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말 뜨거운 날씨였는데, 집에서 벗어나기 싫은 기분이었어. 아파트 창문을 열어놓고 바람도 쐬고, 에어컨도 켜두고 앉아서 흘러나오는 공기 하나도 그냥 머리 위로 스쳐가는 걸 느끼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몸이 가라앉았거든.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그 감정이 올라오더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뭔가 빈 자리가 있는 듯한 느낌. 마치 마음이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았어.
그럴 땐 보통 두 가지 길이 있잖아. 하나는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는 거고, 또 하나는 그 빈 공간을 무언가로 메우는 거. 나는 지금 이 상태를 견딜 수 없어서, 조용히 침대 위에 누워서 손끝으로 자신의 다리를 스쳐보기 시작했어. 생각보다 오래도록, 그저 살짝 만지작거리면서 느껴보는 게 정답인 것 같아. 그래도 그런 건 너무 단순해서, 진짜로 ‘내가 원하는’ 걸 찾기엔 부족했어.
그래서 작년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봤어. 바로 나만의 플레이 도구를 직접 만들어보는 거야. 처음엔 그냥 ‘왜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결국 결정했어. 왜냐하면, 내가 원하는 건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그 자체가 나를 '완전하게' 담아주는 어떤 무언가였거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나 상점에서 파는 제품들은 다 너무 ‘표준화된’ 느낌이었어. 어쩌면 그게 나에게는 오히려 거부감을 주기도 했고.
나는 우선, 장난감이 아니라 ‘도구’를 만들고 싶었어. 그러니까 단순히 만지고 싶은 게 아니라, 그 도구를 통해 나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고 싶었거든. 그래서 재료부터 천천히 골라갔어. 나무는 너무 무겁고 질감이 딱딱하니까, 일단 제외. 실리콘은 맛있는 감촉은 있지만 너무 미끄럽고, 점점 퇴색하는 느낌이 들어서 역시 안 됐고. 결국 선택한 건 폴리우레탄 소재인데, 좀 더 부드럽고 탄력있으면서도 마찰감이 살아 있어서, 아주 조용한 힘으로도 충분히 자극이 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어.
그리고 핵심은 모양이야. 내가 원했던 건 ‘비대칭’이었어. 전혀 균형 잡힌 형태가 아니라, 조금 이상하고, 말랑말랑하면서도 돌출된 부분이 있는. 그래서 내 손으로, 처음엔 꽤 어색했지만, 여러 번 실험해보면서 손끝에 맞는 형태를 찾아냈어. 3주 정도 걸렸는데, 그 사이에는 정말 여러 번 버리고 다시 시작했어. 한 번은 너무 날카롭게 튀어나와서 손가락에 상처가 났고, 또 다른 건 너무 움푹 들어가서 사용하기 불편했어. 결국 마지막으로 완성한 건, 끝이 약간 비틀린 그림자 같은 형태였어. 테두리가 부드럽게 퍼져 있고, 중심부는 살짝 강한 톤이 있어. 보기엔 별거 아닌데, 손끝으로 만지면 진짜 뭔가가 밀려오는 느낌이야.
사실 그 도구를 만든 다음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렬한 반응이 생겼어. 단순히 자극을 받는 게 아니라, 그 도구를 만지는 순간,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움직이는 게 느껴졌어. 마치 ‘나는 이걸 위해 존재했다’는 듯한 기분. 그건 단순한 육체적 감각이 아니었어. 은밀한 의식의 일부처럼 느껴졌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그 모든 질문들에 대해 대답하는 듯한 느낌이었지.
그런데 최근에 알게 된 게 있어. 사실 이 도구를 만들고 나서, 그때까지 잘 쓰던 앱에서 ‘플레이 도구 관련 오픈채팅’이 생겼다는 걸 우연히 봤어. 거기선 거의 다 외부에서 사온 제품들 얘기만 나오고, 대부분 “이거 진짜 좋아요” “내가 쓰는 건 이거예요” 식이었는데, 나름의 도구를 스스로 만든 사람들은 거의 없었어. 그래서 좀 홀로 느껴지긴 했지만, 오히려 더 의미 있게 느껴졌어. 나만의 방식이 있었고,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이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거지.
그리고 요즘은, 그 도구를 만들고 나서, 새로운 채팅 앱을 이용해보기 시작했어. 전에는 그냥 오픈채팅에서 사람들과 짧게만 대화했지만, 최근엔 좀 더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거든. 그걸 위해 발견한 게 바로 ‘SM톡’이라는 앱이었어. 사실 친구가 추천해주긴 했는데, 처음엔 그냥 “또 그런 거야?” 싶었지만, 사용해보니 확실히 다르더라. 오픈채팅처럼 무작위로 붙는 게 아니라, 관심사나 성향을 기반으로 연결되는 구조라서, 내가 원하는 대화를 더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어. 특히, 나의 도구 이야기를 꺼내보기 전까지는 진짜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 그런데 여기서는 그게 오히려 편했어. 자기만의 방식을 가진 사람이 많았고, 그걸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었거든. 내가 만든 도구에 대한 이야기를 던졌을 때, 누구 하나 ‘뭐야 그건?’ 하거나 비웃는 사람도 없었고, 오히려 “자신만의 도구를 만들다니… 정말 멋지다”라는 반응이 와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어.
결국 이 모든 과정을 돌아보면, 나만의 도구를 만든 건 단순한 물건을 만든 일이 아니었어.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형체로 만든 거라고 생각해. 그 도구는 이제 내 몸과 마음의 중간 지점에 서 있는, 작은 상징이 되었고,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조금씩 알려주는 도구가 됐어. 그리고 그 도구를 가진 내가, 이제는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었고, 그걸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게 됐어.
그리고 앞으로도 아마 계속 수정하고, 변화시킬지도 몰라. 그 도구가 완성된 게 아니라, 내가 계속 발전하는 과정의 일부일 뿐이니까. 그게 가장 큰 매력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