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정말 간단했어. 서로를 테스트하듯, 가볍게 시작했지. 나도 그도 처음이었고, 오래된 사이라서 조금 더 자유롭다는 생각에 무심코 손을 뻗었었는데, 지금 와서 보면 그게 오히려 위험한 방향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
그때는 ‘나는 이 사람이 내 말을 듣는다’는 믿음 하나로 플레이를 시작했고, 그 믿음이 너무 단단해서 오히려 관계를 조절하는 법을 잊어버렸던 것 같아.
처음 몇 번은 좋았어. 그냥 ‘내가 웃기고 싶으면 웃기고, 아프게 하고 싶으면 아프게 하자’는 식이었고, 섭이 “아이고… 어휴”라고 하면 나는 거기에 빠져들어서 더 깊이 파고들었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해졌어. 신음 소리가 진심인지, 농담인지 구분이 안 됐고, 내가 ‘괜찮아?’라고 묻는 순간 그건 정지신호처럼 들렸거든.
사실 그전까지는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았어. ‘우린 친구잖아, 다 알아서 해야지’라는 생각이 있었거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기 시작했어. 애초에 우리 사이엔 ‘나는 이런 걸 원해’라는 말이 거의 없었단 걸. 내가 원하는 건 막연히 ‘더 강하게’였고, 그는 ‘조금만 더 쓰레기처럼’이라고 했지. 정작 중요한 건 그들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점에서 진짜 아픈지,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은 전부 미흡했어.
그래서 한 번, 아주 단순한 게임 같은 걸 시도했어. 그냥 ‘이번 플레이에서 네가 제일 싫어하는 건 뭐야?’라는 질문을 해봤지. 그러자 그는 멍하니 있다가 “…아무것도 없어.”라고 대답했어. 그 말이 나한테는 뭔가 충격이었어. ‘모든 게 다 좋아서 불편한 게 없다’는 건, 사실은 ‘너의 고통을 잘 모른다’는 의미였거든.

그 이후로는 좀 바뀌었어. 이제는 플레이 전에 10분이라도 빼서, “이번엔 어떤 걸 원해?”라며 눈을 마주치고 물어보는 걸 습관처럼 만들었고, 때론 말보다는 손짓이나 표정으로라도 표현할 수 있게 준비되도록 했어. 예를 들어, 내가 힘을 주면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말하기보다는, “이 정도면 이 정도야, 여기까지”라고 손을 뻗어 보여주는 식으로.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점 자연스러워졌어.
특히 요즘은 플레이 후에 하는 대화가 진짜 달라졌어. 과거엔 ‘좋았어?’, ‘괜찮았어?’라는 질문이 끝이었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거야. “지금 거기서 손이 벌벌 떨렸는데, 그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느낌이었어.” 또는 “이번엔 목을 졸라주긴 했지만, 그 전에 숨 쉬는 게 너무 힘들었어.” 같은 말들. 그런 말을 들으면, 나는 ‘내가 진짜로 무시하고 있었다’는 걸 다시 느껴. 그리고 그걸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예전엔 피드백이 ‘별거 없어, 그냥 즐겼어’였다면, 지금은 ‘이 부분은 정말 아팠지만, 또 재미있었어’라는 식으로, 감정의 복잡함을 인정하게 되었어. 그래서 요즘엔 플레이를 시작할 때마다 그 자체를 ‘실험’처럼 여겨. 그날의 컨디션, 나의 감정, 그의 상태를 모두 고려하면서 ‘오늘은 이런 걸 할까, 아니면 다른 걸 할까’를 함께 결정해.
그리고 최근에 새로 쓰기 시작한 게 있거든. 평소엔 스마트폰에 일기처럼 적는 걸 자주 했는데, 요즘은 그걸 ‘SM톡’이라는 앱에 정리해두고 있어. 처음엔 ‘오픈채팅이랑 비슷하겠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낫더라고. 거기선 단순한 메시지 교환뿐 아니라, 플레이 후에 ‘오늘은 이 부분이 너무 힘들었어’라고 정확히 기록할 수 있고, 내가 그걸 통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거든. 특히 그 파트너와 나 사이에서 ‘공감의 기준’이 변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

어떤 사람들은 오랜 사이니까 ‘상호 이해’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오히려 그만큼 더 조심해야 해. 오랜 만남이란, 그동안 생긴 습관과 관성, 무심함을 허용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지금은 매번 ‘나는 이 사람을 얼마나 진짜로 알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
결국 플레이가 달라진 건, 단지 테크닉이 아니라 ‘나와 너의 존재를 더 깊이 인식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야. 더 이상 ‘내가 원하는 건 저렇게 해야 돼’라는 강박이 아니라, ‘너는 이걸 어떻게 느꼈을까’라는 호기심이 중심이 됐어. 그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