’는 자세를 유지해왔던 것 같아. 감정이 올라오면 그것을 억누르거나, 분위기를 다시 조절하려는 습관이 생겼고, 그래서 때로는 내 마음이 어디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어. 그런데 그날은 그게 달랐어. 감정이 왔고, 나는 그걸 거부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감정 안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지. 그건 단순한 ‘약해졌다’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나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확신 같은 게었어.
다음 날 아침, 그 파트너가 깜짝 놀랄 만한 메시지를 보내왔어. “어제는 네가 말 안 하고 있던 그 부분, 내가 봤어.” 라고. 내가 웃는 척했던 것 같았는데, 그는 그것조차도 나를 보는 눈으로 받아들였다는 거야. 그리고 “그냥 있어줘서 고마워”라고 썼어. 그 문장 하나에 가슴이 먹먹해졌어. 나는 그저 ‘역할’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거든.
그리고 요즘, 그 경험을 되새길수록 점점 더 중요한 게 하나씩 드러나고 있어. 바로 ‘감정의 정당성’이라는 거야. 내가 울었을 때, 그게 ‘플레이가 실패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는 증거였다는 걸 이제야 알겠어. 우리가 서로에게 허락하는 건 단순한 역할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인간성을 인정하는 거니까. 그래서 지난주엔 다시 **SM톡**에서 간단한 대화를 시도했어. 이번엔 비밀번호 없이, 별도의 앱 설치 없이 바로 연결되는 방식이었는데,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대화가 흘러갔어. 오픈채팅처럼 흩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한 사람과의 대화라는 게 얼마나 깊은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지 실감했지.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내가 이제 더 이상 ‘이 순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하지 않는다는 거야. 예전엔 플레이 중에 감정이 올라오면, ‘지금 이 감정이 나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혹시 과잉 반응이었나’, ‘내가 너무 의존적인가’ 하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어. 그런데 지금은 다르지. 감정이 왔을 때, 그걸 어떻게든 잘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졌어. 그게 나를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를 더 깊게 만들어주는 거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날의 울음은 결코 ‘실수’가 아니었어. 그것은 내가 스스로를 인정하기 위한 첫걸음이었고, 그걸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 또 어떤 감정을 감당할 수 있는지까지 조금씩 알아가는 계기가 된 거야. 이제는 그 감정이 올라올지 몰라. 하지만 두려움은 없다. 오히려 기대가 돼. 그 감정이 올라온다는 건, 내가 여전히 살아 있고, 느끼고, 그리고 누군가와 진심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증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