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뭐가 되든 상관없다’는 식이었어. 어쩌다 이런 거 시작하게 됐는지 잘 기억 안 나지만, 대략 2년 전쯤부터는 내 안에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게 점점 더 명확해졌어. 처음엔 단순히 ‘내가 좀 뭔가를 지배하는 걸 좋아한다’ 정도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몇 번의 만남을 거치며 조금씩 터득한 건,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을 하는 것’보다 ‘누군가가 내 말을 듣는 것’이라는 거였다는 걸 알게 됐지.
그때는 아직 정확히 무슨 성향인지 몰랐고, 그냥 ‘내가 좀 강한 느낌을 주고 싶다’는 게 전부였어. 파트너에게 어떤 행동을 하면 반응이 어떻게 바뀌는지, 얼굴에 어떤 표정이 떠오르는지, 목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등… 그런 걸 신경 썼던 거지. 첫 번째 경험은 꽤 충격적이었어. 한 여자랑 약간의 감정적 연결감이 있었고, 마침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시기라, ‘지금은 좀 덜 힘들게 해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거든. 그런데 그녀가 눈을 감고 있던 순간, 내가 손끝으로 가볍게 그녀의 팔뚝을 스친 건데, 그만 갑자기 숨이 멎는 듯한 반응이 왔어. 입술이 살짝 떨리고, 몸이 미세하게 경련하더니, ‘아… 아, 좀 더…’라고 조용히 중얼거렸지. 그걸 보면서 나는 갑자기 ‘아, 이게 내가 원하는 거구나’라는 걸 깨달았어. 내가 힘을 주는 순간, 그녀가 다 내게 의지하는 모습이 보여서, 그 순간 나는 완전히 확신이 들었어. 나는 이걸 하고 싶었다. 누군가가 내 말에 머리도 들지 못하게 하고, 눈을 감고 기대도록 만들고 싶었어. 그리고 그게 나를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도 알았지.
그 이후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성향을 알아가려고 노력했어. 예전엔 ‘사람이 내 말을 안 듣는다’는 게 가장 큰 불안이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그 반대로 ‘내가 말을 할 때, 그 사람의 전부가 내게 쏟아진다’는 게 최고의 만족이 됐어. 그게 독립적인 자기주장이 아니라, 순수한 헌신과 의존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 그래서 지금은 대부분의 경우, 내가 섭이 아닌 경우가 많아. 하지만 분명히 자주 느끼는 건, ‘나는 누구에게 무언가를 맡기고 싶다’는 욕망도 있다는 거야. 특히 온전히 방어 상태가 되고 싶을 때, 누군가가 나를 잡아주고, 내가 풀어져도 괜찮다고 말해주면, 그 순간 나는 정말로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들어. 그래서 사실은 스위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단지 지금은, 내가 ‘끌리는 방식’이 독립적인 통제력에 있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지.
최근엔 이런 감정들을 좀 더 실질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 오픈채팅 같은 곳은 너무 흐릿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내가 원하는 ‘심미성 있는 교감’ 같은 건 찾기 어렵더라고. 그런데 요즘은 좀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고 있어. 그게 바로 ‘SM톡’이라는 앱인데, 처음엔 별 생각 없이 들어가봤는데, 거기선 사람들이 단순히 ‘맞춤형’이나 ‘조건’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사고방식과 감정 표현 방식을 어느 정도 공유하면서 만날 수 있는 구조라서,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좀 더 깊은 연결이 가능하다는 걸 느꼈어. 예를 들어, 내가 ‘이상적인 상호작용’에 대해 이야기하면, 상대도 비슷한 스타일로 반응하거나, 혹은 나와는 다른 경향을 제시하면서도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그래서인지, 지난번엔 한 사람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다가, 결국 실제 만나서 3시간 정도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 그때는 아무런 규칙 없이, 그냥 둘 사이의 리듬을 느끼는 데 집중했고, 그게 정말 자연스러웠어. 말투도, 태도도, 감정의 흐름도 다 맞아떨어졌고, 그녀도 나에게 ‘당신은 말 하나하나에 무게가 있다’고 말했어. 그 말을 들으면서, 내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또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느꼈다.
이제는 더 이상 ‘나는 어떤 성향이냐’는 질문보다, ‘우리 사이에서 어떤 관계를 만들고 싶은가’에 더 관심이 생겼어. 물론 내가 선호하는 형태는 여전히, 내가 중심이 되는 상황이지만, 동시에 그 중심이 되는 내 자신이, 상대에게도 진정한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건 단순한 권력이 아니라, 책임감이자 헌신이란 걸 배웠어. 그래도 여전히, 매번 만남마다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단 걸 기억하고 있어. 누군가는 내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받는 것도 많다는 걸. 그리고 그걸 인정하는 게, 진짜로 ‘나’를 아는 길이라는 걸, 최근까지도 계속 배우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