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뭔가 어색하고 허무한 느낌이었어. 오픈채팅방에서 하루에 몇 번씩 메시지 쏘고, 반응도 잘 안 오고, 아예 대화가 턱없이 부족했거든. 한 달쯤 지나니까 그게 다 싫어졌어. 단순히 ‘아 이 사람 말이 맞다’거나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같은 말만 주고받는 거라서, 오히려 더 외로워지는 기분이 들었어. 내가 원하던 건 그런 식의 수평적이고 평범한 대화가 아니라, 좀 더 깊이 있는 연결감, 혹은 약간의 긴장감이 섞인 상호작용이었거든. 그래서 그때쯤 친구가 추천해준 게 ‘SM톡’이었어.
처음엔 별 생각 없었는데, 가입하고 나서 2~3일 정도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그냥 뭐 이런 걸로 뭔가 변화가 생길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어느 날 밤, 갑자기 메시지가 와서 살짝 놀랐어. “안녕하세요, 최근에 온 신규 이용자인데요. 관심 있는 분위기가 있으신가요?” 하는 식으로 시작된 메시지였어. 무심코 답장은 했지만, 진짜로 이렇게 실질적인 반응을 받는 건 처음이라서 조금 민망하면서도 기분 좋았어. 그 이후로 조금씩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됐고, 결국 실제로 만나기까지 했어.
솔직히 그 전까지는 오픈채팅방에서 ‘상하관계’라든가 ‘플레이’ 같은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웠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말을 꺼내면 허황된 반응이나 농담이 돌아오기 일쑤였고,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긴 너무 조심스러웠거든. 근데 ‘SM톡’에서는 메시지가 제한적으로 오고가는 방식이라서, 서로의 의도와 성향을 조금 더 진지하게 파악할 수 있었어. 예를 들어, 내가 ‘오늘 밤에는 무언가 묶이고 싶다’는 식으로 말하면, 바로 ‘그럼 어디서? 어떻게?’라는 질문이 오는 거야. 자연스럽게 관계의 전개를 함께 고민하는 느낌이었어. 오픈채팅보다는 확실히 매너리즘과 경계선이 훨씬 명확했고, 적어도 ‘이 사람과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 싶은 인식이 생겼어.
그리고 중요한 건, 내가 원했던 게 단순히 ‘조폭처럼 억압당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권위와 책임감, 그리고 그것을 감수하는 마음이 있다는 점이야. 그래서 ‘SM톡’에서 만난 사람과는 그게 비슷한 방향으로 진행됐어. 예를 들어, 내가 ‘저녁 먹을 때 손목을 묶어달라’고 했을 때, 그 사람은 즉각 “물론입니다. 하지만 오늘 저녁은 제가 준비한 음식을 드셔야 해요. 그리고 먹는 동안은 손이 자유롭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답했어. 순간 머릿속이 화끈해졌어. 이런 식으로 ‘나는 너의 통제 아래에 있다’는 사실이 물리적이고 정서적으로 동시에 느껴지면서, 그 자체가 즐거움이 되는 거야. 그건 오픈채팅에서 상상할 수 없는 거였어.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어. 바로 ‘사람들이 너무 정교하다’는 점이었어. 아니, 정교하다기보다는, 미리 모든 것을 계획하고 정리해서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어. 특히 초보자 입장에서 보면, ‘이 사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였어. 예를 들어, 내가 “오늘은 뭔가 집중이 안 돼요”라고 말했더니, 바로 “그럼 저는 먼저 당신의 심장을 두드리겠습니다. 다음에 손목을 묶어드릴게요. 감정은 그대로 두시고, 순응해주세요.” 같은 식으로 답장이 와서 당황했어. 말투는 굉장히 차분하고 세련되지만, 그만큼 내 감정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정확한 조율이 필요했다는 걸 느꼈어. 그게 재미있기도 했지만, 아까운 부분도 있었어. 내가 정말 원했던 건, ‘진짜 막연한 욕구’를 말하고, 그걸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는데, 그게 다 미리 정해져 있어서 조금 무게가 느껴졌어.
또 하나는, 앱 자체의 시스템이 너무 정교하다 보니, ‘사람이 사라진다’는 느낌이 강했어. 오픈채팅처럼 편하게 스며들 수 있는 기회는 없었고, 대신 ‘내가 선택한 사람’과만 소통하게 되는 구조라서, 매번 신경 쓰였어. 그게 좋은 점이기도 하고, 불편한 점이기도 했어. 내가 진짜 뭔가 느끼고 싶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때, 그 사람은 그 감정을 ‘정해진 플레이북’처럼 받아들여주는 경우가 있었거든. 그게 나에게는 오히려 압박이었어. 내가 ‘이 순간에 뭔가 허탈함이 느껴져요’라고 말했을 때, 그 사람은 ‘그럼 지금부터 제가 당신의 허탈함을 감싸줄게요’라고 말해서, 진짜 눈물이 났어. 그러나 그게 너무 끝없이 정형화된 방식이라서, 그 순간의 감정이 너무 격렬하게 포장되어버리는 느낌이 들었어.
결국, 나는 ‘SM톡’이 오픈채팅보다 훨씬 나은 점이 있다고 생각해. 진짜 대화의 질이 다르니까. 하지만 그만큼 사람과의 관계가 ‘디테일’ 중심으로 흘러가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정이 사라지는 것 같다는 아쉬움도 남아. 내가 원한 건, 진짜 혼란스럽고 불안한 순간에 누군가 나를 잡아주고, 그 순간을 함께 경험하는 거였는데, 그게 ‘플레이북’이라는 이름으로 뒷받침되다 보니, 내가 겪는 감정이 너무 빠르게 정리되고, ‘관례’처럼 느껴지기도 했어.
지금은 여전히 ‘SM톡’에서 만난 사람과 자주 대화를 나누고 있어. 서로의 경계를 계속 확인하며, 때로는 미묘하게 조정하기도 해. 하지만 여전히, 오픈채팅처럼 허둥지둥 끼어들 수 있는 그런 순간은 오지 않아. 그게 아쉬운 것도, 또 그게 오히려 참 멋있는 것도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