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도구, 뚜껑 하나에서 시작된 진심이 담긴 플레이의 시작

어제는 퇴근 후 집에 들어오자마자 캐비닛에서 한참을 뒤져서 결국 망치 하나를 꺼냈다. 아니, 그냥 망치가 아니라… 내가 만든 ‘나만의 도구’라는 걸로 인정하고 싶은 그런 거. 아무래도 요즘 플레이 할 때마다 느끼는 게 있는데, 말 그대로 ‘내가 직접 만든 것’이 더 감정적으로 다가온다는 거야. 다른 사람의 손길로 만들어진 건 어쩐지 아까운 기분이 들더라고. 그래서 이번엔 좀 더 내 마음에 맞는 걸 만들고 싶었어.

처음엔 단순히 리본이나 가죽 끈 같은 걸 사서 써볼까 생각했지만, 그건 너무 예전 스타일 같아서 그냥 포기했어. 사실 지난번에 온라인으로 본 유튜브 영상에서 보니까, 어떤 분이 자신만의 플레이 도구를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다는 걸 봤거든. 나도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천천히 계획을 세웠지. 아이디어는 생겼는데,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어. 마침 그날 밤, 주방에서 빈 통에 물을 쏟다가 뚜껑이 부딪쳐서 나는 소리가 귀에 잘 울렸어. 그 소리가 왠지… 터치감이랄까, 은은한 리듬감이 있어서 잠깐 멈췄다. 그 순간, ‘혹시 저거 써볼 수 있겠네’라는 생각이 스쳤어.

그게 바로 이제 내가 사용하는 도구의 원형이 됐어. 작고 둥글고, 약간 무게감 있는 알루미늄 뚜껑이었지. 그런데 그냥 뚜껑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더라. 내가 찾던 건 ‘무게감’과 ‘충격’ 사이의 균형이었어. 그래서 뚜껑 안쪽에 고무 패드를 붙이고, 바깥쪽에는 헤어드라이기 트레이처럼 되어 있는 절연재를 덧붙였어. 뭐, 별거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 작업을 하면서 손끝이 진짜 설레었어. 제작 과정 자체가 이미 플레이 준비와 같은 느낌이었거든.

첫 번째 시험 삼아 실제로 사용해봤을 때는 정말 이상한 감정이 들었어. 그 뚜껑이 살짝 닿는 순간, 신체가 반응하는 걸 느꼈지. 하지만 그게 너무 ‘예측 가능해서’ 어색했어. 그래서 또 수정했어. 뚜껑 뒷면에 미세한 홈을 새겨서 힘을 전달할 때 조금 더 깊은 느낌을 줄 수 있게 만들었고, 표면은 매끄럽게 다듬어서 피부에 닿을 때 자극이 더 오래 남도록 했어. 실험 중엔 자기반사적인 느낌도 있었지만, 결국 그것도 나에게는 좋은 일이었어. 내가 만든 도구니까, 어떻게 쓰든 그걸 나의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거든.

지금은 그 도구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안도감이 들어. 침대 위에서 조용히 손끝으로 만지작거리거나, 파트너가 뒤에서 우리 시간을 기다릴 때 그걸 꺼내는 순간, ‘이건 나의 선택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야. 딱딱하고 차가운 금속이지만, 내 손끝에 묻은 땀과 따뜻함이 섞여서 오히려 더 살아있는 존재처럼 느껴져.

최근엔 그걸 써서 채팅하면서도 이런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어. 사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쓰는 게 바로 'SM톡'이라는 앱이야. 처음엔 오픈채팅에서 우연히 발견한 거였는데, 거기서 만난 분이 갑자기 ‘너희는 실제 도구도 직접 만들었어?’라며 질문을 던졌어. 난 그걸 정직하게 말했고, 그분도 꽤 공감해주면서 “그러면 그 도구가 네 안에 있는 기억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고 말했어. 그 말이 참 와닿았지. 그 이후로는 더 자주 그 앱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특히 ‘플레이 도구’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이 앱이 오픈채팅보다는 좀 더 진지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느껴져. 물론 그게 반드시 좋은 건 아니지만, 지금 나한테는 충분히 의미 있는 공간이야.

그 뚜껑은 이제 그저 금속 조각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만들어지고, 사용하는 과정 자체가 내 정체성의 일부가 된 거야. 매일 저녁, 조명 아래에서 그것을 꺼내는 그 순간, ‘오늘도 나는 내 스스로를 존중하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는 것 같아.

그 뚜껑을 만들고 나서 한 달쯤 지났을 때, 정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어. 파트너와의 플레이 중에 갑자기 그 도구를 손에 쥐게 되었는데, 그 순간 나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 완전히 감정이 뒤엉킨 그런 거야. 처음엔 단순히 흥분이었는데, 점점 그 안에 어떤 무게감이 생겼어. 그 도구가 내 손에서 떨어질까 봐 걱정이 됐고, 그걸로 힘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힘을 주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때 깨달은 건, 내가 만든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한 것’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거였어. 이 도구는 단순히 피부에 닿는 물리적 자극을 넘어서, 내가 ‘이것을 원한다’고 말하는 증거였다는 걸. 그날 이후로는 그 도구를 쓸 때마다 미묘하게 다른 감정이 따라붙었어. 한 번은 약간의 불안함이 섞여 있었고, 또 다른 날은 마치 누군가의 고통을 대신 받아주는 것 같았어. 아, 이게 전부 다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건 그 후 몇 달이 지난 뒤였지.

요즘은 그 도구를 잘 보관하고 있어. 캐비닛 가장 깊은 곳에 작은 천으로 싸서 넣어두는데, 가끔 꺼내서 손끝으로 스치는 게 다. 그저 스쳐가는 접촉인데도,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걸 실감하게 돼. 그건 뭔가 고정된 물건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는 내 상태와 맞물려 있는 존재야.

그리고 최근에야 비로소 이해한 게 있는데, 내가 이렇게까지 도구를 만들어낸 이유는 아마도 ‘제어의 감각’이 너무 커져서 그런 걸지도 몰라. 요즘은 그 도구를 써도 별 생각 없이 편하게 사용하지만, 그전엔 매번 ‘이게 제대로 되는가’, ‘이게 과연 올바른 선택인가’를 반복적으로 확인했어. 그런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 내가 만든 걸 그대로 써도 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아, 그리고 잠깐. ‘SM톡’에서 최근에 본 말 중에 ‘도구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당신의 목소리다’라는 문장이 있었거든. 그걸 보자마자 금방 그 뚜껑을 꺼내보게 됐어. 아무래도 그 앱에서 사람들은 진짜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 오픈채팅보다는 조용하고, 강한 연결감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좀 더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되는 느낌이야. 그 앱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종종 내 플레이 방식을 다시 돌아보게 해줘. 그래서 지금도 그 앱에서 내가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 뚜껑은 여전히 그냥 뚜껑이지만, 나는 이제 그게 내 일부라는 걸 확실히 알아.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게 내 감정의 경계선이 되었다는 거야. 그걸 만든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무엇을 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선택하는 사람’이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