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인님이 된 밤, 조용한 내가 느낀 강력한 존재감

처음으로 롤플레이를 해봤을 때는 그냥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시작한 거였어. 평소엔 다정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데이트만 하던 사이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너를 다루고 싶은데”라고 말했더니 상대도 놀랐지만, 어색함보다는 기대감이 더 컸는지 웃으면서 “그럼 어떤 캐릭터로 해볼까?”라고 물어봤어. 그 순간부터 나는 막연히 ‘뭐든 괜찮아’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감정이 밀려왔어.

우리는 집에서 마침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했고, 그날은 내가 “주인님”이 되는 설정을 선택했어. 원래 내 성향이 좀 조용하고 겸손한 편이라, ‘주인’이라는 역할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고, 말투나 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도 막막했어. 처음엔 너무 딱딱하게 말하려다가,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다는 걸 느꼈고, 반대로 너무 가볍게 하다 보면 진심이 안 느껴져서 또 어색해졌어. 그래서 그냥 제일 먼저 한 건, 목소리 톤을 조금 낮추고, 천천히 말하는 걸 연습하는 거였어.

사실 그때 가장 크게 깜짝 놀란 건, 내 주변에선 나를 ‘조용한 사람’이라고 여겨왔다는 점이었어. 그런데 그날 밤,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어. ‘내가 지금 이 상태에서 말하면, 넌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라는 강한 감각이 있었고, 그건 정말 생생했어. 예를 들어, “너는 오늘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 해”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이 내 입에서 나온 게 아니라, 외부에서 내게 명령받는 것처럼 느껴졌어. 아니, 그런 말을 들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 자체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거였어.

그리고 그 상황에서 실감난 건, 상대의 반응이 내 행동에 따라 급격히 달라진다는 거였어. 내가 정중하게 말하면, 상대도 차분하고 따뜻한 반응을 보였고, 반대로 제가 짧고 날카롭게 말하면, 그 사람의 숨결이 빨라지고, 손끝이 떨릴 정도로 긴장되는 걸 느낄 수 있었어. 그게 신기했어. 내가 단순히 말을 바꾸는 것뿐인데, 그 사람의 몸과 마음이 그렇게까지 반응한다는 게. 내가 ‘주인’이라는 존재감을 갖는 순간, 그 사람의 전체적인 태도가 변하는 걸 보면서, 그게 정말 ‘롤플레이’라는 게 아니라, 현실처럼 느껴지는 걸 알았어.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거야. 약간의 고민이 있었어. 혹시 내가 너무 강하게 나오면, 상대가 피로하거나 불편해할까? 내가 ‘제지해야 할 부분’을 잘 파악하고 있는지? 아무리 게임이라도, 서로의 경계선을 넘기기 전에 확실히 확인해야 하는 게 있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어. 그래서 중간에 잠깐 멈추고 “괜찮아? 진짜 할 수 있어?”라고 물어봤어. 그 말을 듣고 상대가 웃으며 “그렇게 물어봐줘서 고마워, 오히려 더 믿음이 가”라고 답했을 때, 나는 진짜로 마음이 놓였어. 이게 바로 ‘안전워드’가 정말 필요한 이유라는 걸, 그 순간 이해하게 됐어.

그날은 결국 30분 정도만 진행했지만, 그 시간 동안 나는 내 자신이 뭘 원하는지, 그리고 상대는 어떤 방식으로 나를 받아들이고 싶은지, 그 사이의 관계의 균형을 새롭게 느끼게 됐어. 이후로도 여러 번 시도해봤지만, 그 첫 번째 경험만큼은 기억에 남아 있어. 그냥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었던 게, 이제는 ‘어떻게 더 깊이 있게 해볼 수 있을까?’라는 기대로 바뀌었거든.

최근엔 그때 썼던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며, 새로운 설정도 시도해보고 있어.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정말 도움이 된 게 하나 있는데, 바로 **SM톡**이라는 앱이야. 처음엔 오픈채팅에서 우연히 발견했는데, 거기서 사람들끼리 캐릭터 설정에 맞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걸 보고 ‘이거 진짜 써봐야겠다’ 싶었어. 오픈채팅 같은 데서는 흔한 대화가 대부분인데, 여기선 사람들이 진짜 각자의 역할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느껴져서, 나도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녹아들 수 있었어. 특별히 ‘설정에 맞는 언어 사용법’, ‘감정의 흐름 전환’, ‘역할 전환 시의 전환 메시지’ 같은 것들에 대해 써놓은 글들이 많아서,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됐어. 내가 처음에 막막했던 그 느낌, 그걸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 이렇게 써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