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좀 특별한 날이었어. 처음으로 내 기준에 맞는 세이프워드를 정해봤는데, 그게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결국은 너무나도 당연한 걸 선택하게 됐지.
처음엔 그냥 ‘아니오’ 하나면 되겠구나 했는데, 막상 플레이 중에 몸이 멍해지고 의식이 흐릿해질 때쯤 다시 생각해보니까 그게 안 될 거라는 게 느껴졌어. 단순히 ‘멈춰줘’라고 말하는 건 뭔가 부족했거든. 그래서 한참 동안 고민했고, 사실은 지금도 그 선택이 잘된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내가 선택한 건 ‘스테이크’였다.
정말 우스운 소리 같을 수 있는데, 그건 내가 늘 좋아했던 음식이니까. 스테이크를 먹을 때의 느낌, 그 뜨끈하고 촉촉한 육즙, 그리고 뚱뚱한 패티 위에 바르는 마늘 버터 향… 그런 걸 떠올리면 갑자기 현실로 돌아오는 기분이 들어. 그걸로 의미를 부여하기로 결정했지. ‘스테이크’라는 단어를 말하면, 다가오는 감각이 확 달라져. 예를 들어, 주인님께서 목줄을 조여주거나, 손목을 억지로 뒤로 잡아서 고통을 유발할 때, 나는 심장이 뛰고 숨이 가빠지지만, 그 순간 ‘스테이크’라고 말하면 그 모든 것이 멈추는 거야. 동시에 그 맛, 그 냄새, 그 따뜻함이 떠올라서 마치 현실로 돌아온 것 같아.
사실 이건 나만의 비밀 코드였는데,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지적했다가, 리거 쪽에서 “그거 진짜 좋은데?”라며 웃길 정도로 반응했어. 그러고 나서는 그게 점점 더 자연스러워졌고,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리거가 눈빛만 보고 이해해주는 경우도 생겼어. 아마도 내가 ‘스테이크’를 말할 때의 표정이나 목소리 톤이 무의식적으로 전달되는 걸 알았던 거겠지.
그런데 문제는 이게 처음부터 이렇게 쉬운 게 아니었다는 거야. 처음엔 약간의 자존심 때문에 ‘스테이크’라는 게 너무 일상적이거나, 너무 유쾌해서 제대로 된 세이프워드가 아니라고 생각했어. ‘모두 멈춰’ 같은 강력한 표현이 더 낫다고도 생각했고, 혹은 ‘버려’처럼 긴급감 있는 단어도 고려했지만, 결국 마음이 안 들어. 그런 단어들로 말하면, 오히려 더 깊은 몰입이 끊기고, 정작 중요한 순간에 오히려 감정이 끊겨버리는 느낌이 들었거든.
그리고 또 하나 고민한 건, 세이프워드를 말할 수 있는 환경이었어. 원래는 옷을 벗고 플레이하다 보면 목소리가 흔들리고, 심지어 말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때는 ‘스테이크’를 외쳐도 알아듣지 못하거나,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그래서 이제는 리거에게 미리 말해놨고, 플레이 전에 “내가 ‘스테이크’라고 하면 즉시 멈춰줘”라고 단단히 정해놨지. 그래서 지금은 그 말을 할 때마다, 리거의 태도가 확 달라져. 바로 반응을 보이고, 나는 그 반응 자체에 안도감을 느끼는 거야.
요즘은 정말 많은 정보를 모으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도움이 된 건 오픈채팅에서 만난 한 사람의 이야기였어. 그 사람이 “세이프워드는 자기만의 감정과 연결돼야 진짜 작동해”라고 말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그 말을 계속 떠올리면서, ‘스테이크’라는 단어가 내 안에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깊이 생각했고, 결국 그걸 선택하게 됐지.
그리고 지금은 실제로도 많이 쓰고 있어. 최근에 만난 파트너와의 첫 플레이에서도 사용했고, 결과적으로 훨씬 더 안전하고 집중된 시간을 보냈어. 물론 그 전에는 다소 조마조마했는데, ‘스테이크’를 말한 순간, 리거가 즉각 반응하면서 그 불안함이 사라졌어. 그 느낌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마치 누군가가 내가 속절없이 빠져들어가는 세계에서 끌어낸 것 같았어.
뭐, 아무리 그래도 여전히 ‘스테이크’라는 단어가 너무 일상적인 게 걱정되기도 해.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게 오히려 좋은 거 같아. 내가 진짜로 살아있는 순간, 그 상징적인 맛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게, 그만큼 현실감을 유지하게 해주는 거니까.
최근에는 이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커뮤니티에서 공유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사실 요즘은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데 더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데, 특히 ‘SM톡’이라는 앱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겪은 것들이 얼마나 넓은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다시금 느끼고 있어. 오픈채팅보다는 분위기가 더 진지하고, 서로의 경험을 존중하는 분위기라서, 세이프워드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도 조금 더 솔직하게 나눌 수 있었어. 그 안에서 ‘스테이크’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들어보고, 나 역시 새롭게 배우는 중이야.
결국 세이프워드는 단순한 명령어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감정을 관리하고, 어디까지 몰입할 수 있으며, 언제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작은 신호란 걸 깨달았어. 그리고 그 신호가 내 삶의 일부가 되는 순간, 정말로 안전하고 깊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