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한참 동안 고민했었어. 처음엔 그냥 "자기소개"라는 걸 단순히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게 아니라, 좀 더 심오한 메시지를 담아내고 싶었거든. 왜냐면 그 프로필 하나가 나를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반대로 무시당할 수도 있으니까.
처음엔 너무 과장되게 써보려고 했어. “제가 원하는 건 절대적인 지배와 순응입니다” 같은 뻔한 문구도 적어봤고, “나는 상처받기 위해 태어났어요” 같은 거까지 해봤지. 근데 결국 다 어색했어. 진심으로 느껴지지도 않고, 오히려 자신감보다는 허무하게 보였거든. 그래서 또 다른 길을 찾았는데, 이번엔 너무 딱딱한 느낌을 줘서 안 되더라. 예를 들어 “성향: 권위적/수동적, 선호: 정해진 규칙과 제약, 희망: 장기간 관계 형성” 이런 식으로 써보면 분명 정확하긴 한데… 이건 마치 인사말 없이 바로 결혼 신청하는 거랑 비슷한 기분이었어.
결국 내가 도달한 방향은, ‘너무 많은 정보를 주지 않되, 약간의 티끌만 내놓는 것’이었어. 예를 들면 “어릴 때부터 손톱 밑에 검정 펜촉을 꽂는 걸 좋아했어요. 별 생각 없이 해본 일이었는데, 지금 와서 보면 그것이 아마도 첫 번째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말이야. 꼭 설명할 필요 없이, 감각적으로 드러나는 단서. 그런 문장 하나로도 누군가는 “아, 이 사람…… 나랑 비슷한 성향 같네”라고 느낄 수 있잖아.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프로필을 만드는 순간 나는 누구를 위한 건지 생각했다는 거. 처음엔 ‘조용하고 조용한 상대’를 찾는다고 생각했어. 내가 무언가를 드러내면, 그 사람이 무조건 따라와줘야 한다는 식의 기대감? 아니, 전혀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였어. 나는 아무리 깊이 있는 글을 써도, 그걸 읽고서 나에게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자체로 이미 무언가를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고 싶었거든.
그래서 결국 내 프로필은 이렇게 끝났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변하는 순간이에요. 조금은 당황하고, 조금은 두려워하면서도, 다가오려는 걸 멈추지 못하는 그런 눈빛.”
작은 문장인데, 이게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부분이야. 정확히 뭐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는 이걸 읽고 “아, 저런 눈빛을 내가 본 적 있어” 하면서 메시지를 보내겠지. 그리고 그게 전부가 아니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는 게 핵심이니까.
그리고 요즘은 그 프로필을 쓰고 난 후, 몇몇 사람과 소통하는 걸 막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SM톡**이라는 앱에서 만난 사람인 거야. 오픈채팅은 너무 불편해서 피하고 있었는데, 여기선 프로필을 잘 썼다는 이유로 진짜로 연락을 받는 게 신기했어. 뭐, 사실은 내가 특별한 게 아니라, 내가 쓴 말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스며들었을 뿐이지만. 그 사람은 내 프로필을 읽고 이렇게 말했어. “저런 눈빛, 제가 자주 보곤 했어요. 그런데 이제야 알겠어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말을 들었을 때, 내가 고민했던 모든 시간들이 아깝지 않았다는 걸 느꼈어.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진심을 담으면 그만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배웠다.
솔직히 지금도 매번 새 프로필을 쓰는 건 무섭긴 해. 하지만 이제는 그 무서움이 더 이상 '내가 부족해'라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진실하게 살아가는지’를 시험하는 기회처럼 느껴져. 내가 선택한 말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리고, 그 누군가가 나를 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기에.
그리고 사실은, 아직도 프로필을 수정하고 싶은 순간은 오지만, 그럴 땐 항상 기억해. 내가 쓴 말은 나를 보여주는 거라기보다, 나를 찾는 사람을 위한 초대장이라는 걸.
