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또다시 어둠이 내려앉은 방 안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번에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뒷정원처럼 흩어진 오픈채팅방들을 막무가내로 들어가서 다들 뭐 하는지 하나도 모르는 채로 30분쯤 머물렀다. 나도 모르게 ‘플레이할 사람’을 찾는 것보다 ‘아무거나 꼭 써야 한다’는 압박만 커져서, 결국 아무것도 안 되고 나왔다. 그게 또 다시 반복되려는 걸 느끼자, 오늘은 좀 다른 선택을 해봤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물이 바로 **SM톡**이었단 말이다. 처음엔 그냥 친구한테 추천받은 거라서 ‘뭐, 또 그런 거겠지’ 싶었는데, 진짜로 들어가 보니 기존 오픈채팅과는 분명히 달랐다. 우선은 사람들이 정말 정해진 성향을 적어놨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 예를 들면 ‘비밀스러운 감정 표현을 좋아함’, ‘침묵 속에서 복종을 느끼고 싶음’, ‘기구보다는 음성과 목소리에 몰입한다’ 같은 구체적인 서술이 대부분이었고, 단순히 ‘노브람’, ‘강압형’, ‘안전워드’ 같은 키워드만 있는 게 아니라, 진짜 자기가 원하는 플레이의 ‘감각’까지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든 건, 타인의 메시지를 무시하거나 과도하게 접근하지 않는 분위기였다는 거. 오픈채팅에서는 종종 “요즘 고민 많아요”라고 시작한 글이, 10초 만에 ‘혹시 저랑 하실래요?’라는 대화로 급속 전환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강박적인 유도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내가 여기서 어떤 상태일 때 더 자연스럽게 연락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았고, 그걸 보면 서로에게 무언가를 ‘추가’하기보다는 ‘공감’하려는 의도가 느껴졌다.
나도 한 번은 ‘저는 가끔 혼자서 목이 아프도록 소리를 지르는 걸 참지 못해요’라고 썼는데, 다음 날 오전에 ‘그런데 저는 그 소리가 아주 조용한 편이에요… 하지만 그게 너무 아름다워서 멈출 수가 없어요’라는 메시지가 왔다. 그건 그냥 ‘대화’가 아니라, 마치 서로의 공간을 조금씩 열어가는 것 같았다. 내가 원했던 것도, 사실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그런 느낌의 ‘정서적 연결’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쉬웠던 점도 분명 있었다. 그래도 요즘은 워낙 많이 접해봤기 때문에, 이 앱도 어느 정도 제한된 가능성 안에 있다는 걸 알았다. 가장 큰 아쉬움은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지는 확률이 낮다는 거였다. 정확히는 ‘설정 자체가 온라인 중심’이라서, 실질적인 만남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었고, 사람들은 모두 ‘채팅으로 충분하다’거나 ‘조금씩 알아가고 싶다’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물러섰다. 나는 이거라도 ‘좀 더 현실적으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앱이 그렇게 설계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또 하나는, 채팅 문맥이 너무 짧은 편이라는 점. 한두 줄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기본인데, 그래서인지 진짜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오픈채팅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그게 더 흩어져 있기 때문에 빠르게 사라지고, 그 사이에 감정이 흐르기도 어렵다. SM톡은 그 부분에서 조금 더 ‘집중’된 분위기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가 힘든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중간에 ‘이거 너무 신경 쓰여서 쓰기 싫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자주 써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오픈채팅에서 느꼈던 ‘외부로부터의 눈길’이나 ‘결과를 위한 집착’이 사라졌다는 점. 여기선 누군가와의 대화가 ‘무엇을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가 의미가 된다는 걸 느끼게 됐다. 내 속에서 ‘내가 어떻게 보이고 싶은가’라는 질문보다는, ‘이 사람과 이런 대화를 하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가 먼저 왔다.
그리고 뭐, 지금 이 글도 그 감정을 정리하려는 일부분이긴 하지만, 이제는 그런 거 다 필요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중요한 건, 내가 어디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말을 나누는가가 아니라, 그 순간 내 안에서 일어나는 ‘무엇’이지. 그래서 요즘엔 하루에 한 두 번, 그때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냥 **SM톡**에 들어가서 아무말 없이 ‘나는 여기 있어’라고만 써둔다. 그게 다라서, 매번 새로 시작되는 대화의 첫 단추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그대로 남아서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