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고를 하며 깨달은, 내게 중요한 건 선택이었다

어제 밤,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평소처럼 스마트폰을 꺼내 보다가 마침내 'SM톡'이라는 앱을 열었지. 그게 처음이 아니라, 사실 몇 달 전부터는 가볍게 써왔는데, 진짜로 본격적으로 다가온 건 이번이 처음이야. 뭐, 이 앱 자체는 오픈채팅이나 다른 곳보다 정보가 정리되어 있어서 그런지, 간접적으로라도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와닿았거든.

처음엔 그냥 응답글만 주고받다가, 한 번은 "조금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어. 그렇게 시작된 게 바로 니고(플레이 전 협의)였던 거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말이야.

그 사람은 나이도 비슷하고, 키도 적당히 크고, 성향은 뭔가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는 타입 같았어. 그래서 나는 조용히, 아주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어.
“혹시 플레이 전에 미리 이야기해보는 거 좋아하시나요? 너무 급하게 들어가기보다는, 감정적으로 안정감 갖기 위해 조금씩 얘기해보면 좋겠더라고.”

그러자 그는 즉각 반응했고, “그래, 난 오히려 그게 좋아. 너무 흥분되면 본인도 모르게 벗어날 수 있잖아. 미리 정해두면 더 집중되니까.”
그 말에 나도 마음이 편해졌어. 정말로, 그 순간부터 ‘이 사람과는 다르게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니고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무엇을 원하는지’보다 ‘무엇을 피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어.
“나는 통제되는 느낌이 드는 걸 좋아하지만, 절대 무너지고 싶지는 않아. 그러니까, 어쩌면 강하게 다뤄져도 되지만, 그건 내가 스스로 선택한 거여야 해. 예를 들어, 손목을 묶는 건 괜찮아. 하지만 눈을 가리는 건 좀 불안해. 그건 내 마음을 완전히 잃게 만든다고 느껴져.”

그는 침묵하다가, “알았어. 그러면 눈 가림은 안 하고, 손목 묶기는 사용해도 되고, 만약 내가 지나치게 힘을 주거나, 너의 반응이 이상하면 바로 멈추겠다고 약속할게. 네가 말하면 바로 그만둘 거야.”

그 말을 듣자마자 가슴이 확 편안해졌어. 실제로는 아무리 그래도 두려운 건 있지만, 그 사람이 ‘나의 신호를 인정하겠다’고 말해주었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그 다음으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논의했어. 어떤 도구를 쓸지, 얼마나 오래 할지, 종료 조건은 어떻게 할지. 특별히 중요한 건 ‘정지 신호’였지. 우리가 합의한 건, 매번 “빨간색”이라고 말하면 즉시 중단한다는 거. 그게 첫 번째 조건이었고, 두 번째는 “시간 제한” — 20분 동안만 진행하고, 그 후에는 다시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자는 거야.

아, 그리고 딱 하나만 더. 그 사람이 나에게 물었어.
“너는 지금, 이런 걸 말하면서도 두려운 게 있어?”

내가 진심으로 답했어.
“……있긴 해. 걱정되는 건, 내가 너무 쉽게 자신을 내어주고, 그걸 돌이킬 수 없게 될까봐. 그러니까, 일단은 작은 것부터 시작하고 싶어. 예를 들어, 손목 묶는 걸로.”

그 순간, 그는 조용히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라고 말했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의 마음은 이미 어디선가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결국 그날 밤은 실제로 플레이를 하진 않았어. 하지만 그 전에 이 모든 걸 말하고, 서로의 경계를 확인했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는 정말 큰 위로였지.

며칠 전까지는 그냥 ‘뭐든 해볼 수 있겠지’라는 식으로 접근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식으로는 못 살아. 내가 원하는 게, 단순히 ‘거부당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누릴 수 있는 권리’라는 걸 깨달았거든.

그리고 요즘 자주 쓰는 앱 중 하나가 ‘SM톡’인데, 사실 이 앱 덕분에 이렇게 구체적인 니고를 진행할 수 있었어. 오픈채팅에서는 아무리 조심해도 감정이 모호하거나, 말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앱은 메시지가 오래 남아 있고, 내용도 정리되기 쉬워서, 각각의 조건을 다시 한번 되짚어볼 수 있었지. 특히 ‘비밀번호로 접근 가능한 채널’ 같은 기능이 있어서, 내 마음을 숨기지 않고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던 게 컸어.

그렇게 다들 ‘강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데,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 안의 작은 목소리를 듣는 법을 아는 거야. 그 사람이 나에게 준 건, 그런 능력이었어.

결국 플레이를 하기 전에 무엇을 하는지보다, 어떻게 준비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이번 경험으로 알게 됐어.
그리고 앞으로도, 이 ‘니고’는 내가 내게 주는 가장 기본적인 존중이자, 가장 아름다운 전율이 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