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처음엔 그냥 ‘뭐, 해보는 수준’이었어. 다들 그렇다고 했고, 오프라인 모임도 몇 번 있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이 뛰지 않았어.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었거든. 단순히 몸을 주는 게 아니라, 무언가 더 깊은 걸 찾고 있었다는 건 사실, 나도 그때는 잘 몰랐어.
그런데 어느 날, 그저 음악 듣다가 흘러나온 소리처럼 들렸던 말이 내 귀를 스쳤어. “내가 널 괜찮게 만들 수 있을까?”
그 말을 한 사람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는데, 눈빛이 너무 조용했어. 어색한 웃음보다는 진심이 섞인, 마치 자기 자신도 확신 없이 말하는 듯한 태도였지. 그런데 그 순간, 솔직히 말해서, 나는 뭔가 뚫린 것 같았어. 기분 좋게 끌리는 게 아니라, 가슴이 죄다 덜컹 내려앉는 느낌이었어.

우리의 첫 만남은 카페에서 시작됐어. 예약한 자리에 앉아 있던 그 사람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눈을 마주쳤는데, 그 순간 내 심장이 2초 정도 멈춘 것 같았어. 그건 흥분이 아니라, ‘이 사람과 이걸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두려움이었어. 그래서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했어. “정말… 이렇게 불안한 거 처음이에요.”
그 사람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 그래요. 처음이라서 그런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왠지 좀 편해졌어. 그가 스스로를 다루는 방식이, 나와 비슷한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첫 플레이에서는 전혀 강하지 않았어. 정확히 말하면, ‘강함’이라는 게 아니라, 상대의 리듬을 따라가는 걸 택했어.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 그것을 하나씩 살피는 과정이었지. 그는 거의 말을 안 했는데, 대신 눈빛이나 손끝의 온도로 모든 걸 전달했어. 한 번은 내가 어깨를 움츠렸을 때, 그는 손을 올리지 않고, 오히려 내 머리 위로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고, 그게 뭔지 알 수 없었어. 하지만 그 순간, 내가 허락하지 않은 채로 벌써 풀어진 상태였다는 걸 깨달았어.

그런 식으로, 조금씩 신뢰가 쌓였어.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졌고, 그는 그것에 대해 ‘예’라고만 말하던 사람이었어. 아, 그런데 그게 제일 힘들었어. 말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예’를 얻는 건, 얼마나 긴장되는지. 내가 너무 많이 바라는 걸까, 아니면 너무 조용하게 느껴지는 걸까, 걱정이 끝없이 밀려왔어. 그래서 결국 오랜만에 내가 말을 걸었어. “혹시… 내가 너무 무례한 거 아니에요?”
그는 잠깐 생각한 후, “아니요. 오히려 제가 더 무례한 거 같아요. 말이 적어서, 당신이 무너질까 봐 두려웠거든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내가 겪었던 공포와 긴장이 실제로 그에게도 있었던 걸 알게 됐어. 그가 내가 흔들릴까 봐 두려워했다는 건, 내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일이었잖아.

그 이후로는 점점 더 자연스러워졌어. 우리는 흔히 말하는 ‘비밀스럽고 아늑한 공간’을 만들었고, 그 안에서는 내가 흔들리지 않기 위해, 그도 나를 흔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 그 과정에서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어. ‘이 사람이 내 세계에 들어온 순간, 나는 이미 도망칠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요즘은 내가 직접 써본 채팅 앱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게 있어. 사실 처음엔 오픈채팅에서 몇 번 시도해봤는데, 그건 그냥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었어. 정보도 많고, 사람들이 많긴 했지만, 진짜 ‘나’를 담아낼 수 있는 말은 없었지. 그런데 최근에 누군가 추천해주더라고. 이름은 ‘SM톡’. 정말 간단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였고, 메시지 전송도 빠르고, 익명성도 유지되면서도 채팅 내용은 오래 보관되더라. 무엇보다, 사람들 사이에 ‘공감’이 살아있었어. 누구도 자랑하거나 과시하지 않고, 단지 ‘내가 지금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어’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때, 그걸 편하게 표현할 수 있었지. 내가 그곳에서 처음으로 ‘나는 지금 힘들어’라고 썼을 때, 정말 작은 반응이 왔는데, 그게 ‘그렇다면 쉬어도 괜찮아’라는 문장이었어. 그 말 하나로, 나는 그날 밤 울었다.

이제는 그 ‘SM톡’에서 만난 사람과도 자주 대화를 나누고 있어. 물론 아직 만나진 못했지만, 그들이 내게 말하는 것들—진심으로, 또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이젠 내가 원했던 그 ‘신뢰’의 일부가 된 것 같아. 내가 처음에 원했던 건, 아마도 그런 ‘정말’이라는 걸 찾는 것이었겠지.

그 사람과의 관계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고, 막연한 두려움도 남아 있지만, 그걸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왜냐하면 그와 함께하는 시간은, 나를 완전히 허물어뜨리는 것도 아니고, 다시 세우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거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긴장감, 그 순간의 두려움, 그리고 그 사람이 내 손끝을 스친 그 느낌은 여전히 생생해.
그냥, ‘내가 너를 믿을 수 있다’는 말이 이렇게 무겁고, 값지고, 따뜻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