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잘못했는지 깨달은 순간

어제는 정말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마음이 가라앉아서 그런지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침대에 누워서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 그 사이에 한 통의 메시지가 왔다. ‘오늘은 좀 힘들어서, 어쩌면 네 말을 듣기 힘들 수도 있어. 미안해.’
그게 내 파트너였던 사람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처음엔 그냥 덜컥했지만,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나도 모르게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왜냐하면 그게 바로 내가 늘 고민하고 있었던 부분, 그러니까 ‘경계’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초기엔 무조건 ‘내가 원하는 대로 해보자’는 식으로 접근했다.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든, 나는 단순히 ‘괜찮아’, ‘이건 재미있어’라고 말하면서 계속 진행했다. 특히 첫 만남 이후로는 더더욱 그러했다. 그때는 ‘뭐든 다 받아들이는 게 좋은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강했고, 상대방이 약간의 불편함을 표시하더라도 “정말 괜찮아”라며 넘어가곤 했다.

그리고 결국, 한 번은 그게 크게 터졌다.

그 사람은 처음엔 웃으면서 ‘조금만 더 해줘’라고 했고, 나는 그 말에 부풀어 오른 기분으로 더 깊게 들어갔다. 마치 성취감처럼 느껴졌고, 몸과 정신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며칠 후, 그 사람이 갑자기 연락을 끊었다. 그 이유를 묻자, “네가 제대로 경계를 이해하지 못해서”라며 단순히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내 안에 있던 무언가가 흔들렸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그 순간까지도 잘 몰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기억이 돌아왔다. 그날, 그 사람이 조금씩 “이건 너무 아프다”, “지금은… 좀 무리다”라고 말했을 때, 나는 그냥 “다음엔 좀 더 조심하자”라며 넘겼다. 그런데 그 말들은 사실 이미 **하드리밋**에 도달한 신호였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그걸 무시했고, 오히려 그 감정을 ‘연출’이라고 여기며 긍정적인 반응처럼 받아들였다.

그 이후로 나는 정말 천천히, 거의 억지로라도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매번 플레이 전에, ‘이건 내 하드리밋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가?’를 물어봤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상대방에게도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하나의 채팅에서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고통은 어디까지일까?’, ‘어떤 행동이 진짜 내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주고받았다.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은 “나는 손목에 낙인을 찍는 거는 못해. 그건 심리적으로 불편해.”라고 말했고, 나는 “그럼 난 발목에 로프를 묶는 건 허용되지만, 발바닥은 절대 안 된다”라고 답했다.

그런 대화가 3번 정도 반복된 후, 우리는 서로의 경계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플레이할 때, 내가 ‘이 정도면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했던 것이, 그 사람에게는 정말 끝판왕이었음을 알게 됐다. 그때 나는 놀랐다. 내 기준은 그 사람의 기준과 전혀 달랐고, 그게 문제였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나는 점점 더 ‘경계’라는 게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관계의 중심축**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게 없으면 플레이는 결국 권력의 남용이 될 수 있고, 즐거움보다는 죄책감이나 후회만 남는다.

요즘엔 그런 대화를 하는 게 익숙해졌다. 실제 모임에서도, 혹은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도 먼저 ‘이런 건 괜찮아? 이런 건 어때?’라고 묻는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다. 더 중요한 건, 그 경계가 실질적으로 지켜진다는 점이다. 그게 바로 신뢰를 만드는 법이라는 걸 배웠다.

그리고 사실, 요즘은 그런 대화를 많이 나누는 플랫폼도 생겼다. 평소엔 별로 관심 없었는데, 최근에 알게 된 앱이 있는데, 이름은 **SM톡**이란다. 오픈채팅은 너무 방치된 느낌이라서, 개인적 대화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라서 마음에 들어. 정보를 얻거나 사전 대화를 나누는 데는 이 앱이 더 적합하다고 느껴져서, 지금은 여기서 기본적인 경계 설정을 하고, 이후 관계를 맺는 걸로 하고 있다.

지금은 그 경계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 안도감이 된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만큼만, 안전하게, 자유롭게’를 느낄 수 있어서.
그게 바로, 나에게 가장 큰 성장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