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힘들었던 건, 내가 정말로 이 사람을 믿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이었어.
내가 처음으로 본 사람은 오래된 유튜브 콘텐츠를 보다가 발견한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이 말하는 방식이 너무 진심이었어. 다들 쓰는 '나는 이런 거 좋아해요'라는 식의 뻔한 표현이 아니라, 단순히 자기 감정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이 어떤 상황에서 왔는지, 어떻게 느꼈는지까지 설명하더라. 예를 들어 "저는 강압적인 행동이 정말 싫어요. 예전에 누군가가 손목을 잡고 움직이려 하더라고요. 그때 저는 몸이 굳었고, 숨도 안 쉬어졌어요. 그게 바로 제가 ‘이건 내 선택이 아니야’라고 느낀 순간이에요." 이런 식으로 말이야.
그걸 듣고 난 후에 나는 어색하게 반응했고, 결국엔 별다른 대화 없이 그냥 그 영상만 반복해서 봤어.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람이 만든 채팅방 링크를 클릭해서 들어갔다는 거였어. 그건 바로 ‘SM톡’이라는 앱에서 운영되는 공개 채팅방이었고, 처음엔 그냥 지나가는 느낌으로 들어갔지만, 그곳에서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던 순간은 여전히 생생해.
그 사람이 보낸 메시지는 아주 조용했어.
> “오늘은 바깥이 많이 춥네요. 안쪽에서 따뜻하게 있었으면 해요.”
그냥 평범한 말인데, 왜 그런 말이 나한테는 무거웠는지 모르겠어. 그게 나에게는 ‘너를 생각하고 있어’라는 신호처럼 들렸거든. 그리고 내가 아무 말 없이 그 메시지를 그대로 저장해두고, 3시간 동안 다시 읽어봤다는 사실을 지금도 부끄럽게 느껴져.
그 이후로는 일주일 정도 천천히 대화를 나눴어. 주로 장소나 시간 같은 구체적인 것보다는 감정, 기억, 편견 같은 걸 이야기했지. 내가 키보드를 치는 손이 떨린다고 말했을 때, 그 사람은 그냥 “괜찮아요, 괜찮아요”라며 두 번이나 반복해주었고, 그게 나에게는 최고의 위로였어.
첫 플레이가 시작된 건, 내가 먼저 제안했어. 근데 그건 전부 내가 준비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반응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어. 우리가 합의한 건, ‘무조건 빨리 끝내기보다는, 각자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면서 진행하자’는 거였지. 그래서 처음엔 단순히 손잡는 것부터 시작했고, 그건 전혀 스트레스가 아니었어. 오히려 그 손길 하나가 나를 조금씩 확실히 안아주는 기분이었어.
그때부터 우리는 ‘우리는 서로를 보호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아차리기 시작했어. 그건 자동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 매번 의심을 견디고, 매번 “혹시 이게 맞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는 과정이었어.
예를 들어, 내가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그 사람은 “이거 괜찮아?”라며 확인했고, 나는 “아니, 좀 아파”라고 말하면 바로 멈췄어. 그게 당연한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게 가장 큰 신뢰의 증거였어. 그가 나의 ‘아프다’라는 말을 무시하지 않았다는 게, 내가 그를 믿을 수 있게 된 이유였거든.
그리고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그는 갑자기 이렇게 말했어.
> “내가 너한테 얼마나 많은 걸 털어놓았는지 생각해봤어요. 그런데 그 모든 걸 네가 받아준다는 게… 그게 정말 큰 일이에요.”
그 말을 듣고 나는 갑자기 눈물이 났어. 그는 그냥 내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있던 거였고, 나는 그걸 알면서도 말 못 했던 거야. 그 순간 나는 진짜로, 내가 살아온 삶에서 처음으로 ‘나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걸 느꼈다는 걸.
지금은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자연스러워졌고, 옆에 있을 때도 불편함이 없어졌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건 단지 ‘관계’가 아니라, ‘나 자신을 믿는 법’이었어. 그 사람이 나를 존중해주었기에, 나는 나를 존중할 수 있었고, 그 존중이 나를 조금씩 바꾸어갔다는 걸.
그리고 요즘은 그가 추천해준 ‘SM톡’이라는 앱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도 조금씩 대화를 나누고 있어. 오픈채팅은 무섭고, 가벼운 관계가 많아서 쉽게 질려버렸는데, 그 앱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정직하게 나누려는 경향이 있어서, 나 같은 사람이 처음 접하기에도 무리가 없었어. 실제로 그 사람이 써본 후기에서 ‘매번 성관계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하더라고. 그게 나한테는 정말 큰 위로였고, 지금도 그 말을 떠올릴 때마다 안도감이 들어.
이제는 그 사람이 내게 말해줬던 말을 되뇌며,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고 싶어.
>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게 왜 중요한지, 그것도 네가 결정해야 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