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자꾸만 생각나는 그녀의 얼굴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아서 그냥 흘러가는 식으로 스마트폰을 터치했지. 아무리 대화를 피하려 해도 눈앞에선 그녀가 웃는 모습이 반복됐고, 결국은 '어떻게든 연결되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서 온라인에서 쓸 수 있는 모든 걸 찾아봤어. 그중 하나가 바로 ‘SM톡’이라는 앱이었어.
처음엔 그냥 지인 추천으로 들어온 거라, 별 기대 없이 열어봤는데… 아, 진짜 놀랐어. 오픈채팅방들처럼 가입하고 바로 허락도 안 받고 무작정 들어가서 자기 소개글이나 사진 올리는 게 아니라, 프로필을 다 채우고 승인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더라고. 처음엔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게 더 마음이 놓였어. 왜냐하면 한 번에 몇십 명이 동시에 방에 들어와서 떠드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거든. 대신, 내가 원하는 성향, 플레이 스타일, 경험이 어느 정도인지 적고, 누군가 나를 보고 신청을 하거나, 내가 다른 사람을 선택할 수 있었어.
그런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단순히 ‘성향’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 플레이에서 어떤 감정을 원하는지’를 묻는 질문들이었어. 예를 들면 “강압감보다는 통제감이 더 중요해요”, “내가 맡기는 느낌이 좋아요”, “예민한 부분을 조심스럽게 다뤄주는 게 좋습니다” 같은 것들. 이건 정말 생소했어. 오픈채팅에서는 ‘스팽 좋아요’, ‘디지 좀 해요’ 이런 식으로 간단히 끝났는데, 여기선 내 감정적 욕구까지 파악하려는 태도가 느껴졌거든. 그래서인지 응답도 좀 더 진지하게 오더라.
내가 직접 만난 첫 상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셈을 해온 사람 같았어. 대화 중간에 ‘너무 빨리 플레이를 시작하려는 건 아닌지’라는 말을 던졌는데, 그 순간 내가 뭔가 너무 급하게 준비된 듯한 느낌을 받은 게 기억나. 그녀는 “우선 우리 사이의 리듬을 맞춰보자”며, 30분 동안 대화만 하고 본격적인 행위는 전혀 안 했어. 처음엔 불안했지만, 그 시간 동안 서로의 경계와 욕구를 나누면서, 실제로는 내가 원했던 ‘조용한 통제감’을 얼마나 잘 실현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었지. 그 이후로는 제법 자연스럽게 플레이가 진행됐고, 끝난 후에도 다시 얘기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어서 진짜 놀랐어.
하지만 아쉬웠던 점도 분명 있었어. 그래도 그건 전부가 아니니까. ‘SM톡’에서 내가 가장 아쉬운 건, 사실 오픈채팅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이용자의 수’가 너무 적다는 점이었어. 전체 사용자가 많지 않아서, 매번 원하는 성향의 사람이 나타날 확률이 낮았고, 특히 내가 원하는 ‘조용한 강압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 그래서 한 달 정도 썼는데, 정작 만나본 사람은 두세 명뿐이었어. 그리고 앱 자체의 디자인이 좀 낡아서, 검색 기능이나 프로필 정렬이 불편하기도 했고, 친구 추가나 메시지 전송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또 하나는, 승인 시스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프로필을 채우긴 했지만, 실제로는 ‘나를 찾아주세요’보다는 ‘저를 찾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식으로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어. 그래서 나는 결국 스스로 관심 있는 사람에게 먼저 연락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고, 이게 왠지 마치 ‘플레이어’가 아니라 ‘사람 찾기’에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지. 내가 원하는 건 ‘함께 할 수 있는 상대’였는데, 결과적으로는 ‘나를 고르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로 바뀌어버렸어.
근데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SM톡’을 통해 얻은 건 정말 큰 게 있었어. 그건 바로, 내가 어디서든 ‘나의 감정과 필요’를 말할 수 있다는 확신이었지. 오픈채팅에서는 모두가 ‘나는 이런 플레이를 좋아해요’라는 표현만 하다가, 실제로는 ‘왜 이걸 골랐는지’를 설명 못 했고, 그래서 결국 실패하거나 상처받는 일이 잦았거든. 그런데 여기선 내가 왜 ‘조용한 강압감’을 원하는지, 왜 ‘통제되는 것’이 내 쾌락의 중심인지, 그 이유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었어. 그래서 그 경험을 통해, 내가 진짜 원하는 플레이는 어떤 것인지, 더 분명하게 이해하게 됐어.
지금은 여전히 ‘SM톡’을 자주 쓰진 않지만, 그 경험은 내 플레이 방향에 영향을 주고 있어. 지금은 내가 원하는 상대를 찾는 데 있어서, 단순히 ‘성향’보다 ‘감정의 리듬’과 ‘경계의 존중’을 더 우선시하게 됐고, 그걸 위해선 언젠가 또 한 번, 이 앱을 다시 열어볼지도 몰라. 어쩌면 그게 바로 ‘SM톡’이 나에게 남긴 가장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