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고 한 번으로 달라진 관계의 시작

처음엔 니고가 뭔지 몰라서 그냥 ‘좋아하는 거, 싫어하는 거 말해주는 거’ 정도로만 생각했어. 근데 실제로 해보니까 그게 아니었어. 그냥 대화처럼 흘러가는 게 아니라, 진짜 뭔가를 준비하는 느낌이었거든. 나도 처음엔 좀 어색했고, 파트너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 그래서 그런 건지, 그날은 약간 긴장감 있는 분위기였어.

그때는 아직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만난 사람이었고, 오프라인으로 만나기 전에 웹캠으로 2~3번 정도 대화했던 사이였어. 서로에 대해선 다소 허접한 정보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신뢰가 쌓이는 듯했어. 그런데 막상 플레이를 하기 전에 ‘니고’를 할 때면 또다시 마음이 조여졌어. “내가 너무 많은 걸 요구하면 안 되겠지?”, “그렇다고 다 말 안 하면 오히려 더 위험하잖아?” 이런 생각이 계속 떠올랐지.

결국엔 그렇게 된 거야. 웹캠을 켜놓고, 한참 동안 말이 안 나오다가 결국 내가 먼저 말을 꺼냈어. “혹시… 니고 좀 할까? 혹시 편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이 말을 던지고 나서 손이 살짝 떨렸다는 건 부정 못 해. 뭔가 중요한 거리를 건너는 순간 같았거든. 파트너도 당황한 듯했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끄덕였어. 그 순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어.

우리는 일단 각자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건 절대 안 된다는 걸 정리했어. 나는 무조건 목 부분의 압박은 불편해서 못 견디겠다고 했고, 파트너는 외부 소음이 들어오면 집중이 안 된다고 했어. 그리고 ‘노카드’라는 건 없었는데, 그건 우리 둘 다 미리 얘기한 거라서 생략했어. 대신 ‘버튼’을 하나 만들었어. 예를 들어, 복잡한 상황이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땐 그냥 단어 하나로 알려주자는 거야. “스티커”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로 했어. 그거 하나로 뭐든 중단되도록. 그게 정말 큰 힘이 됐어.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나는 원래 ‘묶음’이나 ‘입마개’ 같은 건 크게 두려운 편이 아니었는데, 실질적으로 해보니까 ‘무엇을 하는지 모를 땐 걱정이 되더라’는 걸 알게 됐어. 그래서 니고 시간에 내가 이렇게 말했어. “내가 묶일 때, 어떻게 묶이는지 정확히 보여줄 수 있냐면, 손목이나 발목을 착용하는 방식을 미리 보여줄 수 있냐?” 그랬더니 파트너가 “아, 그래. 그럼 내가 옷을 벗고 손목을 가리키며 잠깐 보여줄 수 있어”라고 대답했어. 그게 그냥 장면 하나가 아니라, 사실은 ‘나는 네가 제대로 준비된 상태에서 나를 다루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하고 싶다’는 심정이었어.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나도 모르게 말이 자꾸 끊겼다는 거야. 자기가 무언가를 원하거나 싫어한다는 걸 말하다 보면 갑자기 멈추는 거. ‘내가 너무 주도적일까?’, ‘너무 의심스럽게 들릴까?’ 그런 생각들이 뒤섞여서 말이 잘 안 나왔어. 그런데 파트너가 그걸 알아차리더니, “괜찮아, 천천히 말해도 돼. 너의 말이 무조건 맞는 거니까”라고 말해주었어. 그 말 한마디에 눈물이 났던 것도 사실이야.

그 후에는 좀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렀고, 실제 플레이도 그저 감정에 따라 시작됐어. 그때는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오히려 ‘나는 내 몸과 마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느낌이 강했어. 내가 원하는 건 아니지만, 내 몸을 통제하는 것은 아닌데, 그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중요했어.

요즘은 자주 써본다고 해야 할까. 최근엔 정말 오랜만에 다시 연락한 사람과 플레이를 계획했는데, 그때도 니고를 다시 진행했어. 그때는 앞서 경험한 것들 덕에 더 쉽게 흘러갔고, 오히려 내가 더 능숙하게 표현할 수 있었어. 파트너에게도 ‘너는 지금 어떤 기분이야?’라며 질문을 던지며 공감하는 법을 배웠고, 그 결과가 플레이에서도 자연스럽게 반영됐어.

그리고 요즘 쓰고 있는 채팅 앱 이야기도 하나 덧붙이자면, 그전까지는 그냥 일반 오픈채팅에서 사람들을 찾다가 헛발질만 했었거든. 그런데 한 번은 친구 추천으로 ‘SM톡’이라는 앱을 들어봤어. 그곳은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인지, 초기 단계부터 니고를 중심으로 대화하는 분위기가 확실히 있었어. 태그를 쓰고, 관심사와 규칙을 미리 적는 게 강제라서 그런지, 그런 사전 작업이 훨씬 더 유의미하게 느껴졌고, 실제로 만나서 플레이할 때도 ‘내가 원하는 걸 이미 알려줬으니까, 여기서 또 재촉받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있었다. 오픈채팅보다는 정보의 질이 높고, 관계 형성도 더 단단하게 느껴져서 꽤 도움이 됐어.

지금은 니고를 단순한 ‘협의’라기보다, 오히려 플레이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해. 그 시간이 없다면, 그 다음 순간들이 다 이상해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내가 누군가의 섭이 되고 싶을 때, 그 사람이 내 말을 경청하고, 내 ‘아니요’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 그것이 진짜로 ‘플레이’라는 공간을 만들어낸다고 느껴져. 그게 가장 중요한 걸 수도 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