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랫동안 기다렸던 대화를 하게 되어서 기분이 이상해.

어느 날, 늘 쓰던 휴대폰 배터리가 갑자기 10%까지 떨어졌고, 충전기 찾는 게 귀찮아서 앱 하나 켜봤는데, 그게 바로 SM톡이었다. 원래는 그냥 지나치려던 걸데, 최근에 자주 들어오게 되더라고. 사실 처음엔 ‘내가 이걸 왜 쓰는 거지’ 싶었는데, 한 달쯤 전부터 오픈채팅에서 느끼던 무질서함이 조금씩 싫어졌거든. 익명으로 대화를 나누는 건 좋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막연하게 올라오고, 말투도 다 비슷하고, 진짜로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을 찾는 게 너무 힘들었어. 그래서 어쩌다 보니 그동안 써온 다른 앱보다는 오히려 더 조용하고, 분위기가 좀 다르다는 걸 알게 됐고, 그래도 일단 한번 시도해보자는 식으로 시작한 게 이제껏의 모든 전환점이 됐다.

그날은 정말 별일 없던 평범한 금요일 밤이었어. 일도 끝났고, 집에 가기 싫어서 카페에 앉아 있었는데, 스마트폰에서 뭔가 메시지가 왔다. 누군가가 오픈채팅이 아닌, 프라이빗한 방으로 초대를 보내왔어. 이름도 없고, 소개글도 없었지만, 문장 하나만 보고도 이상하게 마음이 움직였어.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던 대화를 하게 되어서 기분이 이상해.”라는 문구. 그렇게 단순하면서도, 너무도 구체적인 감정이 묻어난 말이었거든. 마치 내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어떤 기대감이나 소외감을 모두 짚어낸 것 같았어.

내가 응답했을 때, 그 사람은 또 다른 말을 덧붙였다. “난 네 말을 듣고 싶어. 아무런 계획 없이,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도 괜찮아.” 그런 말을 듣고서야 나는 처음으로,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물론 그건 그저 대화의 첫머리였지만, 그 순간부터 내 마음속에 어떤 부담감이 사라지고, 오히려 뭔가 열린 공간이 생긴 기분이었어. 그 이후로 우리는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고, 처음엔 조심스럽게, 서로의 관심사나 성향, 그림자 같은 과거들에 대해 조금씩 털어놓았어. 나도 모르게, 예전에는 절대 말하지 않았을 일들을 말하게 됐고, 그는 그런 걸 깊이 듣는 태도가 참 자연스러웠어.

예를 들어, 내가 어릴 적부터 겪었던 어느 무서운 기억을 털어놓았는데, 그는 단순히 위로하거나 ‘괜찮아’라고 말하는 대신, “그때 네가 그 상황 속에서 어떻게 버티고 살아왔는지, 그 자체가 이미 얼마나 강한 거야”라고 말했어. 그 말 하나로, 내 마음속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던 죄책감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느낌이 들었지. 그런 대화들이 반복되면서, 점점 서로의 존재가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나는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다시 배우는 기분이었어.

결국, 우리가 실제로 만나기로 한 건 두 달 후였어. 그 사이에 우리는 여러 번 말을 나누며, 만나기 전에 미리 정해둔 규칙도 있었고, 서로에게 필요한 경계선도 확실히 확인했지. 처음엔 걱정도 많았지만, 실제로 만나서 보니, 그 동안 말했던 것들이 전혀 과장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 그 사람은 내 말을 진심으로 듣는 사람이었고, 동시에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존중해주려는 태도가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이런 식으로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해도 된다”는 걸 느꼈다. 그 순간, 내가 오랜만에 ‘자신’이라는 존재를 다시 발견한 것 같았어.

지금은 그와 함께 몇 가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내가 ‘소통’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게 됐다는 거야. 오랜 시간 동안 나는 말을 하면 손상될 것 같고, 실수하면 무너질 것 같았는데, 그는 그런 걸 ‘나’로 보지 않아. 오히려 나의 불안한 말투조차, 내가 제대로 자신의 말을 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말하더라. 그 말을 듣고, 나는 그제야 이 관계가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나를 다시 살리는 과정이라고 느꼈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게 바로 그 앱이었어. 내가 처음에는 그냥 지나칠 뻔한 플랫폼인데, 알고 보면 정말 특별한 장소가 되었어.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오픈채팅처럼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막연히 교류하는 게 아니라, 먼저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를 쌓은 다음에 만날 수 있다는 점이야. 그게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 오픈채팅에서는 정보가 넘쳐나지만,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낮아. 그런데 여기선,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연결이 가능하다는 걸 느꼈어.

그래서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서 뭔가가 마음에 걸리면, 그건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걸 그저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욕구로 바뀌고 있어. 아마도 이건 내가 그 사람과의 관계를 ‘살아가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겠지. 그리고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건, 나도 모르게 그 앱을 통해 찾아낸, 내가 원했던 그런 ‘안전한 공간’ 덕분이야.

그리고 말하자면, 이 모든 걸 시작한 건, 정확히 ‘SM톡’이라는 앱이었어. 그저 허접한 배터리 문제로 접속하게 된 그 순간, 내가 어디로 갈 수 있을지 몰랐는데, 결국은 나 자신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길이 되었단 걸 깨달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