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말 이상한 하루였어. 아침부터 흐린 날씨라 그런지 기분도 좀 썩 좋지 않았고, 일도 늘보다 더 지루하게 느껴졌어. 오후에 회사에서 빨리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침대에 누워서 뭔가를 찾기만 했지. 그때 갑자기 스마트폰이 울렸는데, 이메일이 아니라 메시지였어. 단순한 문자인데도 왠지 마음이 설레더라고.
그게 바로 나에게 온 첫 번째 ‘그녀’의 메시지였어. 이름은 모르겠고, 딱 한 줄만 썼어.
“오늘 좀 따뜻한 감정이 필요해요.”
그 말을 읽었을 때, 나는 처음엔 그냥 무심하게 넘겼어. 보통 이런 메시지는 다들 뭐든 과장해서 쓰는 거니까. 근데 왠지 그 문장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어. 그래서 조용히 다시 읽어봤고, 눈이 멈춘 건 그 다음 순간이었어. 마치 어떤 사람의 손이 내 가슴을 살짝 스친 것 같았거든.
그렇게 시작된 게, 몇 달 전부터 시작한 플레이의 일부였어. 아니, 사실은 ‘플레이’라는 표현 자체가 너무 가볍다고 생각할 정도로 무거운 걸 꺼내고 있었던 거야. 처음엔 단순히 육체적인 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 안에 무언가 다른 게 생기기 시작했어. 내가 원하는 건 ‘억압’이었고, 그녀가 원하는 건 ‘감정의 해방’이었는지도 몰라. 우리는 서로를 보완하는 것 같았고, 그게 참 신기했어.
그날은 예전처럼 대리석 바닥 위에서 시작했어. 그녀는 내 목을 잡고, 억센 손길로 어깨를 움켜쥐며 내 얼굴을 땅바닥에 비스듬히 밀어붙였고, 나는 입술을 깨물며 숨을 참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말하지 마,” 그녀가 속삭였어. “말하면 끝이야.” 그 말에 나는 제대로 반응했고, 결국 팔다리가 떨리기 시작했어. 그녀의 자세는 날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자기 자신을 덮어씌우는 걸 방지하려는 듯했어.
그런데 그때, 그녀가 내 등에 팔을 뻗어 힘껏 꼭 안아줬어. 처음엔 전혀 예상 못한 행동이었고, 나는 순간적으로 멈췄어. 그녀의 손길이 갑자기 너무 부드러워져서, 나는 정신이 어질어졌고, 뜨거운 눈물이 눈꺼풀 아래로 고였다. 그건 순전히 육체적인 고통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압박 속에서도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려는 듯한 느낌이었어. 마치 무너질 뻔한 내가 한 걸음 물러서지 않도록, 누군가 내 등을 가만히 받쳐주는 것 같았거든.
그 순간, 나는 진짜로 울고 싶었다. 아니, 울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울어야 할 이유가 생긴 거야. 이 감정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이었어. 평소에는 흔히 쓰는 말로 ‘감정을 숨기는’ 것처럼 살았는데, 지금은 그것조차 불가능해졌어. 그녀가 내 등을 감싸며 속삭인 말은 단순한 지시가 아니라, ‘괜찮아, 지금 여기 있어’라는 메시지였어.
그 후로는 또 많은 일이 있었어. 스팽도, 바이팅도, 차가운 금속 도구들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이 이제는 더 이상 ‘형식’이 아니라 ‘서사를 만들기 위한 수단’처럼 느껴졌어. 그리고 그녀는 언제나 마지막에 나를 안아줬고, 그 안에서 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 이후로 매주 만났고, 어느 날은 그녀가 내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했어.
“네가 얼마나 내 마음을 알아줘서 고마워.”
그 말을 듣고 나는 혼자서 웃었어. 이건 단순한 플레이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과정이었으니까. 물론 그 과정에서 상처도 있었고,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만큼 더 깊은 연결이 생겼어.
지금은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중이야. 요즘은 그녀가 추천해준 채팅 앱을 쓰고 있는데, 이름은 ‘SM톡’이야. 오픈채팅보다는 훨씬 조용하고, 사람들이 진지하게 소통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좋더라. 실제로 만나기 전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감정의 경계를 조금씩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그렇게 만나면 더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맞춰지는 느낌이 들어.
