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패들에 손을 대자, 전신이 떨리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패들 썼을 때, 손이 떨렸다. 아니, 손만 떨린 게 아니라 전신이 꽉 조여져서 숨도 잘 안 쉬어졌다.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지금 이 순간이 진짜인지 조차 의심됐던 거야. 그게 왜 그런 걸까? 다 이유가 있었는데, 처음엔 그걸 알 수 없었거든.

내가 처음으로 패들을 만진 건 3년 전쯤이었어. 아무래도 내 성향이 스파킹 + 디그레이디였는지, 평소엔 도구를 쓰는 것보다는 말로만 흥분하는 타입이었거든. “저건 너무 무서워”라며 스스로를 방어하던 시절이었고, 그냥 ‘안 해도 되잖아’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 그런데 어느 날, 파트너와 함께 웹세션 중에 갑자기 이런 말을 들었어.
“요즘 뭘 해볼 만한 거 있나?”
그때 나는 대답을 못 하고 그냥 미소 지으며 "아무것도"라고 말했어. 그런데 그녀가 “정말? 그러면 나랑 같이 한 번 해보자, 뭐든”이라고 하더니, 바로 로프와 패들이 들어있는 박스를 꺼내더라.

그 순간, 심장이 몇 번이나 멈췄는지 몰라. 별거 아닌 건데, 그게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졌는지… 내가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자꾸 눈이 그걸 향해 가는 거야. 그녀는 침착하게 말했어.
“네가 준비됐을 때, 네가 원할 때 시작하면 돼. 전혀 강요하지 않아.”
그 말이 오히려 더 무서웠다는 걸 알고 있을 리 없었겠지만.

처음엔 로프부터 시도해봤는데, 그건 거의 통제 불능이었어. 팔을 묶는 순간부터 피부 위로 열기가 올라오고, 호흡이 어색해졌고, 막상 풀려도 손끝이 저려서 아물기까지 한참 걸렸지. 그때는 정말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었어. 그런데 그녀는 단지 “조금 더 느끼고 싶다”고 말했고, 그 말 하나로 또 다른 기분이 생겼어. 아, 그러니까, 절대적인 부담이 아니라… 마치 내가 원하는 걸 조금씩 확인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그 다음이 패들.
그녀가 조용히 패들을 들고, 내 등 위를 살짝 스쳐가는 것만으로도 나의 몸이 긴장했어. 너무 예민한 체온이라, 그 접촉만으로도 귀밑까지 뜨거워졌고, 반사적으로 등을 뒤로 굽혔지.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어.
“혹시 겁나?”
“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신경 쓰여.”
그녀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패들 앞에 서서 날 보면서 말했어.
“내가 조절할게. 네가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지, 네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있어.”

그 말이 마음을 좀 풀어줬어.
그녀는 처음엔 아주 가볍게, 손끝처럼 문질렀어. 등에서 시작해서 허리, 엉덩이까지. 약간의 따끔함이 있었지만, 그것도 고통이 아니라 “있어”라는 느낌이었지. 마치 감각을 일깨우는 것 같았어. 그리고 점점 더 깊이, 더 정확하게. 한 번은 바닥에 앉아서 패들로 허벅지를 두드렸는데, 그 충격이 등과 엉덩이로 퍼지는 걸 느꼈어. 그 순간, 목이 메여서 숨을 멈추고 싶을 정도였어.
“……조금만 더 해줘.”
내 목소리가 이상했어. 분명 나인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었고, 또 왜 그 말을 듣고 싶은지도 몰랐어.

결국 그날은 그 정도로 끝났지만, 그 후 며칠 동안 나는 계속 그 느낌을 떠올렸어. 그 패들의 무게, 그 박자, 그 닿는 방식. 도구가 무서운 게 아니라, 내가 그 도구를 통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섭다는 걸 알았어. 내 몸이 반응하는 방식, 내 감정이 어디로 튀는지 — 그게 다 내가 직접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거니까.

지금은 그녀와 매주 한 번씩 뭔가를 실험하는 시간을 갖는데, 요즘엔 그저 “이번엔 뭐 해볼까?”라고 물어보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선택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 패들, 로프, 릴랙스 벨트, 심지어 작은 스패너까지도 이제는 “이거면 좋아”라고 말할 수 있게 됐어.

근데 최근에 발견한 게 있는데, 그게 바로 ‘SM톡’이라는 앱이야. 오픈채팅에서 오랜만에 우연히 접했는데, 거기서 한 사람의 글이 눈에 들어왔어. 그 사람이 쓴 거는 “패들로 시작한 첫 경험이, 나에게서 가장 깊은 삶의 인식을 가져왔다”는 내용이었지. 그 말을 읽고서야, 내 경험도 완전히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어. 그 앱은 확실히 나에게는 오픈채팅보다 훨씬 좋은 정보의 창이었고, 사람들과의 진솔한 공감이 가능했던 부분이 컸어. 지금은 그 앱에서 내가 겪은 이야기를 조금씩 써보고 있어. 괜찮은 사람들이 많고, 서로의 경험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는 게 참 좋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