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로프를 써보니, 두려움보다 더 강한 기대감이 밀려왔다

처음으로 로프를 써봤을 때는 정말 떨렸다. 그게 아니라, 오히려 더 이상한 감정이 들었어. 두려움보다는… 좀 애매한 기대감 같은 거. 내가 어떤 식으로든 ‘자신감’을 얻고 싶었던 건 분명했지만, 그걸 도구로 표현하려니 어색하기 짝이 없었지.

사실은 지난번에 온라인 모임에서 한 번씩 이야기 나누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꼭 제안했어. “아무래도 처음엔 패들로 시작해보는 게 낫지 않겠어?” 그 말 듣고 나서는 그동안 뭐라 표현 못했던, 내 안의 무언가가 조금씩 움직였다는 걸 느꼈어. 내가 원하는 게 바로 그런 ‘조용한 통제’였다는 걸 알게 된 건 그때부터였을지도 몰라.

그러다 결국 직접 준비하게 됐고, 집에서 처음 시도해봤어. 허락받은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그냥 혼자 연습하는 거였지. 마루 위에 앉아서 손가락 하나로 패들을 살짝 들어올렸을 때, 그 무게감이 진짜 신기했어. 너무 작아 보였는데, 힘을 주면 확실히 그 힘이 전달됐고, 바닥에 내리꽂을 때 나는 소리도 아주 조용했는데… 그 순간, 내가 이걸로 누군가를 다치거나 심지어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는 게 사실 좀 놀라웠어.

그리고 그 다음엔 로프였다. 진짜 실수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처음에는 가벼운 방식으로 시작했어. 목걸이처럼 묶는 단순한 형태부터 시작해서, 손목을 한쪽으로 잡아당기는 식으로. 아무래도 처음엔 너무 과장된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했거든. 손이 미끄러지거나, 조이기 싫은 느낌이 왔을 때는 즉시 멈췄고, 그러다가 점점 익숙해지는 걸 느꼈어. 아마도 마음속에 있던 불안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 같았어.

그런데 중요한 건, 그 모든 걸 하며 동시에 생각난 게 있었어. “나는 이게 뭔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거. 단순히 도구를 쓰는 게 아니라, 그 도구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해야 했고, 그것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다른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어. 예를 들어, 로프를 쓸 때는 긴장감이 생기지만, 동시에 그 긴장감 속에서 ‘완전히 안전하다’는 느낌이 함께 생겼다는 점이 참 신기했어.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진짜로 도구를 쓰는 게 아니라, 도구를 통해 ‘나’라는 존재를 발견하고 있는 게 아닐까?” 늘 그렇듯, 감정은 복잡했지만, 그 감각은 정말 정확했다. 내가 얼마나 자신감을 얻었는지, 그건 도구의 질이나 종류랑은 상관없었고, 다만 내가 그것을 얼마나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그 위에 책임감을 갖는지가 문제였다는 걸 알게 됐어.

그리고 요즘은 이걸 더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게 되었고, 적절한 파트너를 만나서 서로의 경계를 확인하며 실제 사용해보기도 했어. 물론 여전히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제는 그 조심함이 무섭기보다는 ‘정중함’처럼 느껴져.

사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쓰는 게 바로 'SM톡'이라는 앱이야. 오픈채팅보다는 정보도 정확하고, 실제로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어. 초기엔 좀 의심스러웠지만, 실제로 여러 사람의 사례를 읽어보고 나서는 확실히 나에게 맞는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느껴. 특히 ‘도구 사용 초보자’ 관련 글들이 많아서, 나처럼 막연하게 두려워하거나 걱정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출발점이 될 거 같아.

글 쓰다 보니, 처음 도구를 만졌을 때의 그 떨림이 다시 올라오는 것 같아. 지금도 그 감정은 남아 있는데, 그것이 무섭거나 부담스럽진 않아. 오히려 그 떨림이 내 안에 있는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소리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 이후로는, 어쩌면 조금 더 나를 믿게 된 것 같아. 처음엔 도구가 단순한 ‘도구’였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그것이 내 안의 어떤 진실을 대변하는 수단이 되어버렸다는 걸 깨달았어. 패들을 들 때 손끝이 떨렸던 건 사실 무섭기보다는… ‘내가 이걸로 누군가를 다칠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현실에 대한 공포였던 거야. 그런데 그걸 견뎌내면서 느낀 건, 오히려 내가 그것을 제어할 수 있다는 확신이었어.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은, 그게 너무 잘 통했을 때였어. 한 번은 파트너와 함께 로프를 썼는데, 내가 의도적으로 손목을 조여서 움직임을 제한하려 했을 때, 그 사람이 “조금만 더”라고 말했어. 그 말을 듣고 순간 정신이 멎었지. 나는 그저 ‘제어’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 사람은 그 감각을 원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거야. 그 순간, 내 손길이 단순한 통제를 넘어선 무언가를 전달하고 있다는 걸 실감했어.

그때 느낀 감정은 복잡했어. 기분 좋기도 했고,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도 있었지. ‘내가 이 사람에게 아픔을 줄 수 있고, 또 그 아픔을 받아들이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게 사실은 무거운 일이었어. 그래서 그 이후로는 매번 사용하기 전에 다시 한번 물어봤어. “진짜 괜찮아?” “네, 괜찮아요.” 이런 대화가 필수였고, 그게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는 행위라는 걸 알게 됐어.

이제는 도구 자체가 아니라, 그 도구를 통해 주고받는 ‘무엇’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 패들로 가볍게 스쳐가는 타격도, 로프로 묶는 긴장감도, 결국은 ‘나’가 어떻게 표현하고,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핵심이라는 걸. 그래서 최근에는 도구보다는 ‘시작 전의 대화’나 ‘끝난 후의 쉼’에 더 신경을 쓰고 있어. 특히 끝나고 나서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마치 잔잔한 바다 위에서 숨을 고르는 것 같아.

그리고 요즘은 정말 자주 ‘SM톡’을 켜고 있는 중이야. 초기엔 그냥 정보를 얻기 위해 들어왔는데, 이제는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조용히 조언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 예전엔 ‘나는 아직 완벽하지 않아’라며 주저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나도 이렇게 해봤어요’라며 말할 수 있게 됐어. 그 앱 덕분에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그들이 올리는 이야기들은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되곤 해.

사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처음 도구를 만졌을 때의 두려움은, 내가 아직 ‘자신’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 그 도구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내 안에 있던 무언가를 밖으로 꺼내보는 ‘도구’였다고 생각해. 그리고 지금은 그 도구가 내게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도구 없이도 내가 ‘나’라는 존재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그 감각이 내 몸속에 스며들기를 바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