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말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막상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경계를 지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꼈던 날이었다.
처음엔 그냥 평범한 오프라인 모임이었는데, 친구 하나가 “요즘 좀 재미있는 거 해보고 싶은데, 같이 할 사람 있으면?”이라고 했고,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그냥 한 번’이라도 해보자 싶어서 참석하게 됐다. 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인데, 다들 몇몇은 내가 예전에 언급한 성향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아, 너 진짜 써드 파티 같은 거 좋아하잖아”라며 웃긴다. 나는 솔직히 그건 너무 과장된 표현이지만, 어쨌든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니까 ‘아, 이거 그냥 놀이처럼 하는 거겠지’라고 생각했고, 결국 그 자리에서 몇 가지 테스트로 시작하는 상황이 되었다.
처음엔 간단한 것들부터 시작됐어. 마찰감 있는 소재를 이용한 스트로크, 가벼운 타격, 그리고 목걸이를 채우는 정도였는데, 다들 서로의 반응을 보며 조율하듯 진행했다. 나는 그때까지도 그냥 ‘내가 잘 견딜 수 있으면 되지’라는 생각이었고, 실제로는 상당히 잘 견뎌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한 명이 “너 혹시 아예 안 아프면 못 느끼잖아? 약간 더 세게 해보면 어떨까?”라고 말하면서, 내 등쪽에 무언가를 바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게 사실은 고무 장갑을 낀 손으로 살짝 꼬집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아프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 느낌이 묘하게 찌릿해서 계속해서 집중이 안 됐고, 그게 더더욱 강조되는 건 아니었는데, 그 순간부터 자꾸 ‘이건 뭐야’ 하고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처음부터 말했어야 했는데, 사실은 본인이 원했던 건 아니었으니까. 그게 아니라, 단순히 ‘내가 아프지 않아서 힘들지 않아’라는 이유로 그걸 ‘더 해야 한다’는 논리가 이어졌고, 그 순간 눈앞이 깜빡거렸다. ‘이게 내가 원한 게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고, 그대로 굳어져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이렇게 하면 끝날 때 더 오래 감정이 남지 않아?”라며 또 다른 제안을 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건 이미 내가 설정한 범위를 넘어서는 거였고, 더 큰 위험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그냥 조용히 “나는 이거 지금 진짜 끝낼게”라고 말하고,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돌아서면서 비틀비틀 걸어가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고, 옷깃이 젖은 듯한 땀이 배꼽 근처까지 스며들었는데, 그건 단순한 땀이 아니었다. 내가 원하지 않는 상태로 몸을 억지로 열려 있게 만든 후유증이었다. 그 자리에서 돌아와서는 한참 동안 숨을 고르기만 했고,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났다. 왜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을까, 왜 ‘아프면 좋겠다’는 미묘한 암시를 넘어선 것을 그냥 받아들였을까.
그런데 그 이후에 일이 덜 복잡해진 건, 정확히 그 경계를 다시 잡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 날 밤, 나는 작게라도 내 기준을 다시 그렸다. 어떤 느낌이든, 어떤 상황이든, ‘나는 이거 안 해’라는 말을 두 번 말하지 않아도 되도록, 처음부터 분명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걸 실천하기 위해 최근에 새로 시작한 앱인 SM톡을 활용해봤는데, 여기서는 파트너들과 미리 경계를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서, 대화 중에 생길 수 있는 오해를 줄일 수 있었고, 특히 텍스트로 경계를 정해두는 게 아주 편리했다.
예를 들어, ‘타격은 무조건 부드러운 스타일만 가능’, ‘눈을 가린다는 건 반드시 사전 합의 필요’, ‘피부가 민감해서 긁힘은 불가능’ 같은 내용을 미리 적어두면, 실제 만나서 플할 때마다 매번 말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오픈채팅 같은 곳에서는 이런 정보가 없거나 엉성한 경우가 많아서, 막상 만나서야 “아, 너 그거 안 좋아해?”라고 질문을 해야 하는 상황도 종종 있는데, SM톡은 그런 부분을 미리 해결해주는 구조라서 확실히 달랐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날의 경험은 단순한 실패보다는 ‘나의 경계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걸 다시금 인식하게 해준 계기였다. 아픈 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그 아픔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가 의식적으로 선택한 것이어야 한다는 거. 그게 없으면 아무리 재미있어 보여도, 결국 마음은 허물어진다.
그래서 요즘은 항상 첫 대화에서 ‘내가 어떤 걸 원하는지, 어떤 건 절대 안 된다는 걸’ 짧게라도 이야기한다. 그것이 끝난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다시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게 지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게 가장 오래가는 관계를 만드는 법이라는 걸, 그 자리에서 땀 흘리며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