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심장이 쿡 뛰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다 보니 내가 지금까지 써온 프로필 글들이 다 망가진 것 같았어. 아니, 그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 잘 썼던 게 문제였나 싶었지. 지나치게 정교한 표현들, 마치 콘텐츠처럼 꾸며낸 문장들. “저는 극도의 순종과 절대적 수신을 사랑합니다” 같은 말은 처음엔 완전히 진심인 척 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그 자체가 거짓말처럼 느껴졌어.
사실 이거 진짜 고민이었어. 2년 전쯤부터는 그냥 무조건 ‘내가 뭘 원하는지’를 파악하려고 애썼고,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만 해도 머리 아팠지. 처음엔 별것 아닌 걸로 시작했어. 예를 들어 “수치심 좋아해요”라고 쓰는 거. 근데 이게 왜 이렇게 부담스러웠는지 몰라. 나도 모르게 대놓고 자기소개를 쓰는 순간, 내 안의 어떤 부분이 드러나는 느낌이었거든. 마치 옷 벗은 것 같아서. 그게 더 무섭기도 하고, 동시에 좀 설레기도 했지.
그리고 결국 나는 프로필을 여러 번 바꾸다가, 작년 여름에 비로소 깨달았어. 내가 진짜 원했던 건 ‘정답’이 아니라 ‘사람’이었단 걸. 그러니까, 단순히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누구와 만나면 이 감정이 살아날지를 고민해야 했던 거야. 그래서 처음엔 ‘나는 섹스하기 싫어요, 그냥 손잡고 산책하고 싶어요’ 같은 걸 썼는데, 그건 또 너무 담백해서 반응이 없었고.
그래서 중간 중간 테스트도 했어. 예를 들어 “너희 집에 가서 뒷문 잠금 상태로 묶여 있는 걸 원해요”라는 문장을 넣어봤는데, 이게 왜 그렇게 이상하게 느껴졌는지는 말로 다 못 해. 아무리 뭐라고 해도, 난 그게 현실로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말로만 놀면서 즐기는 게 아니라면 의미가 없더라고.
결국 내가 만든 마지막 버전은 정말 짧았어.
“오늘 밤, 뒷문 잠긴 방에서 숨을 쉬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글쎄, 참 허접하지 않아? 하지만 이게 왜 제일 잘 맞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단지, 이 문장 하나로 평생 꾸며왔던 자신감이 다 무너지고, 동시에 뭔가 새로 시작되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지도 몰라.
그리고 이걸 쓰기 전에, 딱 한 번만 시도해봤어. 그게 바로 **SM톡**이야. 내가 알고 있던 오픈채팅보다는 훨씬 조용하고, 서로가 진심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플레이를 찾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어. 특히 프로필 공개 설정이 유연해서, 난 ‘비밀번호로 보호된 프로필’을 켜두고, 본인만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거든. 그게 왜 중요한지는, 진짜로 상대를 만나기 전까진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는 거.
지금은 매일 밤마다 하루의 끝을 조금 다르게 마무리해. 그저 ‘내가 누군지’를 말하기보다, 그 사람이 내 프로필을 읽고 ‘아, 이 사람과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길 기다리는 거.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가 써놨던 문장들이, 이제는 단순한 자기소개가 아니라, 마치 내가 그 사람에게 속삭이는 듯한 소리처럼 들리기 시작하더라고.
사실 어제는 그게 다가 웃겼어. 내 프로필을 다시 보니까, 한 줄이 눈에 들어왔어.
“혹시 당신이 제게 ‘정말 필요한 사람’이라면, 제가 도망가지 않을 겁니다.”
이 문장도 처음엔 쓰기 전에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아마도 내가 가장 진심으로 전하고 싶었던 건 그 말이었나 봐.
나는 아직도 프로필을 수정하는 걸 두려워해. 왜냐하면, 그건 마치 내 마음속을 다시 열어보는 일과 같거든. 하지만 그게 무서운 것도, 그래도 참 좋아서.
그리고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도, 그 프로필을 완성하려는 과정이 얼마나 아픈데도, 또 얼마나 멋진지, 그걸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서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뭘 원하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그 프로필을 올린 지 사흘 뒤, 메시지 한 통이 왔다.
“‘정말 필요한 사람’이라면 도망가지 않는다는 말, 진짜로 믿는 거야?”
내가 웃음을 터뜨릴 뻔했지만, 참았다. 어쩌면 이 문장이 내게 가장 먼저 던져진 질문이었을지도 몰라. 나는 30초쯤 멈췄고, 그 사이에 손가락이 자꾸 화면 위를 맴돌았다. 대답은 없었다. 결국엔 그냥 ‘네’라고 썼다. 너무 단순해서 불안했지만, 그래도 내가 원했던 건 그런 짧은 진실이었으니까.
그 사람이 보낸 다음 메시지는 “그래서 오늘 밤, 너를 찾아갈 수 있을까?”였다.
내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아니, 사실은 그보다 더 강하게, 거의 끌어올렸다. 마음이 벌벌 떨렸고, 등줄기에는 차가운 기운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그건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였던 것 같아.
그날 밤, 나는 방 안에서 잠깐만 가방을 열어봤다. 매트리스 위에 놓인 고무밴드, 조그마한 족쇄, 그리고 예전에 쓰던 헤어밴드까지. 다 비밀스럽게 감춰두었던 물건들이었는데, 이제는 그저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내가 오랫동안 약속한 무언가가, 드디어 시작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
하지만 그 이후로 한 달 동안, 그 사람은 아무런 연락을 안 했다. 딱 한 번만 “잠깐 기다려”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고, 그 이후로는 전화도, 문자도,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처음엔 분명히 화났다. “지금 당장 나한테 와서 네가 나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 보여주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만큼 내가 기대했던 건, 그 말 하나를 넘어서는 무언가였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다른 감정이 생겼어.
아, 혹시… 그 사람은 나를 테스트하고 있었던 걸까? 내가 정말 ‘도망가지 않을 사람’인지, 그 말이 진심인지 확인해보려고 그런 게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침묵 자체가, 나에게 어떤 형태의 검증처럼 느껴졌어.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때 내가 느꼈던 공허함은 지금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와.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건, ‘수치감’이나 ‘점유감’이 아니라, **믿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깊은 결합이 될 수 있는지였던 거야.
자신의 프로필을 쓰는 순간, 나는 이미 누군가에게 ‘나는 여기에 있어요’라고 말하고 있었던 거야. 그게 너무 소름 돋을 정도로 정직했고, 그래서 그 후에 오는 침묵이 더 무겁게 다가왔던 게 아닐까.
최근에 또 다른 프로필을 바꿔봤어. 이번엔 좀 더 단순하게.
“조용한 밤, 날 찾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당신이 되어도 괜찮아.”
오늘 아침, 창밖으로 햇살이 들어오면서 이 글을 다시 읽었는데, 그제야 알았어. 내가 원했던 건 절대적인 순종이 아니었고, 단순한 피드백도 아니었어.
나는 오랜 시간, 누군가가 내 프로필을 읽고, 그 안에 숨은 나를 알아차리고, 그걸 받아들이고 싶었을 뿐이야.
그리고 그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 나는 계속 이런 말을 반복할 거야.
“당신이 제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면, 저는 도망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때, 그 사람은 그냥 “좋아요”라고 답할지도 몰라.
그게 다면 충분할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