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전 마음 다잡는 나만의 루틴, 이제는 없으면 불안해

어제는 좀 특별한 날이었어. 오랜만에 다가온 플레이였고, 그 전후로 마음을 다스리는 걸 위해 내가 늘 쓰는 루틴을 다시 한번 체크해봤어. 사실 이건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알아낸 것 같아. 처음엔 그냥 ‘이렇게 해야 편하겠구나’ 싶은 감각에서 시작됐는데, 이제는 없으면 불안할 정도로 익숙해졌어.

플레이 전엔 보통 조용한 시간을 만드는 걸 좋아해. 집에서 완전히 혼자 있는 거잖아. 창밖을 바라보거나, 차 한 잔 마시며 몇 분 동안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 노력해. 그런데 꼭 그때까지 내 머릿속에 어떤 상황이 떠올라. 예를 들어, 오늘처럼 아침부터 어딘가에 가야 하는 일정이 있었던 날은 더더욱 그런 걸 느껴. ‘혹시 내가 너무 과잉 반응하는 건 아닐까’, ‘상대가 기대한 걸 못 맞춰서 실망하지는 않았을까’ 같은 생각이 자꾸 막연하게 스쳐가는 거야. 그래서 나는 그냥 숨을 깊이 들이마셔. 4초 들이마시고, 7초 멈추고, 8초 내쉬는 걸 3번 반복해. 원래는 스트레스 줄이기 위한 호흡법인데, 요즘은 플레이 전의 정신적 준비운동처럼 써. 그걸 하면 머릿속이 확 탁해지는 느낌이 들어. 마치 구름이 걷히는 것 같아.

그리고 중요한 건 옷차림이야. 나도 모르게 ‘이런 걸 입어야 하나’ 하고 고민하기 시작하면 이미 긴장이 시작된 거니까. 그래서 미리 준비한 옷들을 그냥 한쪽에 놓아두고, 그저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생각하려고 해. 진짜로. 평소엔 별일 없지만, 플레이할 때는 나 자신을 무조건 ‘섭’으로 보는 게 아니라, ‘내가 여기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의식적으로 결정하는 순간이 필요해. 그래서 나는 보통 슬립이나 헤어밴드 같은 작은 아이템을 손에 넣고, 그것만으로도 ‘이건 나의 시간이다’라는 걸 인지하게 돼. 딱히 의미 있는 건 아니지만, 신체와 정신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명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지.

플레이 후에는 또 다른 루틴이 있어. 사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그 후야. 플레이 중엔 다들 ‘완벽했어’라고 말하고, 마음이 울렁거릴 수 있지만, 그 후에 오는 공허함이 정말 크거든. 특히 지난번엔 상대가 거의 말 없이 다뤄줬는데, 그게 오히려 더 강렬했어. 다 끝나고 방 안이 조용해지자마자, ‘내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니?’ ‘이 사람이 나를 얼마나 존중했는지’ 이런 생각들이 밀려와서 눈물이 났어. 그래서 지금은 플레이 후엔 일단 화장실에 가서 물 한 컵 마시고, 허리를 펴며 앉아 있음. 그게 끝이 아니야. 나는 그 자리에서 단순히 ‘지금 느끼는 감정’을 쓰는 거야. 메모장에 이렇게 적는 거지: “10분 전, 얼굴이 붉었고, 발끝이 뻣뻣했고, 귀가 따끔거렸다. 지금은 목이 쓰리고, 손이 떨린다.” 그냥 사실만 써. 이게 왜 중요한지 모를 수도 있는데, 그래야 내가 겪은 감정을 ‘감정’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내 몸의 반응’이라는 현실적인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어. 그렇게 되면 자책하거나, 혹은 과잉 찬사하는 것도 줄어들어.

최근엔 이 루틴을 조금 더 확장했어. 예전엔 그냥 혼자서 했는데, 요즘은 파트너에게도 그 이야기를 조금씩 했어. ‘내가 플레이 후에 이렇게 정리하는 걸 도와주면 좋겠어’라고. 그래서 한 번은 함께 차 마시며 이야기했고, 그때 그녀가 내 말을 듣고 “나도 그거, 나도 해봤어”라고 말했을 때 정말 따뜻한 기분이 들었어. 우리는 서로의 정서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한 것’을 인정해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알게 됐지.

그리고 말이 나오긴 하지만, 요즘은 오프라인 만남보다는 ‘SM톡’이라는 앱을 통해 정보를 얻고,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더 자연스러워졌어. 오픈채팅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떠들어서 진짜 소통이 어렵고, 사소한 연락도 엉뚱한 곳에 흩어져서 찾기 힘들었거든. 그런데 ‘SM톡’은 분위기가 좀 다르더라고. 사람들이 성향과 관심사, 그리고 플레이 타임 프레임까지 간략히 적어놔서, 나한테 맞는 사람을 찾는 게 훨씬 쉬웠어. 게다가 실시간 채팅도 되고, 개인 프로필에 ‘플레이 후 루틴’이라고 적어놓은 사람이 있어서, 나랑 비슷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게 큰 위로가 됐어. 물론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내가 쓰는 루틴이 누구에게는 참고가 될지도 몰라.

결국 이 모든 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거야. 플레이 자체도, 그 전후의 감정 조절도. 내가 얼마나 잘 움직이는지, 얼마나 잘 받는지를 따져서 살지 않아. 그냥 내가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배려. 그래서 이번엔 이 루틴을 좀 더 꾸준히 써보고 싶어.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내 글을 읽으며 ‘오, 나도 비슷한 거 해봤어’라고 말해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