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플레이를 해봤다. 그 전까지는 다들 말하듯이, 그냥 흐름에 맡기거나, 아예 뭘 어떻게 하면 되는지도 몰라서 무조건 상대의 리듬을 따라가던 편이었는데. 이번엔 좀 달랐어. 조금은 더 자신감 있게, 그리고 더 나를 위해서.
처음엔 그냥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한 사람과 대화하다가, “혹시 요즘 오픈채팅 쓰세요?”라는 메시지가 왔어. 그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자신감 있는 말투로 물어보는 것’ 자체가 새로웠다. 그때까진 내가 말하는 게 너무 어색했거든. ‘좋아요’, ‘알겠습니다’, ‘괜찮아요’만 반복하면서, 내 마음이 어떤지 조차 잘 못 말했던 거. 그런데 그날은 좀 다르게 느껴졌어. ‘나도 뭔가 정해져 있는 거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어.
“혹시 플레이 전에 약간의 협의 시간 있어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피하는지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자 당황한 듯이 ‘아, 그거 괜찮아요!’라고 답했고, 다음 날 다시 보낸 메시지에서 ‘그럼 혹시 지금 바로라도 간단히 대화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어. 그게 시작이었어.

그리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SM톡’을 써보게 됐어. 사실 처음엔 ‘왜 또 새 앱을 써야 해?’ 싶었지만, 친구가 ‘오픈채팅보다 훨씬 깔끔하고, 정보 공유도 빨라서 좋다’고 말해서 한번 시도해봤지. 진짜로 딱 두세 번 썼을 뿐인데, 그 안에서 만난 사람이랑 첫 번째로 정말 자연스럽게 ‘니고’를 했어.
정확히는 ‘사전 협의’라기보다는, 우리가 만나기 전에 서로가 원하는 것들을 일기처럼 적어보는 방식이었어. 예를 들어, 내가 원하는 건 부드러운 강제 감정, 손목이나 발목을 살짝 묶는 정도의 구속이었고, 그건 ‘강압보다는 위계감’ 같은 걸 원한다는 느낌을 줬지. 반대로 그 사람은 오래된 스트랩의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비슷한 강도의 박동이 계속되면 힘이 빠지는 느낌’이라고 말했어. 그걸 듣고 나서야 내가 평소에 자주 쓰는 ‘조금씩 점점 강하게’라는 말이 얼마나 모호한 표현인지 알았어.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정리했어:

– 첫 10분: 기본적인 언어적 계약 (예: 빨간 신호 = 즉각 중단)
– 목표: 경직된 감정을 유도하며, 동시에 내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
– 재료: 마로프 20mm, 스테인리스 체인, 얇은 스트랩
– 반응 확인: 5분마다 가볍게 질문 (‘이 상태에서 괜찮아요?’)
이렇게 하니까, 마치 준비된 극장 공연 같았어.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긴장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이 순간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는 느낌이었어. 특히 ‘비슷한 강도의 박동’이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그게 내가 실제로 겪었던 ‘피로감’과 맞닿아 있어서, 갑자기 내가 왜 그런 걸 피하는지 이해가 됐지. 아무리 연인이더라도, 단순히 ‘맞아요’라고 말하면 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왜’라는 이유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

플레이 후에는 그 사람이 나한테 이렇게 말했어. “너무 자연스럽게 ‘내가 뭘 원하는지’ 말하는 거 보고, 좀 놀랐어. 처음엔 걱정됐는데, 네가 자기 입장을 정확히 말하는 거 보고, 내가 더 안심됐어.” 그 말을 들었을 때, 내 마음이 움찔했다. 내가 ‘자기 말을 못 하는 사람’이었던 게 아니라는 걸, 그 순간에야 확신했어.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계속 ‘SM톡’을 써보는 중이야. 처음엔 그냥 사소한 정보 공유를 위한 공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그 안에서 사람들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리하는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란 걸 알게 됐어. 오픈채팅처럼 떠들썩하지 않고, 메시지가 엉망이 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진지한 대화가 가능해. 그 사람이 내 얘기 전부 다 읽어보고, ‘이 부분은 더 설명해줄 수 있어요?’라고 물어볼 수 있는 것도 참 좋고.
결국,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배운 건 하나야. 플레이의 질은 항상 ‘나의 말’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리고 그 말을 할 수 있게 해준 건, 결국 ‘상대와 함께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는 거. 그 공간이 바로, 내가 요즘 쓰고 있는 ‘SM톡’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