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좀 이상한 하루였어. 아침부터 뭔가 가라앉은 기분이었고, 밤엔 그 감정을 씻어내기 위해 자주 가던 곳에 갔는데, 생각보다 무거운 기분이 더 커졌어. 그날은 그냥 아무렇게나 스쳐가는 게 아니라, 몸이 다 끌려오는 것 같았지. 허리 위쪽에서부터 움직이지 않아도 내 안의 어떤 것이 움직이고 있다는 걸 느꼈어.
그때 떠올린 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거였어. 돔과 섭의 역할을 바꿔보는 거. 말로만 듣긴 했지만, 실제로 해본 건 처음이었어. 내가 예전엔 늘 ‘무조건’ 조절하는 쪽이었거든. 상대가 어디서 어떻게 흐트러질지 미리 계산하고, 내가 정해주는 방향으로 모든 걸 이끌었어.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있었지만 동시에 피로감도 컸어. 상대가 어쩌면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척 하는 방식’으로 움직일 때가 많았거든. 그걸 깨달은 건 최근에야.
그날은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어. 파트너에게 말했어. “오늘은 내가 네가 원하는 대로, 네가 지시해줘도 괜찮아.” 말을 하고 나니까, 스스로도 약간 얼굴이 뜨거웠어. 마치 옷을 벗는 것처럼, 겉으로는 평범한 말인데 속으로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지. 그런데 그게 오히려 자유로웠어. 나는 이제 선택의 주체가 아니라, 선택의 대상이 되는 게 가능하다는 걸 처음 알았어.

처음엔 어색했어. 손목을 잡고 있는 게 당연한 일인 줄 알았는데, 이번엔 그 손을 따라야 했지. 그 사람의 손길이 살짝 떨리는 걸 느꼈어. 아마 나도 그런 모습을 보여줬을 거야. 내가 통제하던 사람이 지금은 나를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현실감 없게 느껴졌어. 그건 마치 외부에서 들어온 음악을 듣는 것 같았어. 내가 제작한 플레이리스트가 아닌, 누군가가 내 마음에 맞춰 곡을 골라주는 거였지.
그 사람은 내가 원했던 방식대로 다가왔어. 처음엔 너무 조심스럽기도 하고,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태도가 있었지. “괜찮아?” “이 정도 괜찮아?” 그런 말을 계속 했어. 처음엔 불편했어. 내가 편안함을 만들기 위해 항상 적극적이었던 게,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수 있다는 점이 낯설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반복이 오히려 신비롭게 느껴졌어. 그 친구가 내 몸의 반응을 핑계 삼아 움직이는 게 아니라, 진짜 내 입맛을 보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알게 됐어.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내가 눈을 감고 있을 때였다. 손끝으로 목 아래쪽을 스며들어 오는 접촉이 끊이지 않았어. 그건 단순한 자극이 아니었어. 그 사람의 손끝이 나를 ‘읽는’ 방식이었어. 나의 긴장, 근육의 움직임, 숨결의 변화까지도 감지하려는 듯이. 그래서 내가 떨렸다는 걸 알아차리자, 그 사람은 조용히 말했어. “너 진짜 좋아하는 걸 너 혼자 몰라서 힘들어하는 거야.”

그 말을 듣고, 다시 눈을 떴어. 그 사람의 눈이 내 눈을 보고 있었고, 그 안에는 내가 본 적 없는 믿음이 담겨 있었어. 그 순간, 내가 원했던 게 결코 통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 나는 단지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었지. 그 사람이 내 마음을 억지로 끌어내려 하지 않고, 내 안의 욕망을 찾는 데 집중했을 뿐이었어.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제어하던 게 아니라, 내가 풀릴 수 있는 공간이라는 걸 느꼈다. 그 사람은 나를 ‘잘 관리하는’ 게 아니라,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었어. 내가 필요로 하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었고, 그것이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다는 걸 전달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어. 어느새 내가 지시하던 자리가 비어 있었고, 그 자리엔 누군가가 내 허락 없이도 내 존재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사람이 앉아 있었어.

결국, 그날 이후로 나는 조금 달라졌어. 매번 ‘통제’를 강요하던 습관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 습관이 내 모든 관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 내가 원하는 게, 내 의도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내 의도를 이해하고 그것을 따르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으니까.
그리고 요즘은 좀 더 신중하게 사람들을 만나는 중이야. 그때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게 하나 있어. 내가 흔히 말하는 ‘플레이’는 단지 몸의 움직임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방식이라는 걸. 그걸 실천하기 위해 지난주엔 오픈채팅보다는 좀 더 질서 있는 만남을 위한 플랫폼을 찾아봤어. 거기서 만난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SM톡’이라는 앱을 추천했거든. 정확히 말하자면, 정보를 얻은 경로는 그 앱이었어. 오픈채팅보다는 검증된 사람들이 많고, 연락처 공유 없이도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편했어. 뭐, 아직은 다뤄본 게 짧지만, 어쨌든 이번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람과 시작해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