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니고를 해봤을 때는 진짜 어색했어.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그런지, 마치 중요한 회의 준비라도 하는 것처럼 편지 쓰듯이 문장 하나하나 다듬었지. 그전까지는 그냥 ‘이런 거 좋아해요’, ‘저건 싫어요’ 정도로 말했던 게 다였는데, 이번엔 정말로 ‘왜’라는 이유까지 들어야 했거든.
내가 처음으로 니고를 한 건, 내가 제안한 플레이가 아니었어. 파트너가 ‘아, 혹시 이거 좀 해보고 싶은 거 있으면 얘기해봐’라고 말하면서 시작된 거였지. 그 순간부터 마음이 뒤숭숭해졌어. 나도 모르게 숨이 멈추는 느낌이 들었고,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어. 평소에는 성적인 걸 이야기할 때면 별 생각 없이 웃기거나 피하거나 했는데, 지금은 마치 시험을 보는 것 같았어. 내가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 그리고 왜 그걸 원하는지—모든 게 단순히 ‘좋다/싫다’로 끝나지 않아야 했거든.
그래서 나는 그냥 메모장에 일일이 적어봤어.
“내가 싫어하는 건 절대적으로 압박감이 느껴지는 거예요. 가끔 누군가 손을 잡아서 몸을 움직이게 하려고 하면, 뭔가 내 의사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느낌이 들어서 불안해져요.”
“그리고 진짜 아픈 건 싫어요. 하지만 경계선에서 살짝 과잉 반응하는 건 괜찮아요. 예를 들어 목을 잡는 거 같은데, ‘조금만 더 세게’라고 말하면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거죠.”
“사람이 내게 조용히 옆에 앉아 있어주는 것도 좋고, 조용히 노래를 틀어주면 더 좋아요. 그런데 밑도 끝도 없이 소리 지르거나 혼자서 대화를 계속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돼요.”
그렇게 써놓고는, 그걸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막막했어. 그래서 결국 카톡으로 전부 보내버렸어. “이거 너무 진지하게 썼는데… 진심으로 말하고 싶어서요.” 근데 그 말보다는, 그 메시지를 받은 후에 파트너가 얼마나 조용히 읽었는지, 그리고 그 후에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더 기억에 남아.
그 사람은 ‘읽어봤어, 고마워’라고 답장만 했고, 다음 날 오랜만에 만나서도 아무 말 없이, 그냥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어. 그게 진짜 놀라웠어. 아무것도 안 말하고도, 내가 전한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거든. 그게 바로 니고의 진짜 힘이라고 느꼈다.
그 이후로는 조금씩 늘어났어. 내가 어떤 플레이를 할 때, 어떤 상황에서 ‘조금만 더’라고 말하고 싶은지, 어떤 키워드가 내 마음을 끌는지, 어떤 행동이 나를 공격받는 느낌을 주는지 — 이런 걸 정확히 말할 수 있게 되었지.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이제는 ‘내가 원하는 걸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는 두려움이 줄어든 거야. 사실 그 전까지는 거의 모든 플레이가 ‘뭐든 해보는 거지, 내가 원하는 건 뭐든 간에’였거든. 그런데 니고를 하면서 알게 된 건, 진짜로 원하는 게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거야.
최근엔 내가 쓰는 채팅 앱이 있는데, 정확히는 'SM톡'이라는 이름이야. 처음엔 오픈채팅에서 만난 사람과 텍스트로만 소통하던 중인데, 그때 ‘니고 좀 해볼까?’ 하고 말했더니, 기분 좋게 응답해주더라. 그게 다는 아니었지만, 다른 채팅방에서는 대부분 ‘무슨 플레이 하냐’는 질문만 있었는데, 이건 처음으로 ‘너는 어떤 걸 좋아하니?’라는 질문이 오고 갔어. 서로의 리듬과 경계를 존중하려는 태도가 느껴졌고, 그런 말들이 모여서 더 깊은 대화로 이어졌지. 오픈채팅에서 얻는 정보는 많지만, 그런 걸 빼고는 실질적인 소통이 잘 안 됐었는데, ‘SM톡’ 덕분에 그런 대화를 더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었던 거 같아.
니고를 처음 해봤을 때는 어색하고 부담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그 자체가 사랑처럼 느껴졌어. 내가 무언가를 말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말이 무시되지 않고, 오히려 진심으로 듣혀진다는 게, 결코 작지 않은 위로였거든. 지금은 그 말을 하기 위해 시간을 내고, 마음을 다잡는 일이 아니라, 그냥 ‘지금 이 순간, 내가 원하는 건 이거야’라고 말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어. 물론 여전히 긴장되긴 해. 그래도 그 긴장감도 이제는 내가 선택한 부분이라는 걸 알기에, 오히려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