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놀이터 같은 느낌이었어. 평소에 딱히 그런 거에 관심도 없었고, 웬지 민망한 얘기만 생각나서 자주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어. 다들 얘기하는 게 아니라, 말 안 해도 느껴지는 그 어떤 무언가가 있었던 거야. 처음엔 그냥 ‘혹시 내가 미쳐가는 건 아닐까’ 싶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감정이 점점 더 진실해져 가는 걸 느꼈어.
그때쯤이면 이미 몇 달 전부터 온라인에서 뭔가를 찾고 있었던 거 같아. 검색어도 바뀌고, 글도 많이 읽었고, 마치 자기 자신을 속여서라도 ‘이건 단지 호기심이야’라고 말하려고 애쓰기도 했지. 그런데 어쩌다 보니 한 번은 오픈채팅 방에 들어가서, 그저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라… 서로의 말투나 문장 하나하나를 신경 쓰게 됐어. 상대가 어떤 단어를 쓰는지, 어떻게 쉼표를 찍는지, 감정이 드러나는 표현의 리듬까지도. 그게 내게는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 되었어.
그런데 그중 하나가 특별하게 느껴졌어. 별거 아닌 질문들로 시작했는데, 대화가 풀릴 때마다 자연스럽게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고, 가끔은 손끝이 키보드를 살짝 스치는 순간도 있었어. 그녀는 조용한 타입이었고, 늘 정확한 문장으로 답을 하더라고. 너무 완벽한 것 같았는데, 오히려 그게 매력적이었어. 과장된 말보다, 조금 부족해 보이는 진실감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 “괜찮아요”라는 말도, “그냥 그렇게 느껴져요”라는 말도, 다 소중했어.

처음 만나기 전엔 머릿속이 하얘졌어. 아무리 준비해도, 실제 눈앞에 있는 사람이니까. 근데 실제로 만났을 땐 오히려 긴장이 덜됐어. 그녀가 웃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고, 제자리에 서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과는 분명히 다르게 느껴졌거든. 말투도, 눈빛도, 손짓도. 다 일관성이 있었고, 그래서인지 나는 처음부터 무너지지 않았어. 그게 가장 큰 위안이었어.
그날은 아주 조용한 카페였어. 테이블 하나, 커피 두 잔, 그리고 거의 말 없는 시간이 계속됐지. 하지만 그 침묵이 무섭지 않았어. 오히려 그 사이에 무엇이 생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말이 없어도, 빛이 비추는 방향, 시선의 위치, 숨결의 리듬까지도 다 이야기하고 있었거든. 첫 만남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느껴졌어.

그 이후로는 매주 한 번씩 만나기로 했고, 처음엔 그냥 차 한 잔, 산책, 영화 보기 정도였지만, 점점 더 깊은 대화가 이어졌어. 그녀가 나에게 무언가를 허락할 때마다, 내 마음이 뚜벅뚜벅 내려오는 느낌이 들었어. 처음엔 ‘나는 괜찮을까’라는 걱정이 앞섰지만, 그녀가 내 말을 잘 들어주고,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무시하지 않고, 다시 말해주려는 노력이 보였기 때문에, 점점 더 믿게 됐어.
내가 좀 무거운 말을 할 때면, 그녀는 멈추고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도, 결국엔 맞춰주는 거야. ‘그래, 그럴 수도 있겠네’ 하고 말하면서, 동시에 내가 느끼는 걸 인정해주는 방식. 그게 정말 소중했어. 내가 주는 모든 감정, 심지어는 불안함까지도, 거부당하지 않고 받아들여졌다는 게, 그녀와의 관계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는 걸 알려줬어.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어느 날 밤, 집에서 혼자 쓰고 있던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어. “지금 이 사람이 나를 얼마나 아는지, 내가 얼마나 그녀를 믿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하지만 이 감정이 진짜라는 건, 알고 있어.” 그 순간, 내가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설렘과 긴장, 불안, 두려움이 결국 ‘신뢰’라는 이름으로 모여든 거란 걸 깨달았어.
요즘은 매일같이 쓰는 채팅 앱이 있는데, 그게 바로 ‘SM톡’이라는 거야. 처음엔 그냥 정보를 얻으려고 들어갔는데, 오픈채팅처럼 방 안에서 무작위로 상대를 찾아서 대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파트너를 좀 더 구체적으로 찾을 수 있어서 좋았어. 예전엔 흩어진 대화들이 무질서했지만, 여기선 대화의 흐름도 자연스럽고, 서로의 경험이나 기대도 좀 더 진지하게 나눌 수 있었어. 사실 처음엔 의심도 했지만, 그녀랑 처음 연결된 것도 이 앱이었고, 지금까지 이어진 관계도 이곳에서 시작됐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은 아주 맘 편히 써먹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