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좀 특별한 하루였어. 아침부터 써니가 제일 깊은 산책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난 그 말에 반응하지 못했어. 솔직히 말하면, 전날 플레이 후에 잠도 잘 안 와서 졸려서. 근데 그걸 다 알고 있었던 건 아니었지. 어제는 내가 약간 지쳐 보였나 봐. 써니가 나한테 “너 지금 괜찮아?”라고 물었을 때, 나는 그냥 웃으며 “아, 네, 괜찮아”라고 대답했거든. 진짜로 괜찮은 건 아니었는데.
그런데 그게 바로 문제였어. 서브드롭이 시작된 거야. 아니, 사실은 이미 그전부터 몸이 무거웠고, 머릿속이 허공처럼 비었어. 내 마음은 ‘내가 이걸 선택했잖아’라는 생각으로 계속 울렸고, 동시에 ‘왜 이렇게 힘들까’하는 불안이 끊이질 않았어. 아무리 자주 하는 플레이라도, 오랜만에 그런 강도의 게임을 한 건 처음이라. 상대방도 나를 너무 깊이 들어오게 만들었고, 그게 나를 다 녹여버렸어.
플레이 후 1시간쯤 지나서, 그게 느껴졌어. 눈 앞이 흐려지고, 말도 나오지 않았고, 가볍게 터치해도 몸이 떨렸어. 그래서 나는 방에 누워서 조용히 숨을 쉬려고 했지만, 몸이 알아서 움직였어. 박스 하나를 찾았고, 그 안에 있던 담요를 꺼내서 옷 위에 덮었어. 체온을 유지하려고. 그리고 뭔가를 먹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입에 들어가는 걸 망설였어. 배는 비었는데, 손이 떨려서 컵을 들기도 힘들었거든.
그때 써니가 나에게 다가왔어. “너 진짜 무너졌네.”라며 조용히 말하고, 내 머리를 만져줬어. 그게 아니라면 아마 내가 더 혼란스러웠을 거야.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물을 따르고, 차를 조금 데워서 내 손에 줬어. 그리고 “이제는 너만의 시간이야”라고 말했어. 그 말 한마디가 나한테는 세상에서 가장 큰 위로였어. 그렇게 앉아서, 그녀가 만들어준 차를 마시면서, 점점 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이었어.
정말 중요한 건, 그게 단지 ‘물 주기’나 ‘차 한잔’이 아니라, 그 순간 내가 존재한다는 걸 인정받았다는 느낌이었어. 내 감정이 무시되지 않았다는 것. 그저 ‘괜찮아’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넌 지금 이렇게 힘들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게 중요했어. 나는 그런 말을 듣고 나서야, 자신이 ‘완전히 나'라는 걸 다시 기억할 수 있었지.
다음엔 약간 다른 경험도 있었어. 지난번에 만난 한 명은 정말 강력한 디그딩 플레이를 했었는데, 그 이후 며칠 동안 내가 거의 말을 안 했어. 병원 같은 느낌이 들었고,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조차 어색했어. 그 사람은 나한테 ‘당신은 이제 내 것이야’라며, 그 자체로 치유를 시도했던 거 같아.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더 힘들었어. 내가 필요한 건 ‘회복’이었고, ‘소속감’이 아니라. 그래서 결국 그와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끝났어.
그런데 요즘은 좀 다르긴 해. 최근에 알게 된 사람과는 좀 다르게 진행되고 있어. 우리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선이 있고, 그 경계를 넘기 전에 어떤 상태인지 서로 확인해. 그게 중요한 거야. 플레이 후에도, “지금 어떻게 느껴?”라는 질문이 꼭 포함돼. 그래서 평소보다 더 많은 애프터케어를 한다고 해야 할까? 그렇진 않아. 다만, 그 사람이 얼마나 나를 존중하는지, 얼마나 내 상태를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행동들이 있잖아.
예를 들어, 내 상태를 판단하기 위해 ‘그냥 편하게 쉬자’는 말을 하는 것. 아니면, 내가 다 마시지 않은 차를 그대로 두고, 나한테서 사라지지 않는 ‘보이지 않는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 그게 바로 애프터케어의 핵심인 것 같아. 나 스스로가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보다, 누군가가 나를 돌봐줄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순간이 필요하니까.
최근에 알게 된 정보 중 하나는, 실제로 플레이 후 2~3시간 안에 신체적·정서적 반응이 최고조에 달한다고 해. 그래서 그 시간을 공략해야 한다는 거야. 나도 그걸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예전엔 그냥 뒤로 밀어붙였는데, 지금은 플레이 후 30분 안에 물 한 잔, 담요 한 장, 그리고 손끝 하나를 받는 것조차 의미 있게 생각하게 됐어.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자기 자신을 잊게 되기도 해. 내가 누구인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하지만 그런 순간일수록, 애프터케어는 내가 다시 ‘나’로 돌아올 수 있는 다리가 돼. 그게 무언가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걸 새삼 느끼는 거야.
그리고 이건 진짜 간단한 이야기인데, 요즘 내가 자주 쓰는 앱이 있는데, 생긴 지 얼마 안 된 거지만 매번 좋더라고. 오픈채팅은 너무 빨리 스쳐가서 관심 없는 사람도 많고, 대화도 다 비슷비슷하니까. 그런데 **SM톡**에서는 사람들이 진짜 자기 감정을 나누는 것 같아. 특히 플레이 후 케어나 드롭에 대해 얘기하는 게 많았고, 나도 그곳에서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을 읽고, ‘나는 이상한 게 아니다’라는 걸 알게 됐어. 그게 내 마음을 조금씩 안정시키는 계기가 됐지. 어디서든,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건, 참 큰 위로가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