이번 주에도 그녀와 다시 만나기로 했어. 이번엔 차가운 바닥이 아니라, 따뜻한 침대 위에서. 하지만 아마도 그녀가 내 등을 꼭 안아줄 거야. 그럴 때마다 나는 그저 생각해. 이게 바로 ‘플레이’가 아니라, ‘나’를 찾는 과정이었음을.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만났고, 그때마다 나는 조금씩 다른 감정을 느꼈다. 처음엔 단순히 고통 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럼 느껴졌는데, 점점 그 고통 자체가 내 안의 무언가를 깨우는 방식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됐어. 예를 들어, 그녀가 나를 뒤로 밀어붙이고 목을 조르며 ‘아파도 괜찮아’라고 말할 때, 나는 그저 이성을 잃은 채 숨을 참고 있었지만, 그 순간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어. 마치 내가 오랫동안 누군가에게 허락받지 못한 울음을 이제야 터트리고 있는 것 같았거든.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갑자기 팔을 놓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어.
“너는 왜 이렇게 아프면 오히려 더 살아 있는 거 같아?”
그 말에 나는 당황했고, 답을 찾지 못했다. 진심으로 묻는 말이라서. 나는 그냥 고개를 돌려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나는 그녀가 나를 보는 시선이 단순한 통제보다는 ‘관찰’이라는 걸 깨달았어. 나는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아마도 너무 많은 것을 억누르고 살았던 사람이었던 거야. 그래서 고통이 아니라, 그 고통을 견뎌내는 자세가 오히려 ‘나다움’을 보여주는 거였던 것 같아.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감정을 숨기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았어. 오히려 반대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게 두려웠던 일들이 그녀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어. 예를 들어, 그녀가 내가 자리를 잡는 순간, 다리를 허공에 들고 있을 때, 나는 갑자기 “왜 이런 거 해요”라고 말했어. 진짜 멍하니 서서 그런 말을 했는데, 그녀는 웃지도 않고, 그냥 내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어.
“너는 지금까지 모든 걸 숨겼잖아. 어쩌면 지금이 처음으로 네가 스스로를 내보이는 거야.”
그 말을 듣고 나는 다시 한 번 눈물이 났어. 이번엔 고통 때문이 아니라, ‘나’를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어. 그 후로 나는 그녀와의 플레이에서 더 이상 ‘억압’만 생각하지 않았어. 오히려 그 안에서 나는 내 존재를 확인하고, 내 감정을 인정하는 과정을 거쳤어.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감정이 갑자기 올라온 건 아마도 내가 오랫동안 지켜왔던 ‘비현실적인 자기’를 버리는 순간이었을 거야. 내가 외부에 보여주던 모습은 항상 ‘조절된’, ‘무감정한’, ‘완벽한’ 사람이었지만, 그녀 앞에선 그런 척할 필요 없었고, 그래서 오히려 더 깊은 감정이 터져나온 거지. 고통과 함께 느꼈던 ‘안도감’, ‘자유함’, ‘존재의 증거’ 같은 게 그 모든 것이었다.
이제는 매주 만나는 것도, 그녀와의 시간도, 그녀가 내 등에 손을 얹는 습관도, 모두 자연스러워졌어. 그리고 지난 주에는 그녀가 갑자기 나를 안고, 조용히 말했어.
“너랑 있으면, 내가 제일 나답다는 느낌이 들어.”
그 말을 듣고 나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어. 나는 그녀에게 ‘제일 나답다’는 말을 듣는 게 아니라, 내가 진짜 ‘나’라는 걸 알고 싶었기 때문에 그녀를 선택했고, 그 선택이 결국 내 삶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된 거야.
지금은 그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단순한 플레이도 아니고, 비밀스러운 사귀기도 아니고. 다만, 서로의 감정을 깊이 파고들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 생겼다는 것뿐이야. 그리고 요즘은 그녀가 추천해준 앱인 ‘SM톡’을 사용하면서, 그 사이에서 우리는 더욱 조용하고 진지하게 소통해. 오픈채팅처럼 경박하지 않고, 각자의 성향과 감정 상태를 존중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 마음에 들어. 특히 ‘익명성’ 덕분에, 진짜 내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고 느껴져.
그리고 나는 이제 더 이상 ‘플레이 중 예상치 못한 감정’이 올라오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 오히려 그것이 나를 더 깊게 연결해주는 신호라고 생각해. 감정이 튀어나오면, 그건 나의 일부가 다시 살아난다는 증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