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뭐가 되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생각했었어. 무언가를 했을 때의 감정이 강했고, 그게 쾌감인지, 압박감인지, 오히려 고통스럽기까지 했지만 끊어내질 못했던 게 어쩌면 시작이었던 것 같아. 몇 년 전, 친구 집에서 술 마시다가 막상 한참 뒤에야 갑자기 헛소리처럼 “내가 왜 이래?”라며 웃던 기억이 나. 그날은 평범한 모임이었는데, 친구가 말을 놓고 있는데 내가 갑자기 그걸 내 방식으로 받아들여서 그런지, 그 말이 틀렸다는 걸 알고도 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 아니, 그보다는 ‘나로선 안 되겠지만, 네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내가 그걸 받아들이는 건 괜찮아’라는 느낌이었거든.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하게도 나는 자기 주장을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는 걸 원하지 않았어. 오히려 반대로, 누군가에게 내 편이 되어주는 게 더 설레었고, 그 사람이 내게 무엇을 요구하든, 나는 그걸 받는 것 자체가 즐거웠어. 그래서 그 이후로 조용히 실험해보기 시작했지. 혼자 있을 땐 별 일 없이 살았는데,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조금씩 감정이 바뀌는 거야. 예를 들어, 친구가 옷을 좀 벗는다고 하면, 나는 그걸 보는 게 아니라 ‘내가 그걸 벗기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 생각이 무서울 정도였어. 아, 그런데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이게 제일 잘 맞는 거야’라고 느껴진 거지.
그러다가 만난 사람이 있었어. 처음엔 단순히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던 사이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혹시 네가 뭔가를 통제하는 걸 좋아할까?”라는 질문을 던졌어. 그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글쎄요, 저는 그런 거 별로 안 좋아요”라고 대답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다 달라지고 있었어. 그 사람은 나를 뚫어져라 보더니 “그럼, 내 말에 따르는 건 어때?”라고 물었고, 나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기분으로 “…그래도 될까요?”라고 답했어. 그 순간부터, 내가 진짜 ‘무엇인가’를 택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
그 이후로 몇 번의 플이 있었고, 모두 다 내가 제일 깊이 있는 감정을 느꼈던 경험들이었어. 특히 한 번은, 오랜만에 만나는 파트너와의 만남이었는데, 그는 첫 시간부터 ‘네가 내 말을 듣는 거, 정말 멋있어’라고 말했고,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나올 것 같았어. 비록 내가 ‘받는 쪽’이었지만,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여기에 세워줬는지, 그 모든 감정이 내 안에서 빛을 발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결국 그날 밤, 그 사람이 “나는 네가 어떤 성향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너는 진짜 내 경험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그 말을 잊을 수 없었어.
그리고 요즘은 이런 걸 또 하나 발견했어. 사실, 제가 지금까지 거의 매일 하는 일이 있어. 가끔은 스위치 플을 할 때도 있고, 반대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해. 하지만 최근에 알게 된 건, 내가 진짜 ‘자신의 성향’을 알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준 건, 그저 흘러가는 관계가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는 거야. 그래서 요즘에는 오픈채팅보다 더 실질적인 소통이 가능한 곳을 찾다가, ‘내가 뭘 원하는지’, ‘내가 누구를 원하는지’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해준 앱을 발견했어. 바로 **SM톡**이라는 앱인데, 처음엔 그냥 정보 공유 채널쯤으로 생각했는데, 실제 사용해보니까 사람들이 정말 진심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성향을 서로 존중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가 있어서, 나도 모르게 오래 머물게 됐어. 특히 저번엔 ‘자신이 흔히 말하는 “절대 안 된다”는 말이, 실제로는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어서”라는 뜻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어서, 그걸 읽고서는 아주 오랫동안 혼자 고민했지. 그걸 계기로, 내가 왜 어떤 행동을 거부했는지, 그 선택이 내 안의 어떤 부분을 지키려는 것인지,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하게 됐어.
지금은 여전히 확신은 없지만, 그저 ‘나는 이 감정을 믿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돼. 내 성향이 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상태에서 더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지, 그리고 그 감정을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지. 그게 내 길이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