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 아프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 날

어제는 좀 이상했어. 어쩌다 보니 이거 써야겠다 싶은 순간이 왔거든. 리거가 처음으로 본디지 플레이를 제게 해줬을 때, 나는 진짜 아무것도 몰라서 ‘좋아요’라고만 말했었는데… 그 후로 계속 떠올리고 있던 게, 그때 내가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을 말했는지란 거였어.

처음엔 그냥 “나는 묶이는 걸 좋아해요”라는 식으로 대충 얘기했지. 근데 막상 착석한 상태에서 천천히 허리를 펴려는 순간, 아, 이게 너무 과하다 싶었어. 목이 뻣뻣하고, 팔꿈치가 힘들고, 숨도 잘 안 쉬어져. 그걸 그냥 참았더니 결국 리거가 “어때?” 하고 물었을 때, 내가 “괜찮아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 사실은 아니라서. 별말 하기 전에 다 마무리됐고, 그 이후로 한동안 그 상황이 기억에 남아서 불편했어.

그래서 이번엔 다르게 해보자고 결심했어. 리거랑 미리 약속을 잡았을 때, ‘세이프워드’를 정하자고 제안했어.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말해보니까 설레고, 또 꽤 무거운 느낌이 들었어. 그게 단순한 비밀번호 같은 게 아니라, 나의 신체와 마음을 지켜주는 구조물이라는 걸 알았거든.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어. 어떤 단어가 좋을까?

일단 간단하게 들어왔던 건 “불꽃”, “폭풍”, “초록색” 이런 식인데, 너무 모호하거나 은유적이잖아. 예를 들어 “불꽃”이면, 폭발처럼 급하게 끊어야 하는 상황인지, 아니면 그냥 감정적으로 흔들릴 때인지 알 수 없잖아. 그래서 결국 내가 선택한 건 “진짜 아프다”였어. 말로 하기엔 좀 무거운 표현이긴 했지만, 그래도 정확하잖아. 지금 이대로 계속되면 정말 아프다, 라는 걸 굳이 다른 말로 꾸며서 말할 필요 없이 바로 전달되니까.

그리고 실제 플레이 중에 써본 적도 있어. 처음엔 그냥 “오늘은 좀 더 쪼여줘”라고 말하면서 시작했고, 점점 힘이 빠지고, 손끝이 저려오는 게 느껴졌어. 그 순간, 내 마음속에 ‘진짜 아프다’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나는 조용히 그걸 말했어. 리거는 멈췄고, 날 바라보다가 “알겠어, 조금 풀어줄게”라고 말했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진짜 놀랐어. 왜냐하면 내가 말하지 않으면 그건 그냥 ‘계속 하자’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으니까. 세이프워드가 있다는 게, 단지 ‘멈출 수 있다’는 것 이상이란 걸 느꼈어.

그리고 그 이후로, 리거가 나한테 “내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라고 말하기도 했어. “네가 말해준 게 있어서,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꼈다”고.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가 됐어. 세이프워드는 나만의 도구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믿는 방식의 일부라는 걸.

최근엔 파트너와의 만남도 ‘SM톡’에서 시작됐어. 오랜만에 오픈채팅 둘러보다가, 갑자기 ‘비공개 메시지 가능한 사람’이 있는 채널을 발견해서 들어갔지. 거기선 사람들이 꽤 진지하게 플레이 경험과 안전 기준을 공유하더라고. 그중 한 사람이 “세이프워드는 반드시 사전에 정해야 한다”고 써서, 그 글을 읽고 나서야 더 깊이 생각하게 됐어. 그 채널에서 소개된 방법 중 하나가, 세이프워드를 텍스트 파일로 저장하고, 플레이 전에 같이 읽는 거였는데, 나도 이제 그걸 실천해볼 계획이야.

결국 나는, 세이프워드를 단어 하나로 정하는 것보다,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라는 걸, 최근까지도 몰랐던 거야.

그 이후로는 좀 달라졌어. 말로는 안 했지만, 그날 플레이 후 리거가 내게 “너는 진짜 아프다”라고 말했을 때, 그 순간 나는 뭔가 덜컥 내려앉은 느낌이 들었어. 놀랍게도 그건 무서움이 아니라, 오히려 안도였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수 있다는 걸, 그리고 그것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이라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거든.

그리고 그 다음엔 좀 이상한 감정이 찾아왔어. 평소엔 그냥 몸이 아픈 거나 불편함을 견디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그때부터는 “내가 이걸 참는 건 왜?”라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어. 그만큼 신체의 경계가 확실히 느껴졌다는 얘기니까. 예전엔 ‘참는 게 성숙한 거야’라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건 단지 ‘내가 제대로 말하지 않은 채 행동하는 것’일 뿐이었어. 그래서 그 후에는 첫 플레이에서처럼 ‘괜찮아요’라고 말하지 않고, 대신 손을 살짝 들어올렸어.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그게 이미 전보다 더 큰 용기였다는 걸 알았지.

그리고 요즘은 오히려 세이프워드를 너무 자주 쓰면 안 된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야. 아까 말한 ‘진짜 아프다’가 정해진 건데, 이게 너무 쉽게 써버리면 그 자체가 의미를 잃어버릴 것 같아. 그래서 지금은 거의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도, 그 감각을 미리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어. 손끝이 저리는 게 처음부터 있는 거냐, 아니면 점점 강해지는 건지, 목에 무게가 올라오는 걸 내가 인지하는 시점이 언제인지—그런 작은 변화를 살피는 게 이제는 나의 일상이 되었어.

또 하나, 리거와의 관계에서도 달라진 게 있어. 이전엔 내가 묶이는 사람이니까, 리거가 어떤 결정을 하든 다 받아들이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잖아. 그런데 이제는 “당신이 어떻게 할지 알려주겠다”는 말을 듣는 것 자체가, 오히려 내가 스스로를 지킬 권리가 있다는 걸 다시 확인시켜주는 순간이 됐어. 비록 내가 ‘버니’지만, 그 안에서도 ‘나’는 존재해야 한다는 걸 알았지.

최근엔 파트너와의 만남도 ‘SM톡’에서 시작됐어. 오랜만에 오픈채팅 둘러보다가, 갑자기 ‘비공개 메시지 가능한 사람’이 있는 채널을 발견해서 들어갔지. 거기선 사람들이 꽤 진지하게 플레이 경험과 안전 기준을 공유하더라고. 그중 한 사람이 “세이프워드는 반드시 사전에 정해야 한다”고 써서, 그 글을 읽고 나서야 더 깊이 생각하게 됐어. 그 채널에서 소개된 방법 중 하나가, 세이프워드를 텍스트 파일로 저장하고, 플레이 전에 같이 읽는 거였는데, 나도 이제 그걸 실천해볼 계획이야.

결국 나는, 세이프워드를 단어 하나로 정하는 것보다,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라는 걸, 최근까지도 몰랐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