그 이후로도 몇 번의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결국은 그 사람은 오래가지 못했어. 아예 끊어진 건 아니고, 메시지를 잘 안 보내는 거였거든. 처음엔 왜일까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알 것 같아. 내가 말했던 ‘눈빛’에 대한 문장이 너무 강하게 다가왔는지, 오히려 압박처럼 느껴졌는지도 몰라.
내가 원했던 건 그 눈빛을 보여주고 싶은 게 아니라, 그 눈빛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거였는데. 그런데 그건 프로필 하나로는 전달되지 않았다는 걸, 그 후에야 깨달았어. 내가 고민한 게 단순히 ‘어떻게 쓸까’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내면으로만 간직하고 있을까’였다는 걸.
그 사람과의 대화는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 되더라고. 내가 질문을 던지면, 답은 항상 정확하지만 빈틈없이 차분했어. “네, 그렇습니다.” “예, 그 방향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런 반응들. 어쩌면 그건 자연스러운 거였을지도 몰라. 나는 그걸 무심함이라고 느꼈지만, 사실은 그 사람이 그냥 자기 감정을 잘 숨기는 성향이었을 수도 있잖아.
그런데도 막상 끊겼을 땐 좀 이상한 기분이었어. 솔직히 슬프기보다는, 오히려 한숨 돌린 기분이 더 컸어. 그 사람이 내 프로필을 읽고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걸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스스로를 조여버렸던 거겠지. 나는 그걸 ‘공감’이라 부르고 싶었는데, 그건 아마도 ‘압박’이었을 수도 있다는 걸 지금 와서 알겠어.
그 이후로 나는 프로필을 다시 써봤어. 이번엔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예를 들어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베개 위에 놓인 손목이 보이길 바라요.” 같은 말. 아주 사소한 이미지인데, 이게 누군가에게는 확실히 다른 의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리고 이걸 쓰고 나서, 또 다른 사람과 대화를 시작했는데, 그 사람은 내 말을 읽고 이렇게 말했어. “제가 요즘 매일 아침에 손목을 훑어요. 혹시 제가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가슴이 뭉클했어. 이젠 내가 쓴 말이 ‘무엇을 드러내기 위한 공격’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떨어져 있는 것에서 벗어나려는 손짓’이라는 걸 알았거든. 내가 원하던 건 그 사람이 나를 보는 눈빛이 아니라, 그 눈빛을 함께 만들어가는 순간이었단 걸.
그리고 요즘은 그 프로필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매번 새로 만나는 사람마다 다르게 반응하는 걸 보면, 내가 선택한 단어 하나하나가 얼마나 섬세한 거리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새삼 느껴져. 내가 제일 두려웠던 건, ‘너무 복잡하거나 너무 단순해서 알아채지 못할까’였는데, 이제는 오히려 ‘너무 많은 걸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는 걸 믿게 됐어.
자신감보다는, 오히려 경계심이 사라진 느낌이야. 내가 쓴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리면 좋겠다는 생각보다, 그 사람이 내 글을 읽고 ‘나도 이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좋겠다는 거. 그게 진짜 중요한 거니까.
그리고 말하자면, **SM톡**에서 만난 사람들 중엔 실제로 그 프로필이 작동한 경우도 있었어. 오픈채팅에서는 너무 흐릿한 정보만 주고받다 보니, 마음이 다가오지 않았는데, 여기선 내가 어떤 성향인지 정도는 명확히 전달되면서도, 너무 강하게 붙들지 않아서 오히려 더 친밀감이 생겼어. 프로필 하나로 연결된 건 단순한 호감이 아니라,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는 틀이 만들어진 거라 생각해.
지금 와서 보니, 내가 고민했던 게 단지 '어떻게 쓸까'가 아니라, '내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정리하는 과정이었을지도 몰라. 프로필은 내 이름도, 얼굴도 아닌, 내 내면의 첫 인사였던 거야. 그걸 아무렇게나 쓰면, 누군가는 그 인사에 놀라거나, 혹은 무시할 수도 있고. 하지만 진심으로 쓰면, 그걸 읽는 사람이 그 인사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가 진짜로 만날 수 있다고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