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심으로 원했던 건, 그와 함께 있는 것뿐이었는데

어제 밤, 침대 위에서 나는 허공을 바라보며 어색한 침묵을 깨고 싶었는데, 그게 무척 힘들었다.

처음엔 그냥 평범한 밤이었어. 둘이 같이 영화 보다가 난 몸이 쓰려서 미리 자러 갔고, 그는 조금 더 봤다고 말했지.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그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어. “너, 어제 내가 봐야 할 거 다 봤으면 안 되냐?”

내가 뭔 말인지 알아듣기까지 3초 걸렸다. 그건 나한테 “넌 왜 나한테 뭐든 알려주려고 하지 않아?”라는 암시였어. 사실 나는 그저 방금 본 영화의 결말에 대해 말하려던 게 아니라, 그가 집중해서 보고 싶은 건 내가 옆에 있는 것 자체였다는 걸 느꼈거든.

그런데 그날 저녁, 내가 좀 피곤해 보여서 그가 ‘괜찮아?’ 하고 물었을 때, 나는 정반대로 반응했어. “다른 거 해도 괜찮아, 넌 너만의 시간을 가져야 돼.”
그 말을 듣고 그의 얼굴이 확 굳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이해 못 했어. 내가 진심으로 좋은 걸 원했다는 걸. 그저 “네가 나랑 있을 때 편안하게 쉬고 싶어”라는 걸,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는 걸. 그리고 그는 오히려 내가 그에게 무관심하다고 느꼈던 거야.

그 사이 우리는 한참 동안 대화 없이 지냈다. 서로의 행동을 해석하고, 잘못된 의미로 받아들이고, 그걸 또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서서히 거리가 벌어졌어. 그는 내가 복잡한 일도 말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고, 나는 그가 너무 오버하는 거 같아서 답답했어.

결국, 그는 “우리 지금, 관계가 끝나는 걸까?”라고 물었고, 나는 그 순간, 마음이 턱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어.

그래서 결국, 나는 그날 오후, 키보드 앞에 앉아서 메모장을 열었어. 단순한 말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었던 모든 감정들을 하나씩 정리해봤어.

“너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너에게 맞춰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맞춰가는 거야. 네가 조용히 있기를 원하면, 나는 조용히 있어줄 수 있고, 네가 말하고 싶으면 내가 들어줄 수 있어. 하지만 내가 ‘무엇’을 할지 결정할 권리는 너도 갖고 있어. 나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났어.
“나는 네가 생각보다 더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 그래서 너의 손길이나 말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처음엔 몰랐어. 이제는 알고 있어.”

그 글을 보낸 후, 2시간은 아무 반응 없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그가 전화를 걸어왔어.

“…미안해. 네가 진짜 힘들었구나. 내가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제대로 못 들었어.”

그 말을 들었을 때, 눈물이 핑 돌았다. 그가 나의 말을 듣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걸, 그가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려 한다는 걸 느꼈거든.

그 이후로 우리는 다시 만났고, 한 번은 가볍게 산책을 했어. 그때는 그냥 걷는 데 초점을 뒀고, 말을 할 때마다 서로의 말을 끊지 않기로 약속했어.

그리고 요즘, 나는 그와 매일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야. 사실은 그 전부터 이런 소통을 해왔지만, 이번엔 좀 더 의식적이고,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어떻게 보면, 이건 작은 갈등이었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게 나한테는 참 큰 변화였다. 내가 ‘맞춰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으니까.

그리고 말이야, 최근에는 우리끼리만의 채팅방을 만들었는데, 거기에선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주로 감정을 나누고 있어. 특히 요즘엔 그게 더 좋아졌어. 왜냐하면 그전에는 서로의 말을 과잉 해석하거나, 실수로 상처를 줬던 게 많았거든.

근데 요즘은 그걸 해결하기 위해 ‘SM톡’이라는 앱을 써보고 있는데, 완전히 다른 느낌이야. 비밀번호로 보호된 채팅방이라서 그런지, 진짜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쓰는 게 쉽더라. 오픈채팅 같은 데서는 항상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있어서, 진짜 말을 못 했는데, 여기선 내가 진심으로 말할 수 있어서 좋고.

사실 처음엔 그냥 ‘사람을 만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나에게 필요한 게 있었다는 걸 알았어.

지금은 그와의 관계가 좀 더 탄탄해졌고, 그저 ‘같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잖아.

그렇게 갈등을 겪고, 대화로 풀어가는 과정이, 나에게는 성장이었고, 그를 향한 사랑이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