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원하는 건, 누군가 내 말에 복종하는 것인지

처음엔 그냥 ‘뭐, 나도 그런 거 조금 해봤다’ 정도로 생각했었어. 대학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내가 이거 하나만 잘하면 다 되는 거 아니야?’ 싶은 말을 하곤 했고, 뭐 어쨌든 그게 무언가를 즐기는 거였다면 괜찮았던 거지.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게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내 안에 무언가가 깨어나기 시작하는 것 같았어.

그 전까지는 내가 정말 정확히 어떤 성향인지 몰랐어. 옛날엔 ‘남자니까 약간 강한 느낌 주는 게 자연스럽다’ 정도로 여기다가, 여자 친구가 “너 진짜 너무 통제하고 싶어 보여”라며 웃는다고 해서 오히려 당황했었거든. 그때는 ‘난 그냥 관계에서 좀 더 중심 잡고 싶은 거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완전히 다른 차원의 감정이었어. 말은 안 했지만, 그녀가 내 말을 듣고 있느냐, 내 눈치를 보느냐, 내가 결정을 내리면 그것에 순응하느냐 — 그 모든 순간이 마치 쾌감처럼 느껴졌어. 아, 그런데 이건 이상한 거야, 내가 그렇게 느끼는 건 왜일까?

그러다가 한 번은 예전에 자주 만났던 상사와 술 마시면서 얘기가 꼬여서, 갑자기 ‘내가 네게 제일 많이 얻는 거는, 네가 나한테 복종하는 걸 보는 거야’라는 말을 했는데, 그 순간 내가 뭔가를 잘못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을 하고 나서 그 사람도 잠시 말이 없더니, 조용히 웃으며 “진짜 너, 자기가 뭘 원하는지 알면 좋겠다”고 말했어. 그 말이 뒤에 오래도록 머릿속에 맴돌았어.

그 이후로 계속 혼란스러웠어. 나는 도저히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 건 아닌데’라고 말할 수 없었고, 반대로 ‘나는 완전히 스위치가 아니잖아’라고 확신할 수도 없었어. 결국은 그냥 실험해보기로 했지. 처음엔 단순히 연애하면서 일상적인 작은 통제를 해봤어. 예를 들어, ‘오늘 저녁 메뉴는 내가 골라야 해’라거나, ‘옷차림은 내 기분에 따라 해야 돼’ 같은 식으로. 아주 미미한 것들이었지만, 그게 누군가에게 ‘나는 이 사람이랑 할 때만 이런 걸 받아들여’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는 걸 알게 됐어. 그리고 그게 또 내가 뭔가를 ‘내가 만들고 싶은 거’라는 느낌을 줬어. 내가 결정하는 순간, 그걸 따르는 모습이 보이면, 그 자체로 내 안에서 무언가가 울컥 하는 거야. 경직되기도 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이게 뭔지 모르겠었어. 근데 절대 ‘나는 싫다’고 느끼진 않았어.

그런데 문제는 그게 남들한테는 과하거나 이상하게 보인다는 거였어. 그걸 이야기하면 대부분 ‘너 진짜 뭔가 이상한 거 아니야?’라고 반응했고, 일부는 불편해하기도 했어. 그래서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경험을 쌓아갔어. 그러다가 최근에 온라인에서 우연히 발견한 플랫폼에서 ‘오픈채팅’ 같은 걸 들어봤고, 그게 좀 다르게 느껴져서 들어가봤어. 거기선 서로가 어떤 성향인지 짧게 적고, 뭔가 재미있는 채팅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조금 설레기도 했어. 실제로 들어가서는 여러 사람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있었고, 지극히 개인적인 톤으로 ‘내가 오늘 아침에 그 사람에게 명령을 내렸어’라던가, ‘그녀가 내 말을 듣고 웃는 걸 보니 너무 행복했다’ 같은 말을 나누는 걸 보면서,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혼자 고민했지’ 싶기도 했어.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한 파트너가 “나는 도메인과 섭이 뒤섞이는 거 좋아해.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언제 무슨 역할을 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거야. 그게 핵심이지”라고 말한 거였어. 그 말을 읽고 며칠 동안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어. 나도 그랬어. 내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거야. 내가 그 사람에게 커맨드를 주는 순간, 그게 내 본능이 아니더라도,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의미가 생기고, 그게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결정하는 거야. 그러니까, 나는 스위치도 아니고, 완전한 도미네이터도 아니야. 다만, 내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일 뿐이야.

그리고 요즘은 그 오픈채팅보다 더 실질적인 경험을 하고 있어. 작년쯤부터 ‘SM톡’이라는 채팅 앱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었어. 처음엔 그냥 정보 공유 목적이었는데, 점점 그 안에서 내 성향을 더 분명히 이해하게 됐어. 특히,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감정이 올라오는지, 어떤 말을 들으면 마음이 떨리는지, 그게 뭔지 정리하게 되면서, ‘내가 이런 걸 원한다는 건, 내가 이 방식으로 연결되고 싶다는 거야’라는 걸 깨달았어. 오픈채팅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실제 관계 형성에도 연결되는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나한테는 더 매력적인 공간이 됐어.

결국 지금은, 내가 어디에 속하냐는 질문보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가장 나답게 느껴지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어. 내가 말을 걸고,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바라보는 순간 — 그게 바로 내가 존재하는 방식이라고 느껴져. 그래서 이제는 ‘돔인지 섭인지’를 정의하려고 하지 않아. 다만, 내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를 선택하는 것, 그것이 내 진짜 성향이라는 걸 알게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