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전에 진지한 대화를 나누게 된 특별한 날

어제는 좀 특별한 날이었어. 아무래도 요즘 내가 너무 허공을 떠도는 기분이었는지, 정신적으로 조금 지쳐서 그런지, 어쨌든 주인님과의 대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왔거든. 그 전까지는 다들 그냥 채팅에서 몇 문장 나누고 바로 플레이로 들어가는 게 보통이었는데, 요즘은 그게 좀 이상해졌어. 말하자면, 이전에는 “오늘은 뭘 해볼까?” 하고 던지는 말이었는데, 이제는 “나 지금 뭘 원하는지도 모르겠어”라는 식이 되버렸지.

그런데 그날은 달랐어. 아침부터 자꾸 마음이 허전하고, 손끝까지 움찔거리는 거야. 그래서 오후에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막상 앱을 켜니까 예전엔 무심코 스와이프만 하던 그 뒤로, ‘니고’를 어떻게 할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어. 사실 그건 정말 오랜만이었어. 한동안은 플레이 자체가 목적처럼 느껴져서, 미리 정해놓은 규칙이나 감정 상태 같은 건 거의 신경 안 썼거든. 그런데 요즘은 이게 안 되더라. 매번 끝난 후에 “아… 왜 이렇게 쓰러졌을까”, “내가 왜 저렇게 반응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떠올라.

그래서 이번엔 처음으로, 플레이 전에 확실히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어. 그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검색하다가 최근에 알게 된 ‘SM톡’이라는 앱을 다시 열어봤어. 다른 곳은 다 너무 빨리 끝나고, 상대방의 말투나 성향이 딱 맞는지 잘 안 보였거든. 오픈채팅 같은 건 다들 자기 주장만 강요하더라고. 그런데 ‘SM톡’은 달랐어. 별도의 프로필에서 성향, 테마, 선호하는 행동 방식을 자유롭게 적을 수 있고, 단순히 “너는 언제든 들을 준비돼 있어?”보다는, “저는 박진감 있는 스토리텔링이 좋아요. 제 감정을 조금씩 끌어올려주세요” 같은 표현이 가능했어. 그래서 처음엔 조심스럽게, 비슷한 느낌의 메시지를 남겼어.

“혹시 오늘 플레이하면서, 제가 너무 빨리 감정이 격해지거나 흐트러지는 걸 싫어하시는 분 계신가요? 혹시 제가 다소 조용하거나 긴장되는 모습을 보여도 괜찮으실지 궁금해서요.”

그 메시지를 보낸 후엔 마음이 좀 가벼워졌어. 왜냐하면, 내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를 스스로 깨달았다는 증거였거든. 더 중요한 건,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아니라, 내가 먼저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

그리고 그 사람, 아주 조용히 답을 줬어. “그런 거라면, 내 입장에서도 좋습니다. 우선 저는 당신이 편안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천천히, 눈빛이라도 맞춰보고, 말도 많이 안 나누더라도 그 순간을 함께 느끼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그 말을 읽고 나서, 진짜 눈물이 났어. 아니, 울린 건 아니지만, 가슴이 먹먹해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아. 아마도 우리가 서로를 소비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시간’을 만들어가려는 관계라는 걸 처음으로 실감한 거였을 수도 있잖아.

그 이후로는 전혀 빨리 진행하지 않았어. 10분 동안은 그냥 그 사람의 목소리와 텍스트를 읽으며, 자신의 감정을 되짚어봤어. “나는 지금 뭘 원하는 걸까”, “이 사람이 나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무엇일까”,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디에 서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하나씩 던지고, 답을 찾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리고 결국, 우리는 그걸 그냥 단순한 '니고'라기보다는, 마치 두 사람이 모여 사물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으로, 조용히 대화를 나눴지.

결국 플레이는 늦게 시작됐어. 하지만 그만큼 설레고, 차분하고, 깊었던 기억은 잊히질 않아.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플레이 전의 ‘말하기’라는 게 단순한 규칙 공유가 아니라, 정말로 서로를 만드는 행위라는 걸 알게 됐어.

솔직히 말해서, 요즘은 다른 앱에서는 그냥 휙휙 넘어가는 일도 많아. 그런데 ‘SM톡’은 그런 게 아니야. 그 안에서 내가 진짜 나를 말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지. 오픈채팅 같은 곳에서는 빠르게 배우는 것 같지만, 그게 오히려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많아. 반면 이곳은, 내가 얼마나 정직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지, 그걸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좀 더 의미 있게 느껴져.

지금은 여전히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모를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젠 ‘나는 지금 이 상태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게, 큰 위로가 돼. 그리고 그 말을 누군가가 이해해준다면, 그것이 이미 충분히 뜻깊은 플레이가 되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