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좀 특별한 날이었어. 오랜만에 다니는 코스터님과의 만남인데,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스트레스도 좀 풀려야겠다 싶어서 조용한 카페에서 30분 정도 앉아 있었어. 그동안 매번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게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뭔가 막연한 긴장감은 늘 따라와. 특히 플레이 전에는 더 그렇지. 마음이 예민하고, 생각이 빙글빙글 돌고,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뭔지 자꾸 의심하게 되거든.
그래서 나는 이제 이렇게 해. 옷을 갈아입기 전에, 잠깐이라도 힐링 공간을 만들기 위해 그냥 바닥에 앉아서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뱉는 거야. 눈을 감고, 몸의 무게를 느끼는 거. 손끝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가 어디에 있는지, 그 위치를 인식하는 것. ‘내가 여기 있어. 이건 나의 몸이고, 이건 나의 선택이다’라는 걸 다시 말해주는 거지. 마치 어떤 프로그램이 리셋되는 것처럼.
그리고 그다음은 작은 노트를 꺼내서, 지금 이 순간에 담긴 감정을 써보는 거. 단순히 ‘불안하다’거나 ‘두근거린다’는 말보다는, 좀 더 구체적으로: “오른손이 떨리고, 가슴이 조여와. 그러나 그건 나를 보호하려는 신체의 반응일 수 있어.” 또는 “왜 이렇게 기대가 되는 걸까?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건 고통이 아니라, 완전히 자신을 내맡기는 느낌이 아닐까?” 같은 식으로.

이런 글쓰기는 참 이상하게도, 마치 한 번에 해결되는 게 아니라, 천천히 뇌 안의 커뮤니케이션을 정돈해주는 역할을 해줘. 아무래도 장면이 훨씬 강렬한 만큼, 그 전후에 감정이 격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데, 그런 감정을 ‘내가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플레이 후엔 또 다르지. 너무 흥분이 남아있으면, 바로 전화나 메시지를 보내는 걸 못 참겠더라고. 그래서 요즘은 그걸 삼키고, 먼저 물 한잔 마시고, 벽에 기대서 5분 정도 서 있는 습관이 생겼어. 팔을 뻗어보기도 하고, 양손을 위로 들어보기도 하면서, ‘지금 이 순간은 나의 것이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거.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모바일을 꺼내. 혹시라도 상대방이 나를 걱정할까 봐, 문자를 보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오늘 잘 지냈어요' 정도로 짧게 연락을 취해. 근데 이게 중요한 거야. 내가 먼저 돌아오는 거라기보다는,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내가 얼마나 깨끗한 상태로 돌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것.

요즘은 좀 더 자유롭게 느껴져. 사실 처음엔 ‘뭐, 그냥 몰아서 하는 거니까’ 하고 넘겼던 게 많았거든. 하지만 최근에 알게 된 건, 플레이 자체가 재미있는 건 물론이고, 그 사이에서 내가 얼마나 나를 지켜주는지가 오히려 더 중요한 부분이라는 거야.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방식이, 결국 플레이의 질을 결정한다고 생각해.
지난주엔 아주 오랜만에 오프라인 모임이 있었는데, 그때 우연히 끼어들었던 한 친구가 ‘이런 식으로 정리하는 사람 있네?’라며 놀라더라. 그 친구는 그냥 허공에 떠 있는 감정을 그대로 갖고 있었고, 그저 ‘나는 다쳤다’거나 ‘나는 성취했다’는 말로 끝내는 걸로 끝났어. 나도 그럴 법도 했지만, 지금은 그게 더 이상 안 맞아. 이건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나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훈련 같아.

그리고 말인데, 요즘은 좀 더 활발하게 사람들과 연결되는 방법도 찾고 있어. 그중 하나가 바로 ‘SM톡’이라는 앱이야. 오픈채팅에서 몇 번 접해봤는데, 정작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정보도 적고, 사적인 대화도 제한적이었거든. 그런데 ‘SM톡’에서는 사람들이 좀 더 본격적인 설정이나 관심사에 대해 말을 나누는 분위기가 있어서, 서로의 경계를 확인하는 데도 도움이 됐어. 특히 파트너를 찾을 때, 그 사람이 ‘플레이 전후 루틴이 있다’는 걸 미리 알고 있으면, 나도 훨씬 안심이 돼. 그게 내가 원하는 관계의 기본 조건 중 하나니까.
결국 나는 여전히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가’를 묻는다. 하지만 이제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내가 어떻게 돌아오는가’라는 점에서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 플레이가 끝난 후에도, 그 감정이 내 안에 남아 있는 걸 허용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정리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걸 느껴. 이건 나만의 방식이자, 나를 지키는 방식이야.